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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들어오면 1년 고생”…줄폐점에 무너지는 도심상권 벨트
명동·종로 등 옛 황금상권 가보니
데이트·모임장소 인사동·북촌은 공실 즐비
관광객 없고 직장인 재택…식당·카페 텅텅
상권회복까지 최소한 1년…임대료는 그대로
매매시장 호황 ‘역설’…1년새 땅값 66%올라

“지금 삼청동에 식당이든 카페든 낸다 그러면 1년은 고생할 것 각오하고 들어와야 합니다. 사람이 안와서 상권이 싹 죽었어요.”(종로구 삼청동 A공인 대표)

“대로변 교차로 목 좋은 곳에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600만원으로 들어와있던 편의점이 나갔습니다. 유동인구가 줄면서 못 버틴거에요. 건물주가 3000에 550까지는 내릴 의향이 있지만, 더 많이는 안 내리려고 할 것입니다.”(가회동 B공인)

“지금 권리금 달라하면 말도 안되죠. 간혹 그런 말이 안되는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매물은 아예 빼고 중개합니다.”(인사동 C공인)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만 2년 간 이어지며 장기화하자 과거 화려한 명성을 자랑하던 서울 강북 도심권 상권이 고사 위기에 놓였다. 관광객이 사라지며 코로나19 시대 몰락 상권의 상징으로 불리던 명동 뿐 만이 아니다. 지난 11일 기자가 찾은 종로구 인사동~삼청동 일대는 인원제한과 영업시간 제한 등 코로나 방역지침이 장기화되고 한파까지 겹치면서 점심시간에도 식당과 카페가 텅텅 비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는 관련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광화문 일대 중대형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2020년 4분기 대비 3.6%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4분기의 임대가격을 100으로 놓았을때 96.4를 기록했다. 종로는 98.4, 명동은 무려 79.9까지 하락했다. 공실률 또한 두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광화문은 무려 23%, 종로 10.9%, 명동은 중대형 상가의 절반(47.2%) 가까이가 폐업하고 새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소규모 상가도 마찬가지다. 광화문의 소규모 상가 임대가격 지수는 지난해 3분기 99.2로 2020년 4분기 대비 0.8% 하락했다. 공실률은 19.3%로 집계됐다. 명동은 임대가격지수 85.4에 공실률 43.3%, 종로 상권은 98.3에 8.7%로 각각 조사됐다. 세부상권이라 별도 통계는 없지만 인사동, 가회동(북촌한옥마을), 삼청동 등 종로 북쪽 상권 또한 침체의 늪이 깊다. 인사동에서 찻집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광화문은 그나마 업무시설이 많고 직장인 의 수요가 있지만 인사동·삼청동은 관광객이나 내국인들이 모임이나 데이트 목적으로 찾는 곳”이라며 “거리두기에 따른 타격이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매출이 급감하자 기존 임차인이 나가고 공실로 남아 있는 기간도 길어지는 추세다. 임대차 매물 중개건이 없어지자 평일 낮에도 문을 걸어 잠근 공인중개사무소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하지만 임대료의 하락은 예상과 달리 크지 않다. 공실이 길어져도 임대료를 크게 낮추는 임대인이 많지 않다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전한다. 가회동 B공인 대표는 “2년마다 재계약할 수 있음에도 임대료를 파격적으로 낮추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라며 “혼자만 결정할 수도 없는 것이 다른 주변 상가 소유주들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암울한 임대차 시장과 달리 매매시장은 역설적으로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인사동(관훈동 84-5)의 한 근린시설은 지난해 2월 총액 26억2000만원에 소유권이 바뀌었다. 토지 3.3㎡당으로 계산하면 3600만원에 팔린것이다. 이어서 바로 옆 필지인 관훈동 84-4(일반상업지, 숙박시설)이 지난해 12월30일 호가 51억6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토지 3.3㎡당 가격으로 치면 5999만원으로, 1년도 안된 사이 땅값이 약 66% 상승한 셈이다.

오동협 빌딩로드(중개법인) 대표는 “장사가 안 돼도 (건물을) 더 비싼 값에 사려는 사람이 있으니 매매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면서 “최근 몇년간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는데 그 유동성이 규제가 많은 아파트로 못 가고 꼬마빌딩 등 건물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또 “과거 지방 큰 손들이 구입했던 대표 매물이 강남 아파트였다면, 이제는 꼬마빌딩이 그 자리를 차지했고, 꼬마빌딩 가격이 오르면 순차적으로 그 위에 있는 중형, 대형 빌딩도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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