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콜·백신 접종 등 확인해 스티커…3장 확인해야만 입장 허용
1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가수 나훈아 'AGAIN 테스형' 콘서트를 찾은 관객들이 공연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승원 기자] 대형 마스크가 그려진 검은 막이 내려가자 화려한 조명 아래 흰옷을 입고 날개를 단 가황(歌皇)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훈아였다.
나훈아는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돔(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나훈아 어게인(Again) 테스형’ 콘서트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아담과 이브처럼’으로 무대를 연 나훈아는 시원하게 곡조를 뽑아내면서도 리듬에 맞춰 강약을 조절하고 가사에 맞는 제스쳐까지 더하며 좌중을 압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며 연일 7000명 안팎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지만, 이날 공연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팬들로 가득 메웠다.
부산에 이어 열리는 이번 서울 공연은 1회당 최대 5000명 규모로 진행된다. 19일까지 예정된 공연만 총 다섯 차례, 공연장을 찾는 사람만 해도 총 2만5000명 규모다.
이런 가운데 방역 조치가 강화되기 전 열리는 대형 콘서트인 만큼 곳곳에서 긴장이 감돌았다.
공연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 [연합] |
오후 5시, 입장이 시작되자 현장 관계자들은 관객들을 향해 ‘거리두기를 지켜주세요’, ‘마스크 제대로 착용해주세요’, ‘안심콜로 확인전화 해주세요’라고 외치며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지하철역 입구부터 공연장에 이르는 길목 곳곳에는 진행 요원들이 배치돼 신분증과 백신 접종 여부, 안심콜 기록을 확인하고 스티커를 붙였다. 확인용 스티커가 3개 있어야 입장할 수 있었다.
팬들의 오랜 기다림을 위로하듯 나훈아는 이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잡초’를 부를 때는 선글라스를 끼고 리듬에 몸을 흔들었고, ‘물레방아 도는데’ 무대에서는 1986년과 1996년 나훈아의 모습이 영상으로 더해져 팬들을 즐겁게 했다.
찢어진 청바지에 민소매 셔츠, 분홍색 스웨터 등을 입은 그는 “우리 식구들, 스태프들에게 ‘바람도 부는 데다 추워서 오늘 오신 분들은 정말 목숨 걸고 온 분들이다’고 이야기했다. 대답은 한 가지, 우리는 두 번 죽고 보자는 것”이라며 “정말 잘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랜만에 팬들을 만난 기쁨도 컸지만, 나훈아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방역수칙을 잘 지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곡 중간마다 “입 벌리지 말고”, “답답하죠? 할 수 없어요. 내가 잘해서 끝내야 한다”고 외치거나 “입을 벌리지 않은 채 ‘음’으로 대신 답해달라” 며 함성 대신 박수를 유도했다.
나훈아는 “예전에 쓴 일기를 보니 코로나가 인간을 가르치는 것 같다”며 평등함과 감사함, 겸손함을 언급했다. 누구든 병에 걸릴 수 있는 데다 일상 속 작은 순간이 감사하게 됐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면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절대 지지 말자. 기죽지 말고 이겨내야 한다. (우리는) 이겨낼 것이다”고 말하며 모두 함께 힘을 내자는 메시지도 강조했다.
공연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 [연합] |
공연은 예정된 시간 120분을 넘어서도 계속 이어졌다.
‘테스형’을 부른 뒤 옷을 갈아입은 그는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징글벨’까지 메들리로 노래하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고서야 마이크를 놓았다.
그런 뒤 팬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그는 “이전 같으면 ‘앙코르’ 소리가 이어졌겠지만, 지금은 소리 지르면 안 된다”며 “"무릎을 꿇은 것은 추운 날씨에 이렇게 와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뜨거웠던 콘서트는 앙코르 대신 안내 방송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한 번에 출구에 사람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구역별로 자리에서 차례로 일어나 나가야 했고, 어느 한쪽에 사람이 몰리면 즉시 진행 요원들이 나섰다.
경기 광명에서 온 윤모(61) 씨는 “건강 문제로 아직 접종을 못 한 터라 유전자증폭(PCR) 검사도 받고 방역수칙도 여러 차례 확인했다”며 “함성을 못 질러 아쉽지만 공연을 보는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친한 동생과 콘서트를 보러 왔다는 박모(66) 씨는 “다 함께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어려운 시국 속에서 이번 공연을 보고 많은 이들이 조금이나마 위안받았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나훈아는 주말인 18∼19일에는 오후 2시와 오후 7시 30분 등 총 4차례 무대에 선 뒤 24∼26일에는 대구 엑스코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대구 공연은 최대 5000명 규모로 승인받았으나, 거리두기 강화 등에 따른 조치로 20일 이후 열리는 모든 콘서트는 관객 수가 최대 4000명으로 줄어 공연 규모가 다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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