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비즈] 2022년, 보험업계 ‘게임의 룰’이 바뀐다

2022년은 보험업계의 미래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시기다. 올해의 결정으로 향후 20년 이상의 당기순이익의 흐름은 물론 주주배당 예측도 달라질 수 있다. 상품 개발과 자산 운용 전략에 따른 자본 규모와 적정 임직원 수가 결정될 수 있다. 2022년 새롭게 보험사 대표이사의 중책을 맡았다면 단 한 번의 선택이라도 신중해야 할 이유다.

그런데 왜 2022년일까. 2023년부터 바뀔 보험산업계 게임의 룰에 대비한 전략을 올해 안에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보험산업계, 특히 생명보험산업계 게임의 룰은 비교적 단순했다. 보험상품 판매를 많이 할수록 이익이 나는 구조로, 계약자가 보험료를 지불하면 당장의 수익으로 표시됐다. 계약자가 지급하는 보험금을 비용으로 처리하는데 보험계약 후 바로 보험금을 지급할 확률은 극히 작았다. 향후 지급될 보험금 비용을 후처리할 수 있었기에 판매를 많이 하면 당장의 이익이 늘어났다. 이 때문에 많은 보험사가 상품 판매를 가장 중요한 경영과제로 삼고 관리해왔다. 40여개가 넘는 보험사가 성업 중이고 정부 역시 일자리 창출 등의 측면에서 독려하고 제도적으로 지원해왔다.

하지만 ‘매출 증가’에 초점을 둔 보험업계의 호황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과거 2000년대 초반 일본의 보험사들은 금리가 하락하자 위기를 맞았다. 매출 증대에 초점을 맞춰왔던 일본 생명보험사들이 계약자에 지급하기로 한 고액의 만기보험금을 보험사의 자산 운용 실적으로 맞출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7개의 보험사가 사라지기도 했고, 계약자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해 수조엔의 공적 자금이 투입되기도 했다.

현재 한국의 보험시장은 경제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보험사가 존재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제 살 깎아 먹기’로 보험료를 낮추거나 만기 시 이자율이 너무 높은 상품을 판매하면서까지 신규 가입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보험사들은 이미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거나 철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23년 보험산업계가 고질적인 단기 매출 위주의 경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회계 기준을 바꿀 예정이다. 판매가 증가해도 당장의 수익으로 잡지 않고, 미래의 손실 위험이 있으면 모두 측정해 정보이용자에게 제대로 안내해야 한다. 2023년부터 시행되는 IFRS17(보험과 관련된 국제 회계 기준)이 바로 그 핵심이다. 보험사가 부담할 수 있는 금리 하락 예상 위기, 보증 옵션 등 관련된 모든 위험 역시 정기적으로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한다.

회사의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해 적정한 이익이 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우량 보험계약자를 잘 유지·관리하는 서비스가 필요해진 것이다. 또한 현재의 은행, 증권사와 같은 형태의 자산 운용이 아닌 보험사 비즈니스 특성에 맞춰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운용 전략을 세워야만 한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2022년에는 과거의 부실을 정리하고 새로운 전략을 기획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회가 있다는 점이다. 올해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느냐가 관건이다.

올해 보험업계에선 3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기억해야 한다. 첫째, 변경되는 제도에 따라 기업의 재정 상태와 손익 표기방법이 어떻게 변경되는지 철저히 이해하고 숙지해야 된다. 둘째, 변경되는 제도에 발맞춰 새로운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시기에 맞춰 수행할 적정 인력풀을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변경된 제도와 이를 바탕으로 수립된 전략에 대해 주주·외부 정보이용자와 충분히 소통하며 공감과 이해를 얻어야 한다.

과거의 영광만을 추억하고 경영 전략을 답습한다면 새롭게 개편되는 보험산업계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 새롭게 보험사를 이끌어갈 대표이사들의 의사 결정 중요성이 그 어떤 시기보다 부각되고 있다.

신병오 한국딜로이트그룹 금융산업 리더

ra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