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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이번엔 ‘고깃값과 전쟁’…대기업 약화하려 中企에 10억弗 지원
‘메이드 인 아메리카’ 라벨 규정 강화도 검토
인플레 잡으려 ‘휘발윳값과 전쟁’ 이은 2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독립 농장주 등과 가진 육류 산업 경쟁 촉진을 위한 가상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육류가격과 전쟁’을 3일(현지시간) 사실상 선포했다. 지난해 11월 연방거래위원회(FTC)에 급등하는 휘발윳값의 원인이 석유·가스업체의 불법행위 때문인지 조사하라고 촉구한 ‘휘발윳값과 전쟁’의 2탄쯤 된다.

이번에 쓰는 방법은 중소 육류·가금류 생산업체에 10억달러(약 1조1935조원)를 지원하는 것이다. 대기업의 시장 지배가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고 판단해 4대 육가공업체 견제를 염두에 둔 카드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을 잘못 짚었기에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육류 포장 부문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이런 내용을 담은 조치를 발표했다. 10억달러엔 독립 육류 생산업체 지원을 위한 3억7500만달러의 보조금 등이 포함돼 있다. 재원은 작년 3월 의회를 통과한 1조9000억달러 규모의 ‘미국구제계획’에서 충당한다. 아울러 ‘미국산(Made in America)’이라는 표시를 할 수 있는 규정도 까다롭게 하기로 했다. 어느 나라에서 키운 육류인지 모른 채 미국에 수입돼 가공되면 ‘미국 제품’이라는 딱지를 붙였는데 이를 엄격히 보겠다는 것이다.

백악관이 이런 처방전을 낸 건 소고기 가격이 휘발윳값만큼은 아니지만 가파르게 올라서다. 작년 11월 가격을 보면 전년 대비 20.9% 급등했다. 가금류 가격도 9% 상승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웃돌았다. 식료품에서 사는 고기·가금류·생선·달걀지수는 작년 11월 12.8% 상승한 걸로 나왔다.

백악관은 지난해 펴낸 분석자료에서 대형 육가공업체의 이익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300% 증가했다고 적었다. 업계가 인건비 등 투입 비용 상승으로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고 항변했지만 백악관은 대기업이 크게 이익을 봤다고 지목한 셈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내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독립 육가공 업체 관계자 등과 가진 육류산업 경쟁 촉진을 위한 가상회의에서 “이전에도 말했고 다시 말한다. 경쟁이 없는 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착취”라며 “육류·가금류 산업에서 보고 있는 게 바로 그것이다. 소규모의 독립적인 농부와 목장주가 사업에서 쫓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4대 업체가 소고기 시장의 85%, 가금류 시장의 54%를 통제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인플레이션을 대기업 탓으로 돌리려는 백악관의 이런 시도에 업계와 경제 전문가는 비판적이라고 WP는 전했다.

미 최대 육가공업체인 타이슨푸드는 “가격 상승은 팬데믹과 악천후로 인해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한 결과”라고 말했다.

마이크 브라운 전미가금협회 회장은 “백악관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중요한 도전에 대한 희생양으로 육류산업을 이용하는 걸 중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 내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독립 농장주 등과 진행한 육류산업 경쟁 촉진을 위한 가상회의에서 “경쟁이 없는 자본주의는 착취”라고 말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대형 육류업체가 고깃값 급등의 주범이라고 판단하고 중소 육류업체에 1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AP]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레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크게 오르 지난 1년 동안 독점력이 커졌다는 판단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했다.

피오니 스콧 모튼 예일대 교수는 “독립 육류 포장업체에 보조금을 주는 것과 같은 백악관의 일부 조치는 올해 신규 사업자가 시장에 합류하지 않는 한 소비자 가격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메릭 갈랜드 미 법무장관은 이날 백악관 행사에 참석, 농림부와 법무부가 함께 진행하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반독점 불만사항에 대한 ‘원스톱 상점’이 될 온라인 포털을 띄우겠다는 것이다. 갈랜드 장관은 “너무 많은 산업이 과하게 통합돼 있다”며 “우리 반독점 부서는 오랫동안 자금이 부족한데, 의회에 필요한 자원을 할당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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