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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룩한 사랑, 익산 하트♥요새 ‘아가페정원’ 가심비 여행
오갈 데 없는 어르신 건강 위해
잠실운동장 크기에 수천그루 심어
메타세쿼이아 500그루 성벽처럼 도열
금강 용안습지공원엔 Y형 데크 여행길
서동공원 유등조형으로 무왕시대 재현
노을맛집 웅포, 교회오빠 못보는 두동교회
마한-백제 천년고도 익산, 숨겨진매력 방출
또하나의 익산 춘포, 웃으며 돌아보는 근대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익산 황등면엔 잠실야구장 만한 우람한 나무 ‘요새’가 있다. 500여 그루 메타세쿼이아가 12만 ㎡의 요새 성벽 처럼 둘러쳐진 모습으로, 유럽의 웬만한 성(城)이 부럽지 않은 위용이다.

아가페 정원 [팸투어·여행PR 에이전트 지앤씨21 드론촬영]

어떤 고난도 막아낼 것 같은 이 요새의 이름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뜻하는 ‘아가페 정원’이다. 얼핏, 그 당찬 위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낄지 몰라도, 이곳엔 깊은 사랑이 배어있다.

▶세번의 무조건적 사랑, 아가페정원= 1970년 고(故) 서정수 신부는 오갈데 없는 노인들을 보살피는 복지시설 아가페 정양원을 설립하면서 건강에 좋은 나무들을 심고 그 사이에 오솔길과 쉼터를 만든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이 주는 감정정화도 함께 도모한다. 단순히 시설에 수용해 보살피는데 그치지 않고 생활환경을 심신 건강에 도움이 되도록 가꾼 것이다.

좋은 나무를 많이 심은 데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복지시설 운영비용을 지원금으로만 충당하기에 버거워 사람들에게 좋은 나무를 잘 가꾼 다음, 필요한 국민들에게 팔아 정양원 어르신들의 음식과 생활에 모자람이 없도록 했던 것이다.

메타세쿼이아 호위무사들

메타세쿼이아 500주 외에, 섬잣나무, 공작단풍, 배롱나무, 향나무, 소나무 등 17종, 1416주가 여전히 건강하게 자라면서 황등면의 산소통이 되고 있다.

올해 3월 민간정원으로 등록하고 무료 개방하면서 갑자기 2040 MZ세대가 아름다운 정원에서 인생샷을 찍기 위해 몰려들었다. 한마디로 인스타맛집으로 떠오른 것이다.

▶호위무사 메타세쿼이아 500그루 하트모양 도열= 정원 안으로 어떤 어려움도 침노하지 못하게 막을 것 같은 호위무사 메타세쿼이아는 사랑을 뜻하는 하트(♥)모양으로 도열해 있다. 정양원의 어르신들도 오랜만에 젊은이들이 정원에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더욱 명랑해지고 있을 것이다.

아가페정원 인근 음식점가의 황등 육회

아가페 정원은 상사화 꽃길, 단풍나무길, 밤나무, 포멀가든, 은행나무 산책길 등으로 꾸며져 있다. 푸른하늘을 향해 솟은 수목 병정들을 믿음직한 뒷배 삼아 사진찍으면 어디서든 작품이 된다. 중간중간 벤치도 놓여있고, 계절마다 수선화, 튤립, 목련, 양귀비 등 번갈아 피는 화단도 잘 가꾸어져 있다.

아가페 정원에서 여생을 보내다 영면에 든 어르신들의 비석은 정원 한켠 피에타 조각상 아래 도열시켜, 이승을 떠나도 이 숲을 계속 즐기도록 배려했다.

성자나 부모가 아니면 어려운 아가페(무조건)적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나무 한그루 한그루에 정성을 다한 정양원 사람들의 노고가 생각나, 정원을 산책하면서 문득 문득 떠오르고 그때마다 감동과 감정정화를 한꺼번에 얻는다. 인근 식당가의 건강미식 황등 육회는 덤이다.

용안습지공원 [팸투어·여행PR 에이전트 지앤씨21 드론촬영]

▶바람개비길 아래 프리스타일 ‘Y’ 형 용안습지탐방로= 지난해 도심 중앙로의 고백스타, 금강변 성당포구 바람개비길 등 MZ세대 데이트 핫플레이스로 유명세를 얻은 익산이 올해 공개한 멋진 사랑의 결실이 바로 아가페 정원이다.

4.8㎞ 둑방 바람개비길에서 내려다 보는 갈대바다 용안생태습지는 1년새 부쩍 국민 가까이 다가왔다. 먼발치에서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연꽃습지 위로 멋진 Y자 데크길이 놓이고, 안전 하이킹을 위한 편의 시설도 좋아졌다.

금강변의 용안생태습지 공원은 67만㎡ 규모로 여의도 면적 보다 약간 작다. 용안생태공원 옆엔, 갈대수피아와 미로가 만들어진, 55만평 규모 전국 최대 시범 억새단지가 있는데, 이를 합하면 이 일대 습지면적은 여의도의 1.5배쯤 된다.

용안습지에서 그들은 말이 없었다.

몇몇 지자체의 스카이워크에 Y자 열풍이 불더니 익산은 습지공원 데크길을 프리스타일 ‘Y’ 형태로 만들었다. Y자 한복판은 여름이 되면 초대형 연꽃밭의 중심이 된다.

▶살아있는 생물학습도감= 살아있는 현장생물학습도감이기도 하다. 청개구리광장, 풍뎅이광장, 잠자리광장, 나비광장, 조류전망대, 야외학습장, 식물관찰원, 갈대체험원에서 가족들은 가슴이 움직이는 에듀테인먼트를 할수 있겠다. 여름에는 연꽃,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억새, 겨울에는 철새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아빠는 아이에게 “습지는 많은 생물들을 보호하고, 홍수방지, 해안침식 방지 역할도 하며, 지하수량 조절해 환경을 잘 보존하는 지킴이”라고 말해줄수 있겠다.

이곳엔 오색나비메뚜기, 소금쟁이, 호랑거미 등 희귀생물도 많고, 나무에 붙어사는 ‘보라해’라는 생물도 있는데, 방탄소년단(BTS)의 팬덤 아미(ARMY)들이 재미있어 할 것 같다. 석양 명소인데, 익산 서부엔 이런 곳이 워낙 많다.

▶웅포곰개나루, 두동교회, 서동공원= 용안습지를 떠나 김대건 신부가 사제서품 이후 첫 상륙한 성당포구를 거쳐, 남서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금강 조망 및 해넘이 명소 웅포 곰개나루가 있다. 노을 무렵, 비단 금(錦) 자 금강은 이때 금메달 금(金) 자로 바뀐다. 다시 해가 갯목 아래로 잠길 무렵 부터 달이 떠 있는 때 까지, 이름과 풍경을 바꾸어 ‘금강명월’로 변신한다.

내륙으로 조금 들어오면 만나는 두동교회는 100여년 역사를 가진 ‘ㄱ’자형 한옥교회로, ‘남녀유별’의 구조가 이채롭다. 남성과 여성을 수직으로 분리배치한 곳이라, 교회오빠 얼굴 보기가 불가능하다. 국내에서 3~4곳 밖에 안되는 남녀칠세부동석 예배당이라, 봉건적 구조이지만 희소성이 있다.

서동공원 유등 조형물

익산의 사랑과 낭만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백제 고도의 자취에서도 느껴진다. 금마면 일대에 집중돼 있는 백제고도 중 서동공원은 요즘 유등 조형물로 고도를 복원해 놓았다.

서동 무왕과 신라 선화공주의 로맨스가 주된 컨셉트이고 무너졌던 석탑이 부활한 곳을 지나면 여행자가 왕이되어 궁을 향해 들어가는 사이 시녀와 백관들이 머리를 조아린다. 저녁 무렵 놀러가면 뿌듯하다.

인근 금마저수지는 미륵산에서 올라가 내려다 보면 한반도 모습을 빼닮았다. 여름철 연꽃의 아름다움은 용안습지 만큼 아름답다.

익산 문화예술의 거리 고백스타

▶반전매력 문화예술의 거리= 익산역 근처, 작은 명동이라 불리는 중앙로는 익산문화예술의 거리와 근대역사관이 있다. 익산아트센터는 MZ세대 특히 연인과 부부들의 참새방앗간이 됐는데, 사랑 고백 실루엣 인증샷으로 유명한 고백스타 포토존과 트릭아트로 꾸몄다.

고전과 근대가 어우러진 근대역사관에는 위인은 빼고, 익산의 흔한 이웃들 얼굴과 일대기를 적어두어 인간극장의 공감이 큰 곳이다.

MZ감성의 익산여행 아이템들이 얼핏 마한의 중심도시, 백제의 고도(古都)였던 이미지와 다른 반전매력 같지만, 수도가 그렇듯, 원래 가지고 있던 인문학 자산들이다.

▶치수과학 돋보인 익산 왕궁, 산책로가 된 익산토성= 쌍릉 중 대왕릉 주인은 무왕임이 밝혀졌지만, 소왕릉의 주인이 선화공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무왕은 정치적인 이유로 공식기록으로는 사택부인과 결혼했지만 나중에 이혼한다. 다른 여인도 거론되기에 소왕릉의 주인을 가리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둔덕위에 안착한 소왕릉 주변엔 단을 구분하는 표석돌들이 동그랗게 놓여있어, 이 미확인묘지는 밑에서 올려다보면 미확인비행물체 느낌도 든다.

소왕릉

신라 선화공주를 사랑에 빠지게 한 로맨스 원정대장 백제 무왕이 익산 천도를 도모하며 건설했던 왕궁리 유적에선 많은 과학이 엿보인다. 동서 245m, 남북 490m의 성내 생활공간에 완반한 경사의 인공수로와 저수시설, 전각 요소요소에 물을 활용하고 배수하는 치수시설을 만들었다. 1400년전 기술이다.

또 궁의 가장 낮은 지역에 공동 수세식 화장실을 만들어 눈길을 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 분뇨의 자정작용이 어느정도 이뤄진 후에야 수로로 배출하는 지혜도 엿보인다.

“앗 백제인이!” 익산왕궁 수세식 공동화장실

왕궁리 북서쪽 공방에선 정교한 금-유리-동 제품, 도기류 등을 만든 흔적이 확인됐는데, 관영 공방 장인들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이들만이 왕궁에서 근무하며 금 보다 비쌌다는 납, 철, 구리 합유 유리제품을 생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금산의 익산토성은 최근 연인, 친구, 가족들이 가볍게 거닐수 있는 산책로를 만들어두었다.

춘포마을 [팸투어·여행PR 에이전트 지앤씨21 드론촬영]

▶춘포 이야기= 국내 간이역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춘포역과 춘포리는 익산의 새로운 얼굴이다. 만경강 범람을 막는 제방을 일제시대 주민들이 쌓아 새로운 생활터전을 만들었지만 일제의 양곡 수탈 전진기지가 되어야만 했다. 물론 일인들 중에는 한국인과 친분을 쌓고 이곳 소학교를 나와 고향방문하듯 찾기도 한다. 일본인 관리인이 살던 2층짜리 일본식 가옥은 이제는 과거를 웃으며 말할 수 있는 근대유산이 됐다. 정치가 밉지, 사람 모두가 미운 것은 아닌 것이다.

일제강점기 수탈이라는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춘포 일대에서는 마을 한바퀴 도보트레킹을 해봐야 한다. 춘포역은 국내 간이역 중 최초로 생긴 곳인데, 역에 대한 설명이 끝나면 이상열 해설사가 여행자를 따라나서 마을 곳곳을 안내해준다.

역을 나가면 대장교회, 호소가와 가옥(농업 및 정미 기술자 일본인의 집)과 농장, 만경강길, 김성철(일본인 소유 농장 관리인) 가옥, 대장정미소, 지서집 등을 돈다. 동학군의 항일 습격 등도 있었던 곳이다.

춘포 인문학을 키우고 마을을 잘 단장하려는 마음들이 현주민 출향민 사이에 형성되고 있다.

해방후 일본인들의 재산이 많이 남았던 이곳에 공무원들이 많이 살았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쓴웃음이 지어진다. ‘잔재’라는 유령까지 동반하는 야만의 시대가 다시 오지 않도록 잘 지키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지혜롭게, 다치지않고,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온 춘포사람들을 보면서, 웃으면서 밟아본 일제강점의 흔적이었다. 춘포를 아름답게 하려는 움직임이 주민과 출향민 사이에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내년에 오면 춘포는 또 달라져 있을 것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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