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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보지 않은 인사평가” 이재용의 ‘뉴삼성’, 30대 임원 배출할까
삼성전자가 29일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출장에서 귀국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

[헤럴드경제=정태일·문영규 기자]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합니다.”(2020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국민 입장발표中)

삼성전자가 29일 내놓은 ‘미래지향 인사제도’는 이재용 부회장이 야심차게 계획 중인 ‘뉴삼성’의 초석 역할이라 중요성이 더욱 크게 평가된다. 이병철 선대회장의 ‘인재제일’ 창업이념과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기반 능력위주’ 인사 철학을 계승하면서 이 부회장만의 인사 혁신 의지가 본격 반영된 제도기 때문이다.

철저히 성과와 능력에 맞게 인재를 키우는 이 부회장의 인사 대실험으로 ‘30대 임원’ 등 파격적인 효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나아가 산업과 경제 트렌드가 빠른 속도로 전환되고 있고, 대내외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삼성의 이 같은 인사제도가 미래형 인재 양성을 위한 해법으로 자리잡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울러 삼성그룹은 물론 재계 전반으로 삼성식 인사제도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평, 유연한 조직’으로 완전 탈바꿈…뉴삼성 신호탄=삼성전자의 이번 인사제도 혁신안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뉴 삼성’ 비전 실현을 위한 토대다. 새로운 인사제도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변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새 인사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실리콘밸리식의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을 지향한다는 점에 있다. 전무 직급을 과감히 폐지하고 부사장으로 통합하면서 임원 간 직급 체계를 축소했다. 2분기 보고서 기준 삼성전자 전무는 129명인데 이 정도 수준이 대거 부사장으로 바뀌고, 곧 있을 인사에서도 전무 승진 대상자가 부사장이 되면서 삼성 직급의 경직성을 해소하고 더욱 젊은 임원 체제 구축에 맞게 설계됐다.

또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과 승격포인트가 폐지됨으로써 과감한 발탁 승진이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 CL2(이전 사원·대리급), CL3(과·차장급)는 각각 10년 가까이 지나야 승격이 가능했지만 새롭게 시행되는 제도에 따르면 업무 성과와 직무 전문성을 증명할 경우 몇 년 만에도 승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30대 임원 탄생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회사 인트라넷에 직급 및 사번 표기를 삭제하고 승격 발표도 폐지하는 한편 상호 높임말 사용을 공식화했다. 일하는 과정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직급이나 연차가 개입될 여지를 없애는 과감한 수평적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 내에서는 나이나 직급,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에 방점을 맞춘 셈이다.

삼성전자 기존 인사제도는 평가등급별로 정해진 비율이 있어 정해진 상위 고과를 획득하기 위해 부서내 경쟁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번 개편에선 평가방식을 기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해 우수한 인재임에도 성과에 부합하는 평가를 받지 못했던 부작용을 줄였다.

이밖에 부서장이 업무목표 진척도를 수시로 체크하고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바로바로 코칭해주는 수시 피드백 제도를 실시해 체계적으로 성과를 관리하고 직원들의 성장을 도울 예정이다.

▶2015년부터 시작된 준비, 이 부회장 직접 챙겨= 인사제도 개편은 2015년 삼성전자 사내망에서 진행된 임직원 대토론회를 통해 임직원들이 어떤 인사제도를 원하는지를 직접 듣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나온 의견들을 기초로 글로벌 기업 벤치마킹, 전문가 의견청취 등을 거쳐 개편안이 마련됐다.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 노동조합, 각 조직의 조직문화 담당자 1000여명 등을 대상으로 미리 내용을 설명하고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도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 임직원(2020년 7월) ▷워킹맘(2020년 8월) ▷반도체(2020년 7월)·디스플레이(2020년 6월) 연구원 ▷스마트공장 근무 직원(2020년 3월) 등과의 소규모 간담회 등을 통해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이 부회장이 ICT 기업 경영진들과의 미팅 시에도 일하는 문화와 조직문화 발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최근 미국 출장 중 구글, 아마존, MS(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경영진과 연쇄 회동을 통해서도 인재육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그동안 인사혁신을 통해 시대에 맞는 조직 변화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의 ‘인재제일’ 창업 이념을 핵심가치로 삼아왔으며 이건희 회장 역시 이같은 철학을 이어받아 제도개혁을 이끌어왔다. 이재용 부회장의 이번 혁신안도 선대 회장들의 철학을 계승한 결과다.

이건희 회장은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 1990년 지역 전문가 제도 등 혁신적인 제도들을 도입했다. 지역전문가 제도는 입사 3년차 이상 직원 대상 해외연수 프로그램으로 80개국 3500명의 지역 전문가를 양성했다.

1992년과 1993년에는 여성 전문직제, 국내 최초 대졸 여성 공채를 각각 실시하는 등 여성 인력의 활용을 확대하는데도 나섰다.

우수 인재의 도입을 위해 1993년 암기 위주 필기시험을 폐지, 종합적 자질을 평가하는 삼성직무적성검사를 도입하고 1995년에는 학력 제한을 없애는 ‘열린 채용’을 실시했다. 2005년에는 대학생 인턴제, 2011년 장애인 공채 등도 추진됐다.

2009년에는 자율 출근제 등을 통해 임직원들의 육아 등을 지원했고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밸)을 유지하는데 중점을 두는 제도를 만들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사제도 혁신을 통해 임직원들이 업무에 더욱 자율적으로 몰입할 수 있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미래지향적 조직문화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임직원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여 인사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killpass@heraldcorp.com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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