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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대장동 사태’는 정보부재가 낳은 참사! 거기에 ‘이것’이라도 있었다면?
치안정보의 정의·범주 재조정 절실, 시민이 탐정과 암행어사를 그리워하는 까닭 알아야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K탐정단 단장)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K탐정단 단장)

‘탐정’이란 일반적으로 ‘문제의 해결이나 조사의 바탕이 되는 유의미한 정보나 단서·증거 등 자료를 합당하게 획득·제공하는 사람(또는 그런 일)’을 말한다. 즉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특정 자료를 수집·취합·제공하는 사람이나 그 업을 탐정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탐정(업)’을 두고 오랜 세월 ‘되니 안되니, 쓸모가 있니 없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개별법과 타인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탐정업무는 당장이라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헌법재판소의 판시(2018.6.28.)와 탐정업을 가로막고 있던 신용정보법 일부 조항 개폐로 ‘탐정호칭사용’이 가능해진(2020.8.5.) 등으로 그간 영화에서만 보아오던 ‘탐정’과 ‘탐정사무소’를 곳곳에서 볼 수 있게 됐다(현재 유점포 탐정 및 재택탐정·취업탐정을 비롯 행정사·법무사·공인중개사 등 타 직종의 탐정업무 겸업 포함 8,000여명이 탐정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됨).

세계적으로 탐정의 역할이 발전해 오는 과정에서 초기에는 도난당한 물건을 추적하거나 개인의 행적 또는 평판 등 사적영역을 탐문하는 일을 주로 해왔으나, 오늘날 사설탐정(=사립탐정)은 국민 다수에게 피해를 안겨주는 부정·부패와 같은 공익침해행위를 형사사법기관에 고발하거나 언론매체에 제보하는 등의 대중적 측면의 일(공익활동)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런 ‘탐정의 공익활동 확대’를 높이 평가한 적잖은 나라에서는 국가적 쟁점이나 사회적 혼란이 있을 때 수사·정보파트의 국가기관이 탐정에게 특정정보의 수집을 능동적으로 의뢰하기도 한다. 이는 정형화된(관료주의적) 수사기관이나 민정기능의 편향성과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한 스스로의 보완책일 뿐만 아니라, 탐정의 전문성과 문제의식이 결코 공조직에 뒤지지 않음을 시사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에 ‘탐정의 역할과 역량’이 공조직의 수사·정보업무에 접목된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시민이 탐정에 환호하는 까닭을 음미해 보고자 한다.

1998년 미국 클린턴 대통령과 그의 여비서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특별검사 케네스 스타도 검찰이나 경찰이 아닌 사설탐정에게 불륜 의혹을 뒷받침할 결정적 단서 수집을 의뢰해 얻은 ‘내밀한 물증’을 클린턴에 대한 탄핵 소추에 활용했다는 얘기는 탐정의 역량이 경우에 따라 수사기관을 능가하거나 높은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음을 대변해 주는 좋은 예라 하겠다.

또 1965년 대통령에 당선돼 1986년까지 21년간 필리핀을 통치하는 동안 민주시민에 대한 탄압과 부패를 일삼다가 권좌에서 쫓겨난 마르코스 대통령이 집권 기간 중 은닉한 것으로 알려진 비자금의 존재를 추적하던 필리핀 정부는 국내 수사·정보역량 만으로는 해외에 숨겨둔 비자금 파악이 난망할 것으로 판단되자 이것저것 궁리끝에 스위스 금융계로 몰려드는 은밀한 돈의 흐름을 꿰뚫고 있던 호주의 한 금융전문 사설탐정에게 분석을 의뢰했으며, 이로부터 얻은 정보가 결정적 단서가 돼 스위스 은행에 숨겨둔 16조원 규모의 비자금이 세상에 알려졌다는 일화는 탐정의 전문성과 유용성을 세계에 입증한 결과였다.

그 뿐 아니다. 1500~1800년대 영국은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혼란이 지속된 가운데 치안대처능력 부족이 큰 문제로 제기되자 만연해 있던 기존 보안관의 무능과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지역별로 한시적인 치안판사직을 신설했는데, 1748년 런던 보스트리트의 치안판사로 임명된 H.필딩 법관은 ‘보스트리트러너’라는 소수의 정예 탐정조직을 만들어 보안관과 관련된 각종 범죄의 첩보 및 증거를 수집, 이를 통해 공직사회를 정화하고 민생을 안정시킨 역사도 있다.

우리나라 예금보험공사에서도 저축은행 등 금융사를 파산시킨 주범들의 해외은닉재산을 찾아내기 위해 2007년부터 8년동안 140회에 걸쳐 외국의 사설탐정을 고용, 이들에게 7만6357달러(8900만원)를 지급하고 5900만달러(689억원) 규모의 은닉재산을 찾아내는 개가를 올렸다. 1억원이 채 안되는 비용으로 689억원이라는 거액의 은닉재산을 추적해낸 셈이다.

이렇듯 사회의 고질적 병폐 척결에 ‘사설탐정의 눈과 귀’까지 활용해 온 각국의 간절함과 유연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기강 확립을 위해 감사·감찰·수사·정보·민정기관 등이 존재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복잡·다양한 사회구조 속에서 공적 정보시스템만으로 적폐 또는 민관 합작 형태의 교묘한 불법과 부당을 조기에 직감하거나 추적해 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여러 역사적 사건이나 사고를 통해 통감하고 있다.

대장동 사태를 통해 정보의 중요성을 한번 살펴보자. 2015년 시작된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이미 표출된 갖가지 문제점과 잠재돼 있는 수많은 의문을 볼 때 ‘대장동에 암행어사나 명탐정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과 분노가 곳곳에서 분출하고 있다. ‘이 엄청난 전대미문의 사태가 조그마한 인터넷 매체의 임시직 기자에 의해 세상에 드러날 때까지 관할 또는 관계 공적기관의 정보기능은 어찌 그리 조용했던가? 아니 어쩌면 그렇게도 먹통이었던가? 짤막한 견문보고서 하나 낼 위인 조차 없었던가?’ 한심하고 통탄스럽다. 그것이 인적 무능 때문이라 해도 문제이고, 스스템의 부실 때문이라 해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필자의 30여년 공·사 정보업무 경험칙으로 볼 때 ‘대장동 사태는 정보부재가 키운 예견된 참사’임에 틀림없다. ‘예고 정보가 전무했다’는 얘기다. 이런 상태의 정보부재 현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제2의 대장동 사태, 제3의 LH 사태, 또 다른 요소수 사태는 불보듯 뻔하다.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 안철수 후보, 심상정 후보, 김동연 후보 등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모든 후보들에게 ‘부패 포착 및 부패 조기 경보를 원할히 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 마련 내지는 현재의 정보기능 보완(치안정보의 정의와 범주 재조정 등)이 절실’함을 이 지면을 빌어 제언해 두고 싶다. ‘암행어사의 부활’이나 ‘정도탐정(正道探偵) 육성’도 좋은 방안의 하나 일 수 있다.

*김종식 소장 프로필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K탐정단단장),한국범죄정보학회탐정학술위원장,前경찰청치안정책평가위원,前국가기록원민간기록조사위원,前중앙선관위정당정책토론회평가위원,한북신문논설위원,치안정보업무20년(1999’경감퇴임),경찰학개론강의10년/저서:선거·현실적접근,탐정실무총람,탐정학술요론,경찰학개론,정보론,各國탐정업·탐정법,공인탐정(공인탐정법)의明暗/사회분야(탐정·치안·국민안전) 550여편의 칼럼이 있다.

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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