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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셋값 올라 택도 없어요”…공전하는 LH 청년·신혼부부전세임대 [부동산360]
지난해 신혼부부 전세임대 9996가구 공급
목표치 대비 실적 74%로 저조한 성적
입주대상자 마땅한 주택 찾지 못해 지원 포기
낮은 지원금에 까다로운 절차로 집주인·중개인 외면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전셋값이 너무 올라서 지금 주는 지원금으로는 택도 없어요. 초과금액을 온전히 준비해야 하는데 전세대출도 안 되다 보니 아무래도 부담이 큽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청년·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전세임대주택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낮은 지원금과 까다로운 계약 절차 등으로 입주대상자가 지원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임대주택은 입주자가 주택을 고르면 LH가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입주자에게 저렴하게 재임대해주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입주자는 월 임대료로 지원금에 대한 연 1~2%의 이자를 LH에 납부한다.

13일 LH에 따르면 지난해 신혼부부에게 공급된 전세임대주택은 9996가구로 총 1조266억원의 전세임대기금이 지원됐다. 이는 당초 계획(1만3500호)의 74.0% 수준으로 목표에 한참 못 미친다. 청년 전세임대주택으로는 1만5350가구가 공급됐다. 연간 목표 1만5500가구를 달성하지 못했다.

전세임대주택 공급 실적이 저조한 것은 입주대상자가 마땅한 주택을 찾지 못해 지원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단 지원한도액이 낮다 보니 조건에 맞는 물건을 찾기 어렵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청년 전세임대주택은 한도금액이 1억2000만원으로 책정돼 있고 신혼부부 전세임대주택의 경우 지원금의 5%를 보증금으로 내야 하는 1유형은 1억3500만원, 20%를 내야 하는 2유형은 2억4000만원까지 한도를 두고 있다.

이는 최근 전세가격 흐름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주택의 평균 전셋값은 3억7413만원이다. 연립주택으로만 봐도 평균 가격은 1억7516만원에 달한다. 물론 초과 전세금을 입주자가 부담할 경우 지원이 가능하지만 이때 전세 대출은 불가능해 자기자본이 적은 이들에겐 어려운 선택지다.

지원금 상향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자 LH는 지난해 신혼부부 1유형의 한도액을 1500만원 높였다. 다만 청년은 2018년, 신혼부부 2유형은 2019년 기준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집계 기준 수도권의 전셋값은 작년 한 해에만 11.28% 올랐으며 2020년부터 계산하더라도 상승률은 20%를 훌쩍 넘는다.

전세임대주택을 지원받으려다 포기한 30대 김 모씨는 “서울에서 1억원대~2억원대 초반 전셋집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며 “물건이 있다고 해서 가보면 너무 좁은 것은 물론 해가 들지 않는 지하층, 결로나 곰팡이로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이 대부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집주인이나 중개인들이 계약을 기피하는 것도 걸림돌이 된다. LH는 권리분석을 통해 전세지원 가능여부를 결정하는데 집주인이 이러한 검증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데다 중개인도 서류 준비와 제출 등 일반계약이라면 하지 않아도 될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해 전세임대주택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용산구 후암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가격대에 맞는 물건은 아예 없고 추가 비용 부담을 전제로 찾아봐도 융자 때문에 지원 자체가 안 되는 물건이 많다”면서 “관련 서류 준비에 LH 측 법무사까지 나와 계약을 진행하다 보니 집주인도 꺼리고 우리 입장에서도 손이 많이 가 선호하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말 전세임대주택 지원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힌 한 신혼부부는 “부동산마다 LH 얘기만 꺼내면 일단 싫어한다”면서 “지원 가능한 전셋집이 거의 없는데 있다고 해도 들어가서 살 수 없을 정도라서 포기해야 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LH 관계자는 “주택물색도우미 도입, 부동산 정보 플랫폼업체와의 매물연계, 전세임대 포털서비스 개설 등 입주자 지원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함께 지원금 상향을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며 “향후 임대인 및 중개인 대상 인센티브 발굴 등 계약률 제고를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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