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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석희 간 본 심상정이 내민 ‘S그룹 노사전략’…에세이 ‘장면들’ 출간

“JTBC로 와서 처음으로 ‘뉴스9’을 진행한 지 3주일 정도가 지난 2013년 10월 초순이었다.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중요한 문건이 하나 있으니 직접 사람을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뭐냐고 물었더니 ‘그냥 삼성 관련 건’이라 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손 사장이 못 낼 거면 얘기를 해달라. 그러면 다른 언론에라도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손석희 JTBC총괄사장이 최근 펴낸 저널리즘 에세이 ‘장면들’(창비)에서 맨 먼저 꺼내 든 삼성의 노조 무력화 전략 이야기다. JTBC로 옮기면서 언젠가 거쳐야할 시험대인 삼성의 벽을 맞닥뜨린 순간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저널리즘의 길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손 사장은 이 사건과 관련, 극비 취재 지시를 내리고 해당문건의 진위여부를 홍보실에서 확인한 뒤 보도 당일 오전에야 최고 경영진에게 보고했다며, 이때부터 JTBC와 삼성의 불편한 관계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2013년 10월 첫 보도 이후 민주노총 등은 이 문건을 근거로 당시 이건희 회장 등 10여명을 고발했으나 2015년 무혐의로 처리됐다가 2018년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수사중 이 문건을 발견, 본격적으로 수사에 들어가 2021년 2월4일 유죄확정 판결이 난다.

JTBC는 그 이후 ‘황유미 씨 백혈병 사망과 삼성’‘최순실과 삼성’‘‘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등 삼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끊임없이 이어가는데, 손 전 사장은 ‘어젠다 키핑’이란 개념으로 자신의 저널리즘 철학을 설명한다. 의제설정 기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의제를 꾸준히 지켜냄으로써 사회변화에 기여한다는 개념이다.

특히 세월호참사 보도는 그 시작이었다. 팽목항 현장에 ‘뉴스룸’을 설치한 그는 실종자 가족을 제외하고 모두가 떠난 팽목항과 목포신항 현장에서 1년 가까이 버티며 보도를 이어갔다. 희생자 가족들의 신뢰를 얻게 된 이런 과정을 통해 국정농단 사태의 태블릿PC보도가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뉴스룸’의 세월호 참사 보도를 눈여겨보던 한 시민이 취재에 협력, 국정농단 사건의 새 국면전환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책은 1부에는 세월호참사와 국정농단 사건을 포함, 어젠다 키핑의 관점에서 저자가 경험하고 보도해온 사건들이 담겨있다. 2부에선 공영방송, 레거시 미디어와 디지털, 단독 경쟁, 언론과 정치 등 핵심 주제에 대한 저자의 저널리즘 철학을 구체화했다.

2020년 신년토론을 끝으로 손석희는 ‘뉴스룸’을 떠났다가 최근 해외순회특파원으로 돌아왔다.

스스로 “레거시 미디어 시대의 말석에 앉아 버티다가 운 좋게 디지털 시대로 넘어온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포스트트루스 시대의 저널리즘을 이렇게 정의했다.

“만일 기사 가치에 따라 시청자나 독자들에게 비용을 청구하고 싶다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기사를 써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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