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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과학칼럼] 이것없이 ESG달성 어렵다

‘책임 있는 공급망’이라는 용어는 식품과 의류 분야에서 처음 사용됐다. 환경과 사회에 안전하고 책임 있는 기준이 원료 확보부터 생산 단계 전 과정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 단어는 주석, 텅스텐과 같은 분쟁광물(아프리카 분쟁지역에서 생산되는, 전쟁과 범죄의 자금이 되는 광물)의 규제 논의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책임이라는 단어는 ‘지속 가능한’ ‘‘윤리적’ ‘그린’ 또는 ‘분쟁이 없는’과 동일한 개념이다. 공급망은 단순한 구매보다는 생산지와 생산 공정에 대한 정보까지 담고 있다. 따라서 ‘책임 있는 공급망’은 사회적·환경적·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물건은 지구에서 얻어진 원료로부터 생산된 것들이다. 광석광물에서 막대한 양의 철, 니켈, 구리 등의 금속을 선택적으로 뽑아 쓰며 인류는 기술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그 결과 폭우, 폭설, 슈퍼태풍 등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을 시급하게 달성해야하는 중대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저탄소 기술에 일부 금속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은행에 의하면 향후 25년간 넷제로(Net-zero)를 위한 구리의 양은 인류가 지난 5000년 동안 사용한 구리의 양과 맞먹는다. 광업은 환경 영향이 큰 산업이다. ‘책임 있는 공급망’을 통해 어마어마한 양의 금속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 있을까? 앞으로 매우 많은 양의 금속이 필요하다는 단순함 이상의 숨은 진실을 살펴보아야 한다. 청정에너지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원소인 리튬은 2050년까지 2017년 생산량의 965배가 필요하다. 남아메리카의 염호에서 생산된 리튬탄산염은 중국에서 배터리 원료 순도의 리튬화합물로 정련된다. 이후 한국산 리튬배터리가 되어 유럽이나 미국 등으로 수출된다.

‘책임 있는 공급망’을 달성하기 위해 과학기술자들은 광석에서 금속을 분리, 정제할 때 물과 화학물질의 사용을 크게 혹은 완전히 줄이는, 고난도 기술을 개발하려 애쓰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리튬은 채굴 후 리튬배터리 전기차가 될 때까지 약 5만킬로미터를 이동한다고 한다. 원료와 상품의 장거리 이동은 그만큼 탄소 배출을 늘리는 요인이 된다. 이렇게 보면 장거리 수송이 불필요하고 이미 채굴을 거쳐 가공된 리튬자원인 폐배터리로부터 리튬을 쉽게 추출할 수 있는 기술 개발 역시 ‘책임 있는 공급망’ 달성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요즘 ESG 경영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뜨거운 정도를 넘어 ESG를 기업의 생존에 필수 불가결한 변화로 보는 듯하다. 글로벌 금융투자자들이 ESG를 강화하는 기업을 선별해 집중 투자하겠다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ESG 중 사회와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일은 경영자의 의지와 합리적인 판단으로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는 일이다. 대기업의 여성 임원 수가 부쩍 늘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ESG의 환경 부문에는 재생에너지 사용량과 매출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포함되어 있다. 결국 기술 개발을 포함한 산업생태계 전반에 걸친 혁신과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제조업이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우리나라에서 ‘책임 있는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ESG의 달성과 지속가능경영’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위한 핵심 열쇠’가 아닐까?

이수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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