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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구 1000만 체코, 고성 2000개..신성로마제국답게
샤토 즈비로흐 [체코관광청 제공]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체코를 중심으로 리뉴얼된 신성로마제국은 당연히 로마제국의 후계자임을 천명했다. 나중에 제국의 중심이 비엔나로 넘어가지만, 작은 체코가 ‘전 국토의 럭셔리화’를 끝낸 뒤였다.

인구 1000만명에 불과하고, 면적은 강원-영남을 합친 수준인 체코엔 2000여개의 성(城)과 샤토(chateau:중세풍 대저택)가 있다.

이들은 우리로 치면 영광 매간당 고택, 강릉 선교장, 경주 최부자댁 같은 것이다.

프라하궁이나 경복궁에선 여행자가 투숙할수 없지만, 국내 몇몇 귀족가문의 종택의 문화재활용체험 프로그램 처럼 체코의 성과 샤토 중 일부는 호텔 기능을 한다.

▶슈티르진(Hotel Zámek Štiřín)= 고성 호텔 슈티르진은 바로크 양식의 샤토다. 호텔 숙박과 휴식, 문화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사람들이 슈티르진 성 주변에 거주하게 된 것은 무척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가장 오래된 흔적은 무려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지역의 풍부한 물은 당시 인간의 생존에 기본 여건이 되었다. 그림 같은 풍경에 정착한 가장 오래된 민족은 신비로운 켈트족이라고 알려져 있다. 고대의 원형 성벽이 남아있어 외부 침입자로부터 자신을 지켰고 물과 식량뿐만이 아니라 금까지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호텔이 된 고성, 슈티리진

약 AD 500년 경, 슬라브 인이 정착했고 1562년, 황제 막시밀리안 2세가 체코 왕 대관식을 하러 가는 길에 잠시 머문 이 지역 근처에는 요새가 지어졌다.

이후 17세기에 이르러 기나긴 30년 전쟁이 끝난 후, 요새는 정원이 있는 성으로 바뀌게 된다. 1750년 레오폴드 안토닌 살름-라이퍼샤이트(Leopold Antonín Salm-Reifferscheidt) 백작 가문에 의해 새로운 성이 지어졌으며, 지금의 후기 바로크 양식으로 설계됐다. 1757년 서쪽 건물 두 개 층을 관통하는 샤토 예배당 건설로 마무리했다.

슈티르진에는 조금 더 특별한 이야기도 있다. 인본주의자이자 아동의 구세주였던 프르제미슬 피트르(Přemysl Pittr)에 대한 것인데, 그는 1,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평생을 아이들과 가난한 이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종전 후 그는 슈티르진(Štiřín), 올레쇼비체(Olešovice), 카메니체(Kamenice), 로요비체(Lojovic), 라드비(Ládví) 등 샤토와 기숙사를 이용해 강제 수용소에서 해방된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에게 머물 기회를 제공했다.

▶슈티르진 샤토 공원= 18세기 후반, 슈티르진 샤토가 바로크 스타일로 재건될 당시 공원과 온실을 함께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현재의 경관이 완성된 것은 19세기 말. 프라하 프루호니체 공원 (Průhonice Park)을 지은 백작 아르노시트 에마누엘 실비아 - 타로우카와 오스트리아의 여러 도시 설계자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1985년 시작된 체계적이고 전문적 리뉴얼은 매우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다. 현재 체코 최고의 공원과 정원 중 하나가 됐다. 본관 남쪽 정면 앞쪽에는 프랑스식 계단의 바로크 양식의 정원이 자리잡고 있다. 계단은 푸토(조각상의 일종)와 사계절을 상징하는 물품 및 식물로 장식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역사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새로운 요소를 섬세하게 추가한 대표적 리뉴얼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현재 약 침엽수 약 500그루, 낙엽수 약 90그루, 관목 약 5500그루, 진달랫과 꽃 약 1200그루, 철쭉과 꽃 약 550그루 등을 공원과 정원에서 만날 수 있다.

대부분 고성 호텔들이 매우 한정된 객실 수로 운영하고 있는 반면에 고성 호텔 슈티르진은 총 5개 건물에 63실의 규모로 선택의 폭이 넓다. 8개의 회의실과 9홀 골프코스, 아티스(Atis) 레스토랑, 웰니스 센터 등 편의시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재건된 공원이 주는 친 자연적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룬 9홀의 샤토 골프 코스는 매년 4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운영한다.

건물, 정원 및 기타 구조물이 들어선 샤토 전체 단지에 자연스럽게 들어앉았다. 일반 관광객의 관람은 제한되며 골퍼만 입장할 수 있다.

코젤양조장

▶벨케포포비체의 코젤 양조장= 고성 호텔 슈티르진에서 차량으로 약 5분 거리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코젤 양조장이 있다. 코젤은 체코의 라거로 정식 명칭은 벨코포포비츠키 코젤(Velkopopovický Kozel)이다. 프라하 남동쪽 약 25km 정도 떨어진 벨케 포포비체라는 지역에서 탄생했다.

1874년 체코에서 처음 생산된 코젤은 각기 다른 온도에서 볶은 다양한 맥아의 황금 배합 기술을 통해 편안한 목 넘김을 자랑하는 맥주이다. 한국인에게는 특히 시나몬과 함께 마시는 코젤다크로 유명하다. 200도 이상 고온에서 구워낸 어두운 맥아, 일명 다크 맥아는 코젤다크 특유의 어둡지만 매혹적인 색과 깊은 풍미를 만들어 낸다. 깊이 있는 부드러운 풍미를 자랑하는 코젤라거도 있다.

코젤은 체코어로 염소를 의미한다. 코젤의 상징 역시 맥주 병이나 캔 라벨에서 볼 수 있듯 염소다. 양조장의 첫 번째 맥주가 완성되었을 때 마침 마을을 방문한 프랑스인 화가가 환대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염소를 그려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현재까지 코젤 맥주의 캐릭터로 사용되고 있는 까만색 염소는 지금도 코젤 브루어리에서 만날 수 있다.

체코 내 곳곳에 위치한 코젤 직영점 코즈로프나(Kozlovna)는 물론, 여러 펍에서 코젤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샤토 호텔 즈비로흐 Chateau Hotel Zbiroh= 원래 고딕 양식이었던 즈비로흐 샤토는 현재 네오 르네상스 양식의 샤토로 재건된 곳이다. 12세기 말 기록에 의하면 가장 오래된 체코 귀족 저택이다.

프라하에서는 약 1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즈비로흐 샤토는 황금빛 라거 필스너 우르켈이 탄생한 플젠 가는 방향이라 프라하와 플젠에서 모두 가깝다. 수 세기에 걸쳐 내려오다 마침내 16세기 말, 루돌프 2세 황제에 의해 현재의 외관을 갖추게 된다.

이 오랜 샤토는 카를 4세 황제, 룩셈부르크 지기스문드와 루돌프 2세 황제가 소유했던 곳으로 ‘세 황제의 샤토’란 별칭을 얻었다.

덕분에 3명의 황제가 머물렀던 객실에서의 근사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즈비로흐 샤토에는 황제 만 머물렀던 것은 아니다. 아르 누보 양식의 대가로 알려진 체코 출신 화가 알폰스 무하(Alfonse Mucha)와 가족이 즈비로흐에 머물며 그의 역작으로 알려진 슬라프 서사시를 작업 했다. 현재는 샤토 펍의 갤러리에서 알폰스 무하가 머무는 동안 찍은 사진 전시가 소소하게 진행되고 있다.

낭만적 분위기 외에도 샤토와 호텔에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샤토 선술집 우 루돌포비 크라토흐빌레(U Rudolfovy kratochvíle)에서는 중세 시대 의상을 입은 직원이 서빙하는 체코 전통 음식을 즐길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플젠의 필스너 우르켈 양조장= 즈비로흐 고성 호텔 근교 플젠은 체코에서 탄생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라거 맥주인 필스너 우르켈의 고향이다.

필스너 우르켈 양조장

1842년 세계 최초로 플젠에선 탄생 한 필스너 타입의 맥주인 필스너 우르켈은 지금도 세계에 판매되는 모든 맥주를 이곳에서만 직접 양조 및 수출하고 있다.

필스너 우르켈은 최초의 라거 맥주로 하면발효 방식을 채택해 자테츠에서 재배한 최고급 사츠홉을 이용해 양조한다.

낮은 미네랄을 함유한 플젠의 부드러운 물, 모라비아 지역의 맥아, 사츠홉은 필스너 우르켈의 중요한 3대 원료다. 1842년 탄생 후 똑같은 황금빛과 청량한 향과 맛을 유지해온 필스너 우르켈은 쌉쌀하지만 깔끔한 맛이 일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플젠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필스너 우르켈 브루어리 투어다.

맥주 양조의 감춰진 역사, 재미있는 양조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투어의 클라이맥스는 ‘언필터드’라 불리는 아직 여과되지 않은 갓 양조한 신선한 필스너 우르켈을 시음하는 것이다. 지하 숙성실에서 신선한 생맥주를 마셔볼 수 있다.

매년 10월이면 플젠에서는 필스너 우르켈의 탄생을 기념하는 맥주 축제인 필스너 페스트가 열리며 2022년, 필스너 우르켈은 탄생 180주년을 맞이한다.

한편 체코관광청은 이달 22일 체코관광청의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성호텔 그리고 양조장과 관련한 크리스마스 깜짝 이벤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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