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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잇단 동물학대에도 ‘솜방망이 처벌’…“양형기준 부재 탓”
동물보호법 위반 2010년 69건→2020년 992건 ‘급증’
2016~2020년 구속 기소·송치 인원 단 11명
“동물학대 범죄 수사기관서 심각성 인지 부족”
“지난해 ‘고양이 고어방’ 사건, 가해자는 집유”
전문가들 “동물학대 관련 양형기준 신설돼야”
“재물손괴죄에 비해 높은 법정형 설정, 필요”
지난 14일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단체들이 서울 마포경찰서 앞에서 동물학대범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제공]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최근 온라인상에서 길고양이를 철창에 가둔 뒤 산 채로 불태운 영상 등 잇단 동물학대 사건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지만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은 아직도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동물학대 판결 과정에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양형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9월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동물보호법 위반 관련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발생한 동물보호법 위반 건수는 69건이었지만 2020년에는 992건으로 집계돼 11년 사이 15배 이상 급증했다. 기소·송치 인원은 지난 2010년 53명이었으나 2020년에는 565명으로 10배 이상 올랐다.

그러나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들에서 징역형이 선고되는 비율은 턱없이 낮아 잔혹 살해에도 적절한 실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학대해 죽인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지만, 처벌 수위는 재판부에 따라 들쑥날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인해 구속돼 송치·기소된 인원은 최근 5년간(2016~2020년) 총 11명에 불과했다.

‘동물학대 사건 현장출동 및 수사 경험’ 설문조사 내용. [이은주 의원실 제공]
동물보호법 위반 관련 현황. [이은주 의원실 제공]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15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해마다 1000건에 가까운 동물학대 사건이 접수되지만 징역이 선고되는 비율은 0.1~0.3% 수준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벌금형이나 무혐의, 불기소 처분, 집행 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고 꼬집었다.

동물을 잔혹히 살해했음에도 처벌 수위가 낮았던 대표적인 사례에 대해 동물권행동 카라의 최민경 정책행동팀장은 지난해 초 온라인메신저 대화방에서 고양이 학대 영상을 공유한 ‘고양이 고어방 사건’을 언급했다. 당시 검찰은 법정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했지만,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최 팀장은 “어떤 경우는 벌금형에도 징역형 내리는 판사가 있는가 하면, ‘고양이 고어방 사건’처럼 검사가 최고 징역형을 구형해도 재판부에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판결 내리기도 한다”며 “판결 결과가 복불복이라서 동물보호법이 유명무실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수사기관이 사안의 중대성을 아직 인명 피해 사건만큼 심각하게 인지하지 않는 경향도 낮은 처벌 수위에 그치는 원인으로 주목했다. 이를 증명하듯, 이은주 의원이 지난해 5월 11일부터 20일까지 경찰청 고객만족모니터센터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 중 ‘동물학대가 의심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답변으로 ‘당시 신고된 혹은 수사중인 사건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된다’는 답변이 41.7%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권유림 법률사무소 율담 변호사는 “만약 인명 피해가 발생한 범죄였다면 모든 수사기관이 나서서 예방했을 것”이라며 “아직도 동물학대 범죄에 대해선 인명범죄에 비해 가볍게 여기고, 재범률이 높음에도 심각성을 인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단체 등 전문가들은 동물학대 사건에도 양형기준을 설정하고, 형량도 재물손괴죄보다 높은 수준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최 팀장은 “양형 기준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 중대범죄나 살인사건은 양형 기준이 마련돼 있어 판결 과정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사용 된다”며 “양형 기준이 있으면 재판에서도 감경 사유 등을 일관성 있게 양형 기준에 따져서 내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동물보호법이 재물손괴죄의 형량과 동일하기에, 범죄의 중요성이 여전히 재물손괴 수준의 인식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물보호법의 형량을 재물손괴죄보다 높게 설정해야 경찰도 중대한 범죄로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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