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요즘도 이런 사람이 많다니…” 매년 놀라운 숫자 발생[KISTI 과학향기]
[123RF]

“요즘도 결핵 있는 사람이 있어요?” 영화 기생충에 나온 대사처럼 과거와 달리 결핵 환자 수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연간 140만명이 결핵으로 사망하고 약 1000만 명의 환자가 새롭게 발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 기준 신규 결핵 환자 수가 2만 3821명이었던 만큼 매년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보건 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치료법이 있는데도 결핵균을 박멸하기 힘든 이유로는 결핵의 전염성이 높고 잠복기가 길다는 점이 꼽힌다.

결핵균은 결핵 환자가 기침할 때 공기 중에 뜬 비말과 함께 다른 사람의 들숨에 섞여 들어가 폐에 도달하는 과정을 거쳐 전염된다. 즉, 공기 매개성 전염병이다. 사실 결핵은 폐뿐 아니라 신체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결핵의 약 85%가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어 폐에서 발생하는 폐결핵이지만, ‘폐외결핵’이라고 하여 림프절결핵, 척추결핵, 장결핵 등 다른 장기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폐외결핵은 타인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주변의 폐결핵 환자 때문에 결핵균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모두 결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결핵균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선천적인 면역 기제로 방어될 수 있다. 선천 면역 장벽을 뚫더라도, 2차 면역 기제인 세포매개성 면역반응을 통해 폐 속에서 결핵균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 이때 형성된 면역세포는 혈액 속에 남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여 결핵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만약 선천성 면역에 의해 방어되었다면 결핵감염검사에서 음성, 2차 면역 반응이 일어났다면 양성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검사 결과가 양성이어도 균이 제거되거나 억제되면 결핵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상태를 잠복결핵이라고 한다.

[123RF]

그러나 영양 상태가 떨어지고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억제되어 있던 결핵균은 면역이 약해진 틈을 타 다시 증식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염증 반응과 폐손상이 일어나는 결핵 질환이 진행된다. 기침, 가래, 미열, 무기력감과 같은 일반적인 증상이라 구별하기 힘들지만, 기침, 가래가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결핵으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결정적으로는 결핵균 배양 검사와 흉부방사선사진을 통해 감염이 진단된다. 결핵환자는 진단 전에 주변에 결핵을 전염시킬 수 있으므로 이를 주의해야 한다.

항생제라는 든든한 아군을 내세워 결핵과 공존하는 인류에게 위협이 되는 점은 ‘항생제 내성’이다. 결핵은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핀과 같은 항결핵 약제를 6개월~18개월 이상 복용하여 완치될 수 있다. 약 복용 후 2주 정도 지나서는 전염력 또한 거의 사라지므로 사람 대면이 잦은 특별한 경우 외에는 적당히 주의하면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해서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면 오히려 몸속에서 더 강력한 결핵균을 키우는 셈이 된다. 주요 약제에 대한 내성을 가진 다제내성결핵으로 발전하면 약제 변경 후 치료 기간이 더 늘어나고 부작용도 늘어 치료 성공률이 떨어진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초기 치료에서 전문가의 진단에 따라 완치될 때까지 약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KISTI 제공]

마스크 착용도 비말 전염을 방지하므로 결핵을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모두가 마스크를 썼던 작년에 결핵 발병률이 감소했을 것으로 기대할 만하지만, 다른 호흡기 질환과 달리 긴 잠복 기간을 갖는 결핵은 발병률 측면에서 실제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 잠복해 있는 결핵균으로부터 스스로,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머지않아 마스크를 벗는 날이 오더라도 철저한 위생 관리와 예방에 주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글 : 정유희 과학칼럼니스트

nbgko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