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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펌 인사이드] ‘경력 10년’ 변호사, 판사 지원 저조… 인력 문제 직면한 법원
내년부터 경력 7년, 2026년엔 경력 10년자만 판사 임용
법원, “경험 많은 법조인 유인책 없어”
시민단체 “시험 위주 판사 선발 방식 바꿔라”
변호사 경력 길수록 법관 지원자 적어
김앤장 출신 저연차 변호사 비중 가장 높아
퇴직 법관 올 상반기만 85명…인력 수급 차질 전망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에 자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2026년부터는 10년 이상 법조 경력자라야 판사 임용 가능’. 초임 판사를 경력자 중에서 선발하는 ‘법조 일원화’ 제도 전면 시행을 앞두고 법원이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우수 인력을 유치해 왔지만, 10년차 법조인을 유인할 방책이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인력 수급 차질은 물론 재판 역량 하락까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나 참여연대 등 외부 단체들은 법조일원화 전면 시행을 유보할 게 아니라 그동안 정형화된 판사 선발 방식을 손보는 게 옳다는 입장이다.

2일 법원행정처와 참여연대에 따르면 법조 경력자만 판사에 임용할 수 있도록 한 2013년 이후 임용된 법관 수는 총 1000명이다. 이 중 법조 경력 10년 이상자는 42명(4.2%)에 불과했다. 법조 경력 4년이 407명(40.7%)으로 가장 많았고, 경력 5년을 채운 임용자가 311명(31.1%)으로 뒤를 이은 것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대비된다. 연차가 쌓일 수록 법관 임용 비중은 급격히 줄어든다.

[참여연대 제공]

법원조직법상 판사 임용을 위해서는 법조 경력 10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력 수급 차질을 고려해 2013~2017년은 3년, 2018~2021년은 5년, 2022년~2025년은 7년 경력자를 임용할 수 있도록 유예 규정을 부칙으로 뒀다. 올해까지 법조경력 5년이었던 판사 임용 자격은 내년부턴 7년으로 늘어나고, 2026년부터는 10년으로 고정되는 셈이다.

우선 법조일원화 제도 취지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통계에서 보듯, 법원조직법에서 정한 최소 경력을 맞추는 선에서 선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경력 3년 이상을 요구했던 2013~2017년에는 3년 경력자가 해마다 적게는 54%, 많게는 86%를 차지했다. 2018~2021년에도 하한인 5년 경력자가 52.6%~71.3%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 현상을 접근하는 법원과 시민단체 시각은 전혀 다르다. 먼저 법원의 입장은 이렇다. 판사 승진제가 사라진 마당에 경력 10년차 되는 법조인을 유인할 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부장판사는 “변호사 10년차면 회사에서도 어느정도 자리를 잡을 때고, 자녀 교육에도 신경을 쓸 때인데 급여를 깎고 판사를 지원하겠다고 하면 가족들이 반길 리 없을 것”이라고 토로한다. 실제 경력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 2018년의 경우 신규 법관 임용자 수가 38명으로, 전년 161명에서 크게 감소했다.

지난 10월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답변하고 있다. [연합]

사법연수원 교수를 지낸 서울서부지법 조병구 부장판사도 ‘법관인력의 구조조정-법조일원화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고 있는가?’라는 논문을 통해 “10년차 이상 경력의 법조인은 법관임용 지원을 하는 인원수 자체가 적어서 신규법관 수요를 충족할 만한 공급이 이뤄질 수 없다는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논문에 따르면 10년 이상 경력자 지원 비율은 2013년 23%를 차지했지만 해마다 줄어들어 2020년에는 8%대로 떨어졌다. 연간 평균 100명 이상을 선발하는 경력법관에 지원하는 10년 이상 경력법조인 수가 1년에 5명 정도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참여연대는 지난 24일 발간한 ‘법조일원화 10년, 법관 임용 실태와 문제점’ 보고서를 통해 “법원은 판사임용난 해소 후 법조일원화 안착을 주장할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한다. 경력이 긴 법조인 지원자가 적다고 불평하지 말고 선발 기준을 고치라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현행 경력법관 선발 방식을 지목해 “우수한 법조경력자를 선발하기에 적합한 방식이 아니며, 이로 인해 풍부한 법조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고연차 변호사가 지원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 않은지부터 법원은 돌아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경력법관 선발은 크게 2단계 전형으로 나뉜다. 필기시험인 서면작성 평가는 일종의 오픈북 시험으로, 지원자가 문항을 골라 서면을 작성하고 합격과 불합격만 가리고 따로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우수 지원자를 선발하기보다 부적격자를 거르기 위한 절차로, 지원자의 상당수가 통과하는 시험이다. 반면 실무능력평가 면접은 임용 여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사례가 주어지고, 응시자는 법전을 참조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구상해 결론을 내고 면접위원들의 질문에 답한다. 사실상 여기서 당락이 결정된다.

상당수의 현직 판사들은 이 전형방식을 놓고 ‘고연차 변호사가 지원할 수 없도록 하는 시험’이라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오히려 최소한의 문제해결 능력을 확인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못하겠다고 하면 재판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지금도 배석판사 중에선 판결문 초고를 채우지 못해 공란을 비워놓고 부장에게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참여연대는 이러한 선발방식으로 인해 대형로펌의 저연차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판사가 임용되는 것이라 본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법조일원화가 시작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임용된 경력법관 중 김앤장법률사무소 출신이 79명(16.4%)으로 가장 많았다. 법무법인 세종과 바른이 각각 30명(6.2%), 광장 27명(5.6%), 태평양 22명(5.0%) 순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분포는 결과적인 것이고, 오히려 대형 로펌의 우수 인력이 선발되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한 법원행정처 고위 관계자는 “판사 선발 과정에서 구술시험을 볼 때 면접위원들은 지원자가 어느 로펌 소속인지 알지 못하고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가 폐지된 상황에서, 안정적인 법조일원화 제도 안착을 위해선 신규 선발 못지 않게 퇴직 법관 수를 줄이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병구 부장판사는 논문을 통해 “연륜과 경험이 축적된 법조인을 임용하는 것이 법조일원화의 궁극적 목적인데, 법관이 매년 상당한 수가 퇴직하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그 공백을 변호사와 검사 출신의 신임법관들로만 메울 수 잇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한다. 논문에 따르면 퇴직 법관 수는 2019년 53명이었다가 지난해에는 74명으로 늘었다.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85명이 퇴직했다. 참여연대가 퇴직 법관 279명의 근무 소속을 확인한 결과로는 112명(40.1%)이 대형로펌으로 이직했고, 114명(40.9%)이 중소형 로펌, 개인사무소 개업은 28명(10.0%)로 집계됐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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