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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픈데…” “감기 갖고 뭘…”코로나19가 묻는 ‘아플 권리’
각기 다른 증상에 눈치 보기도
“다른 증상 당연, 서로 이해 필요”

“몸이 안 좋았던 첫 이틀간 자가검사 결과 음성이 떴는데 회사에선 ‘기분 탓이다’고 믿어주지 않더라고요. 확진 후엔 ‘상사가 겪어봤는데 감기라더라. 혹시라도 몸이 괜찮으면 바로 말해’라고 해 너무 눈치가 보였어요.”

30대 직장인 장모 씨는 이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후 설사와 함께 소리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목이 붓는 증상을 닷새 가까이 겪었다. 장씨는 직장에 얼마나 아픈지를 증명해야 하고 이해를 구해야 하는 과정에서 서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23일 기준 확진자가 1000만명을 넘으면서, 국민 5명 중 1명꼴로 코로나19를 앓은 경험이 있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증상과 후유증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사람들의 달라진 인식으로 갈등을 겪는 시민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경험에 기반해 일반화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치료 받을 권리를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직장인의 경우 회사마다 확진 시에도 재택근무를 하거나 개별 연차를 쓰는 등 근무 방침이 다른 상황이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30대 공무원 A씨는 확진 후 몸이 아파 휴가인 상황에서도 카카오톡방에서 업무 지시를 받았다. A씨는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엄청 급한 건 아닌데 살펴볼 수 있음 봐 달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이후 증상이 안 심하다는 얘기가 도니 ‘안 아프겠지’라고 이미 답을 정해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몸이 아파 과제를 내지 못하지만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일도 나온다. 중앙대에 재학 중인 이모(23) 씨는 지난 21일 확진돼 재택치료 중이다. 이씨는 “몸살기와 기침이 심해 과제를 해내기가 힘든데 교수님으로부터 이틀 남은 마감 기한을 미뤄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며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몸도 아프고 자책감까지 들어 마음도 속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상이 경미했던 확진자의 경우 실제로 격리 기간 등 방역 지침에 의문을 갖기도 한다. 이날 격리가 해제되는 직장인 서혜림(29) 씨는 “증상이 안 심해 생활이 가능한 상태인데 개개인 상황과 무관하게 모두가 7일이라는 격리 기간을 적용받는 게 비효율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증상의 강도를 따지는 일이 소모적일 수 있다고 봤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통증을 느끼는 개인의 역치와 임상 증상이 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의학적 증상에 대해선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 서로 이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이 결국 우리 사회가 아픈 몸을 이끌고 노동이나 과업을 수행하지 않도록 건강권을 서로 보장해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이어 “사용자 등 업무를 맡기는 사람은 이윤과 생산성을 고려해야겠지만 상대를 신뢰하며 회복을 위해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향후 생산성을 위해서 좋다”고 덧붙였다. 김희량·김영철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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