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되살아난 ‘이토의 망령’, 안중근을 소환하다

안중근 의사의 유묵 ‘위국헌신군인본분’은 1979년 일본인 간수 치바 유족이 반환한 것이다. 처형되기 5분 전, 안 의사의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일본의 잘못을 사죄한 치바의 마음을 헤아려 써 준 글이다. 유묵을 받아 든 치바는 “좋은 일본인”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주살은 조선인들에게는 의거이자, 독립 투혼의 상징이지만 일본은 불온한 ‘테러’로 여겼다.

이런 인식은 2014년 스가 장관의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란 망언으로 이어진다. 100년이 지났지만 불행한 역사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강단에 서온 김봉진 일본 기타큐슈대 명예교수가 안중근을 다시 소환한 이유다. 김 교수는 ‘안중근과 일본, 일본인’(지식산업사)에서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되살아나고 있는 ‘이토의 망령’을 우려하며, 안중근 의거의 진실을 새롭게 조명한다.

저자는 우선 안 의사의 이토 저격 당시 일본인 등 여러 목격담을 분석, 관련 기사가 교묘하게 조작됐음에 주목한다. 가령 당시 이토 곁을 지킨 무로다의 목격담애 따르면, 이토가 저격을 받고 “조금도 고통스러운 기색을 보이지 않고 태연했다”든지, 범인이 한인이라는 말을 듣고 “어리석은 녀석”이라고 말했다는 기록은 조작된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무로다의 목격담은 일본의 여러 매체에 보도되며 확대· 재생산된다. 이토를 영웅시하고, 한국인을 멸시하며, 그 ‘어리석은 짓’이 결국 병탄을 자초했다는 궤변과 역사왜곡의 근거가 된 것이다.

이런 억설은 당시 안 의사에 대한 심문과 공판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안중근은 이토의 죄악을 열거하며 한국은 물론 일본·동양의 적이라고 역설하는데, 이에 반박하는 일본의 논리는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의 주장과 닮아있다.즉 이토가 병합을 목적으로 삼기보다 한국 근대화를 도모하려 했다는 논리다.

책은 목격담과 신문 기사, 심문과 공판기록, 안중근과 직간접으로 관계를 맺은 일본인에 대한 다각적 검토를 통해 민족과 일본을 넘어선 새로운 한일관계를 안중근에서 찾고자 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안중근과 일본, 일본인/김봉진 지음/지식산업사

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