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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일부터 기업 책임 강화...고발은 일본의 100배[공정거래사건 형사화 논란]
개정 공정거래법 30일 시행…기업 책임 크게 강화
공정위 고발, 2010년 19건→2019년 82건 증가
과징금 액수는 줄어드는데 고발 건수는 늘어
일본, 2010~2018 고발 4건…우리나라는 493건
기업 책임 강화된 만큼 형사화 비중 줄여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심판정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담합이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기업 책임을 크게 강화한 새 공정거래법이 30일부터 시행된다. 불법행위 인정 범위를 넓히고 과징금 규모도 늘어날 전망이지만, 처벌을 전제로 하는 고발은 오히려 늘고 있어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개정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이달 30일 시행된다. 일감몰아주기의 경우 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인 상장사에 한해 금지했지만, 새 법에 의하면 상장 여부와 무관하게 지분율 20%이상인 계열사와 이들 회사가 50%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담함과 관련해서도 가격, 생산량 등의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를 규제하고, 필요한 정보를 교환한 경우 사업자간 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추정하는 규정이 신설됐다. 이밖에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불공정행위 손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로 인정되면 법원에 제출을 강제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지만, 형사처벌 사례는 꾸준히 늘고 있다. 공정저래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10년 공정위의 검찰 고발 건수는 19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9년 82건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37건이었다. 대검에 따르면 올해 공정위 고발사건 접수 건수는 41건을 기록했다. 피고발자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2010년에는 39명이 고발을 당했고, 11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60명이 고발돼 13명이 기소됐다. 2018년에는 257명이 고발됐고, 63명이 기소돼 최근 10년 동안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0~2020년 고발 건수는 612건, 피고발자는 1355명이었다. 이 중 419건이 기소됐고, 기소유예가 30건, 기소중지 5건, 무혐의 처분 84건이었다. 32건이 아직 수사 중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고발된 사건의 68%는 실제 재판에 넘겨지는 셈이다.

판사 재직 시절 서울고법 공정거래 전담 재판부를 맡았던 법무법인 광장의 이인석 변호사가 취합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처럼 공정위에 전속고발권을 부여한 일본의 경우 2010~2018년 고발 총 사건은 4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공정위는 493건을 고발했다. 일본의 100배가 넘는 셈이다. 이 변호사는 “형사처벌 과잉은 시장에 참가하는 기업의 자율성 위축, 사법 비용의 증가, 집행의 불균형 등을 일으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태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 공시점검과장이 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

2010년 19건을 고발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액수는 총 6080억여 원이었다. 고발은 적게 하는 대신 과징금 부과 규모가 컸다. 반면 지난해 고발 사건은 37건이었지만, 과징금 부과 액수는 3800억여 원에 그쳤다. 그 전해인 2019년에는 82건을 고발했고, 과징금 규모는 1273억 원으로 근 10년간 가장 적은 액수였다. 행정 제재보다 형사고발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67건을 고발한 2017년은 1조3300억여 원으로 사상 최대액수를 기록했지만, 1조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퀄컴 사건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개정 공정거래법은 위반 행위자가 피해자에게 실제 손해의 세 배까지 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30일부터 자료 제출명령제가 도입되면서,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이 위반 행위자에게 손해의 증명, 손해액의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명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의 책임이 크게 강화된 셈이다. 집단소송 도입에 따른 민사적 구제 수단도 강화되면서 형사처벌 범위도 그만큼 제한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의 경우 경성 카르텔과 같은 일부 위반행위에 한정해 형사처벌하고, 전속고발제를 따로 두지 않는다.

공정거래법이 기업 책임을 두텁게 묻는 방향으로 개정되면서 로펌도 분주하게 대비에 나서고 있다. 법무법인 화우의 안창모 변호사는 최근 열린 웹 세미나를 통해 개정 공정거래법상 사업자간 외형이 일치하고 정보를 교환하면 가격에 대한 합의를 추정하는 규정이 신설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쟁사 임직원을 만나지 말고, 사업자단체회의에서 시장동향이나 가격동향을 논의하지 말 것, 불가피할게 경쟁사와 접촉할 경우 모임의 성격과 내용을 기록하라고 조언한다.

법무법인 율촌의 이충민 변호사는 신설된 ‘금지청구제도’에 주목한다. 새 공정거래법은 불공정거래행위, 혹은 방조행위를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자’까지 폭넓게 금지 또는 예방조치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새로 뒀다. 일종의 민사소송에서 가처분과 같은 제도다. 이 변호사는 이 금지청구 제도를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을 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법 위반이 문제될 경우, 직접 거래 상대방 뿐만 아니라 경쟁사업자 등으로 분쟁의 상대방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 변호사의 분석이다. 법무법인 화우의 성승현 변호사는 다만 특정 행위를 문제삼아 중단시키는 형태 외에, 거래 거절을 불공정행위라고 보고 기존 계약대로 공급하라는 식의 금지청구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성 변호사가 소개한 사례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한 사업자가 물품의 품목과 수량을 지정해 인도할 것을 요구하는 형태의 청구를 냈지만, 동경지방법원은 문리해석에도 맞지 않고, 강제집행도 불가능하며, 계약관계를 통해 이행 요구가 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밖에 경쟁사 관련 민감정보를 언급하는 경우 적정한 출처를 밝혀야 하고, 경쟁당국은 컴퓨터 서버 전체를 압수하는 경우가 많고 삭제된 이메일을 복구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고성능의 검색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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