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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읽는 신간]알려주지 않은 부작용 ‘나는 수면제를 끊었습니다’외

▶나는 수면제를 끊었습니다(정윤주 지음, 시크릿하우스)=단 한 알에서 시작된 수면제 의존과 단약의 처절한 고통을 생생하게 담았다. 이혼의 상처로 잠을 잘 수도 먹을 수도 없던 시간,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수면제의 효과는 강력했다. 그렇게 마음편히 7년을 지내온 저자는 약을 서서히 끊기 시작하면서 죽음에의 충동을 경험하게 된다. 소량으로 시작된 수면제는 그 양이 점점 늘어났고 언젠가 자연스레 끊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착각이었다. 그에게 약을 장기간 복용하다 끊으면 어떤 과정을 겪게 되는지 말해준 의사는 없었다. 금단현상은 안구통증과 작열감, 시력의 급약화, 어지러움과 두통, 식은땀과 함께 가슴 통증과 경련을 불러일으켰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병원을 찾기도 했다. 이어 소화불량과 메스꺼움, 구토 때문에 냄새에 예민해져 락스를 온 집안에 들이붓는 일이 이어졌다.물조차도 비위가 맞지 않아 수액주사를 맞아야 했다.수면제 한 알 끊은 것 뿐인데. 저자는 단약의 고통 가운데 하나는 아무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는 외로움이었다고 말한다.가족마저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고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상담사 조차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그들은 약을 끊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실제로 약을 끊으며 괴로워하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도와주고 싶어도 방법을 알지 못했다. 저자는 정신과에 가면 공통적으로 듣게 되는 ‘매일 30분 정도 햇빛을 보며 운동하고, 균형있고 영양가 있는 세끼 식사를 하며,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수면을 취하라’는 말이 수면제 단약에도 적용된다고 말한다. 속성 코스는 없으며 상식이자 본질을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잠 못드는 밤을 보내는 이들을 위한 실질적 조언과 정보를 제공한다.

▶오늘도 행복하기 위해 그림을 본다(김소울 지음, 흐름출판)=미술치료는 대인관계, 스트레스, 불안 등 우리를 힘들게 하는 감정을 해소하고 마음을 회복하는 데 적합한 심리치료로 종종 활용된다. 마음 속 상처를 드러냄으로써 치유의 효과를 주는 그림그리기처럼 그림감상도 마음 치료로 활용이 가능하다. 미술치료의 본고장 플로리다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박사학위를 받고 플로리다 마음연구소를 운영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저자는 내담자들이 공감하고 위로받았던 그림 28점을 엄선, 행복과 우울, 자존감과 외로움 등 우리 내면의 감정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법을 소개한다. 그림치료의 과정은 그림을 보고 느끼는 내 감정을 읽어내는 데서 시작한다. 마음이 힘든 건 감정의 실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림이 일으키는 마음의 상태를 표현함으로써 억눌린 자아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책에는 다양한 그림들과 내담자들이 등장한다. 가령 한 내담자는 조지 클로젠의 ‘흐느끼고 있는 젊은 여자’를 통해 그림 속 여자가 어떤 마음일지 자신을 투영해 설명한다. 그 속에서 자신의 슬픔을 읽어내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답을 찾아낸다. 언제나 운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생각의 전환법이 될 그림도 있다. 장 레옹 제롬의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는 긍정적 자기 암시로 잘 알려진 그리스 신화,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그림을 통해 읽어낸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정리해야 할지도 조목조목 일러준다.책에 소개된 그림들이 탄생한 배경과 화가의 이야기도 읽는 재미를 준다.

▶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수라이커 저우아드 지음, 신소희 옮김, 윌북)=대학을 갓 졸업한 스물두 살 저우아드는 생존률 35%의 백혈병 진단을 받는다. 시작은 가려움이었다. 피범벅된 다리를 감추려 검은 스타킹을 신고, 침대시트를 검은 색으로 바꾸었다. 골수이식수술과 화학요법을 진행하면서 그는 자신을 지탱해줄 뭔가가 필요했다.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그는 매일매일 썼다. 인공호흡기를 끼고 “분노와 질투와 고통이 바짝 말라붙을 때까지 쓰고 또 썼다.” 글쓰기는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1500일간의 투병 생활, 그 가운데서 발견한 글쓰기의 보람, 힘든 나날에 곁을 지켜준 사람들과의 애증과 우정, 우울을 떨치고 새롭게 시작한 미 대륙 횡단의 2만4140킬로미터의 자동차 여행까지 고통과 깨달음의 나날을 섬세한 문장으로 전한다. 저자는 암 투병에서 가장 힘든 시간은 치료가 끝난 다음에 시작됐다고 털어놨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방황 끝에 저자는 그 불확실성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 불확실성은 비단 질병 생존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몸과 마음, 질병과 건강 사이 경계는 허술하고, 많은 이들이 그 경계에 있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완벽한 건강 상태란 이상적 목표일 뿐, 거기에 매달리다 보면 현실을 온전히 살지 못한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저자는 고통과 공존하는 법을 강조한다. 고통의 존재를 외면하지도 고통에 삶을 빼앗기지도 않는 삶이다. 또한 상실과 이별에 대한 걱정으로 사랑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2021년 미국 ‘올해의 책’으로 다수 매체에 선정된 책은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큰 공감을 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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