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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러다 다주택자 될 판”…일시적 2주택자 ‘발동동’ [부동산360]
거래절벽 심화 속 ‘급매물 장세’ 형성
일시적 2주택자 1억 낮춘 급매도 매수자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임대 전환하는 사례 나와
“당분간 눈치보기 속 거래감소 불가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 다음달 이사를 앞둔 40대 김 모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아 고민이다. 호가를 직전 실거래가 대비 1억원 낮췄지만 도통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 일시적 2주택자인 김씨는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고 집을 팔아 새로 이사갈 집의 잔금을 치를 계획이었다. 그는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고도 했지만 문의조차 없다”며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포기하고 임대로 다시 내놓아야 하나 싶다”고 하소연했다.

주택시장이 극심한 거래절벽에 빠졌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모두 관망하고 있는 가운데 당장 매도가 급한 일시적 1가구 2주택자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이들이 호가를 낮춘 ‘급매물’을 쏟아내고 있지만 매수심리가 위축돼 있다 보니 이마저도 최근 들어선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분위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택 거래시장은 급매물을 중심으로만 손바뀜이 드물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와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매수심리가 쪼그라든 데다 오는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분간 지켜보자’는 심리가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주택가격 흐름이 속속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집값 고점에 대한 인식이 커진 영향도 크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건수는 1123건으로 연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12월 거래량으로도 역대 최저치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1523건)보다도 적다. 지난달 거래량도 678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거래 신고기한이 남았으나 역대 최저 수준을 벗어나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급매 중심의 시장에서 매도자의 다수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로 전해진다. 조정대상지역 기준 신규 주택 취득 1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양도해야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기한 내 매도를 서두르는 것이다. 그러나 급매물조차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자 ‘울며 겨자 먹기’로 2주택 유지를 선택하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고 중개업계는 전했다.

자신을 ‘비자발적 2주택자’라고 소개한 40대 한 남성은 “좋은 조건의 집이 나와 선매수를 하고 현재 이사했는데 살던 집이 가격을 낮춰도 안 팔린다”며 “다주택을 유지할 마음이 없고 경제적 여력은 더욱 없는데 다주택자가 될 판이다. 주택담보대출 이자까지 오르게 될 텐데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 지위를 유지하며 투자를 병행해온 이들도 막막함을 토로한다. 지방 대도시에 사는 A씨는 “원하는 집이 나와 급하게 먼저 계약을 했다. 잔금일을 길게 잡아 그전에만 집을 팔면 비과세 혜택을 받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매수 문의가 전혀 없다”며 “전세를 놓고 강제 다주택자의 길을 가야 하나 싶다”고 털어놨다.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강화 이후 줄곧 줄어왔던 다주택 지표가 하락세를 멈췄다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16.131로 전달(16.128) 대비 소폭 상승했다. 집계 이래 꾸준히 상승해왔던 이 지수는 2020년 7월을 기점으로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이 늘면서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지난해 12월까지 줄곧 하락 곡선을 그려왔다.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아파트, 다세대·연립주택 등 집합건물을 소유한 사람 중 2채 이상 소유한 사람의 비율을 나타낸다.

업계는 당분간 시장 위축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초부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에 금리 추가 인상이 단행된 데다 대선을 앞두고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연초 눈치보기 장세가 지속되며 거래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상반기까지는 시세보다 싼 매물만 팔리는 ‘급매물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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