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광장] 서울시 10년 재정운영의 아쉬움

지난 연말 서울시는 2022년 예산안을 가지고 시장과 의회가 첨예하게 대립하다 새해 시작 몇 시간 전에 극적으로 타결했다. 서울시장은 전임 시장 시절에 추진하던 시민단체에 지원이나 교통방송 예산을 삭감한 반면, 시의회는 이를 복원하고 시장이 추진하려는 사업을 삭감하려는 데서 갈등이 있었다. 결국은 서로 양보해서 시장 역점사업과 시장이 삭감한 예산 모두 80%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합의하고 새롭게 코로나19 생존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8576억원을 편성함으로써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모양까지 갖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시장과 시의회 의장이 예산사업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SNS를 통해 계속 발표하는 것을 보면 여진이 계속되는 것 같다. 다른 당 소속으로 정치적인 입장이 다른 시장과 시의회가 정책적으로 입장을 같이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협상과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는 것이 민주정치라고 볼 때 이번 예산 심의 과정은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10년간의 서울시 재정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여유로운 때였다. 서울시에서 공표한 재정 현황을 보면 2011년 일반회계 결산 기준으로 14조 5030억원이던 재정 규모가 2020년에는 무려 31조9521억원으로 10년 사이에 17조5000여억원이나 늘었다. 단순 계산해도 1년마다 1조7000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렇게 재정 규모가 급증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노령자를 위한 기초연금 시행, 기초생활보장비나 보육료 인상 등과 같은 사회복지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11년 3조3498억원이던 사회복지비는 2020년 13조3851억원으로 10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사회복지비 증가를 제외하고도 해마다 7000억원에 달하는 재정 규모의 확대가 있었다. 특히 지방세를 보면 2011년 11조6990억원이었으나 2020년 23조3930억원으로 거의 2배인 11조6940억원이 늘었다. 시민이 부담하는 세금 규모가 해마다 1조원 이상 는 것이다. 이렇게 지방세의 증가가 크게 되면 재정 운용의 자율성이 높아지고 새로운 사업을 할 여력이 커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때 무슨 사업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늘어나는 세금과 함께 지난 10년 시민이 체감하는 서울시의 서비스 수준은 얼마나 향상됐을까? 도시 환경은 얼마나 개선된 것일까? 시민에게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남겨놓은 유산은 무엇일까?

지난 10년간 늘어난 세금을 강남북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사용했더라면 서울의 모습이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도시철도나 인프라 구축을 강북 지역에 좀 더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에 혈세를 투입해 강북 지역의 인프라 구축을 뒤로 미뤄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여유로운 세수를 활용해 좀 더 많은 재원을 강북 지역의 교통이나 주택 등에 투입함으로써 도시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더라면 서울의 강남북 불균형의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10년간 해마다 1조원씩 세금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강남북 불균형 해소와 같은 서울의 미래에 대한 투자와 관련된 사업이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난 10년의 재정 운용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고홍석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jycaf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