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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의 민주당 ‘586’이 사라졌다
‘운동권 세대’ 퇴조...확 달라진 대선
586 목소리 줄고 실리적 인물 전면에
李후보 통일 발언도 기존 586과 거리
‘청년’ 강조 선대위는 ‘꼰대 경계령’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9일 광주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국민 선대위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셀카봉으로 직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에서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1980년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로 상징되는 학생운동 지도부 출신으로 통일·노동·민주화 운동을 펼쳤고, 2000년대 민주당 계열 정당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586 주류 인사들의 얼굴도 안 보인다. 민주당의 최전선엔 아예 새로운 세대의 인물이거나, 생물학적으로는 586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당내 ‘비주류’ 인사들이 포진했다.

“현역 더불어민주당 의원 둘 중 한 명은 86인데, 선대위에 누구를 임명해도 ‘586이 대세’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이제 ‘또 586이냐’라고 할 만큼 피로감을 나타내고 있다. 586 의원들도 스스로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는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한 수도권 지역구 출신 ‘586’ 세대 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그는 “우리가 기존에 핵심이라고 부르던 586은 이미 2선으로 물러난 것 아니냐”고 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주도한 선거대책위원회 개편의 핵심 중 하나도 586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선대위 개편 인선을 발표하며 총무본부장에 김영진 의원, 전략기획본부장에 강훈식 의원, 정책본부장에 윤후덕 의원, 조직본부장에 이원욱 의원, 직능본부장에 김병욱 의원, 홍보본부장에 김영희 전 MBC 부사장을 임명했다. 기존 20개가 넘는 본부 체제를 6개 핵심 부서만 남긴 셈이다.

이들 6명 본부장 중 나이로 따지면 ‘586 세대’는 3명이다. 김영진, 이원욱, 김병욱 의원이다. 이에 앞서 선대위 비서실장을 맡은 오영훈 의원과 정무단장을 맡은 윤건영 의원, 총괄상황실장을 맡은 서영교 의원도 역시 ‘586 그룹’이긴 하다.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민주당 의원 역시 대표적인 ‘86 그룹’이다.

그러나 이들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이인영 통일부 장관, 우상호 의원 등 ‘주류’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 그래서 민주당 내에서는 오히려 “기존 586의 목소리가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선대위 요직에 임명된 586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기존 586과는 세대가 나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장 민주당 586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은 김영진 의원과 윤건영 의원뿐이다. 사실상 전대협 출신이 대선을 주도했던 지난 대선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기존에 민주당 586이라고 한다면 학생 시절에 통일 운동에 투신했던 전대협 출신을 가리켰다. 지금 선대위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은 그보다도 다음 세대에 해당한다”라며 “최근 선대위나 후보가 내놓는 메시지 역시 기존 586 그룹이 주장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다. 내용적인 면에서 사실상 586과 이 후보가 길을 달리한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이 후보의 메시지는 기존 민주당 586 그룹이 강조했던 메시지와는 다르다. 이 후보는 최근 대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통일 문제에 대해 “너무 정치적으로 접근 않고, 실리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있다. 통일은 지향하기엔 너무 늦었고, 대북 지원은 효율성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과거 학생 운동과 거리가 멀었던 이 후보뿐만 아니라 선대위 내에서조차 586의 목소리가 줄어든 데 대해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 지지층에서조차 586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동주 정치평론가는 “586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임종석 전 실장의 경우, 16대부터 국회의원을 했고 우상호, 이인영 의원 역시 17대부터 중앙정치에 발을 들였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20년 넘게 민주당을 장기집권하고 있는 셈”이라며 “특히 지난 선거에서 부동산 투기 문제나 자녀 입시 문제 등을 거치며 ‘586 세대’의 기득권과 ‘내로남불’이 부각됐다. 586이 강조하고 있는 통일에 대한 메시지가 젊은 세대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이유”라고 했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 스스로가 ‘꼰대 이미지’ 탈피를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다. 선대위 내에서도 젊은 실무진이 주축이 돼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는 데 주력하고 있다”라며 “민주당이 갖고 있는 586 그룹의 이미지가 이번 대선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대체적인 기류”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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