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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동풍류의 길’에서 송강, 뷔, 제철 도루묵을 만나다
평창,속초,양양,강릉,동해,삼척 명승·국보로드
문화유산 사이사이 서핑, 제철 양미리, 방어가
낙산 청정 해변엔 방탄소년단(BTS) 뷔 성지도
연쇄 블루라군 이채..지구촌 대표 한옥 선교장
유네스코유산 대목장 죽서루,관동제일루 위용
무릉계,마천루·별유천지·스카이글라이더 신상
문화재청-문화재재단 유산방문 캠페인도 시동
올해 추가한 관동풍류의 길,‘국보급 힐링’ 동행
다시 여행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문화유산방문캠페인 10코스 중, 올해 신설된 ‘관동풍류의 길’은 흥미로운 인문학, 송강 정철의 낭만, 서핑과 스카이글라이더 액티비티도 많지만, 연쇄적인 ‘코리아 블루라군’의 풍경도 빼놓을 수 없다. 사진은 경포 라군과 경포 해안
‘관동풍류의 길’ 내내 동행하는 동해바다의 가을은 짙푸른 색이다. 의상대사가 영감을 얻어 낙산사를 짓게된 성지, 붉은 홍련암이 어느새 푸른 바다색으로 물들었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야~ 좋다. 참 잘해놨네야”

낙산사 의상대 누각에 올라선 MZ세대 아들과 손녀가 셀카놀이를 하는 동안, 60대 액티브 시니어가 늦가을 짙푸른 바다를 굽어보며 감탄사를 내뱉는다. 지방의 어르신들은 신(神)이 빚은 자연 경승도 “잘 해놨다”고 표현한다.

의상대사가 국태민안을 기도하던 중 계시를 받아 낙산사를 짓게 된 모태, 홍련암까지 걷는 동안에도 대가족들의 웃음은 끊이지 않는다.

가족여행객들이 의상대 누각에서 셀카놀이를 하고 있다.

우리가 품은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국보,보물,명승들을 여행길로 엮은 문화유산방문캠페인(문화재청·한국문화재재단) 탐방 행렬도 ‘위드 코로나’와 함께 재개됐다. 지난 11일 ‘관동풍류의 길’ 낙산사 주차장은 평일임에도 꽉 차서 안내요원들이 겹치기 주차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배가 산으로 간 정동진도, 서피비치도, 스카이글라이더도 우리의 문화유산과 어울려 한껏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다. 제철 맞은 도루묵·양미리 굽는 구수한 냄새도, 방어회도 관동풍류 멋,맛,흥을 배가시킨다.

제철 맞은 도루묵과 양미리 구이는 늦가을-초겨울 ‘관동풍류의 길’ 위에서 최고의 미식이다. 속초 동명시장 부터 동해 추암 촛대바위까지 관동8경길 어디에든 있다.

▶유산방문 국민 안구정화 힐링도 국가 보물= 명승이자 사적인 낙산사는 ▷칠층석탑 ▷건칠관음보살좌상 ▷해수관음 공중 사리 등 보물도 많지만, 국민들에게 ‘물멍’과 힐링이라는 보물까지 안긴다. 원통보전 앞에는 3층짜리를 세조가 크게 높인 칠층석탑이 있다. 기단부의 겹연꽃 무늬가 국태민안 기원 의지가 두배임을 느끼게 한다.

왕실에 진상하는 ‘달고나’ 배가 낙산사 주변에서 재배됐는데, 지금도 홍예문 안쪽에 버티고 서서 방문객들을 반기고 있었다.

2005년 이곳 오봉산에 화마가 덮쳤지만 김홍도의 ‘낙산사도’과 각종 문헌을 기반으로 재건에 나서 오히려 전보다 더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탄생시켰다.

수험생 엄마는 동해바다를 굽어보며 몇차례 심호흡을 하더니 이모 같은 해수관음상 앞에서 손소독제를 바른뒤 조심스럽게 동종에 다가가 ‘댕~~’하며 자녀의 심신안정을 희구했다.

해변으로 나오자가 마자 반가운 조각상을 만난다. 방탄소년단(BTS)의 뷔(V)가 놀러왔다가 오줌싸게 소년 조각상을 흉내내며 인증샷을 찍은 곳이다.

의상대사가 만든 낙산 문화유산에서 방탄소년단 뷔도 잠시 휴식을 취했다. 낙산은 오래도록 의상성지였는데, 지금은 방탄성지라는 별칭을 얻었다.

▶BTS 성지 낙산, 뷔의 추억= 뷔는 빌보드 ‘핫100’ 첫 1위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 작업을 준비하기 직전인 지난해 초, 낙산사와 낙산해변으로 개인여행을 갔다. 이 조각상은 방탄성지가 되었고, 어제도 오늘도 남녀노소 아미의 흉내내기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었다.

당시 뷔가 회와 탕을 먹었던 낙산해변 횟집 주인은 “당시엔 몰랐고, 학생 몸 건강하라는 뜻으로 먹을 것 서비스를 많이 드렸더니, 나가면서 자기는 가수인데 싸인 하나 해주겠다고 해서 받아놓았다”면서 “자식들에게 물어보니 로또 맞은 듯 난리가 났고, ‘가게 인테리어 싹 다 바꿔야 해요’라고 해서 뷔의 사진도 붙이고 싸인도 걸었다”고 후일담을 털어놓았다.

낙산사를 떠나 바다와 동행하는 추억의 7번국도는 문체부·한국관광공사의 해파랑길 북쪽코스 해변 걷기여행길과도 동행한다. 강원도가 오래전부터 ‘낭만가도(고성~삼척)’라고 했던 곳이고, 이제는 문화재청-한국문화재재단이 최근 지정한 유산방문캠페인 코스 ‘관동풍류의 길’이다.

배가 산으로 간 정동진의 아침

이 일대 국보로는, 양양 진전사지 삼층석탑, 평창 월정사 팔각구층탑, 석조보살좌상, 상원사 동종, 목조문수동자좌상, 중창권선문, 강릉 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이, 국가 명승으로는 낙산사, 홍련암, 경포호, 무릉계, 환선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목장이 만든 죽서루, 천연기념물 삼척 대이리동굴군 등이 이어져 있다.

▶명승의 연속, 사이사이엔 연쇄적인 코리안블루라군= 특이한 것은 ‘코리안 블루라군(석호)’이다. 고성 화진포에서 시작된 라군군(群)이 관동팔경인 고성 청간정 인근 송지호-봉포호-광포호, 최근 호수복판에 나무데크길이 열린 속초 영랑호, ‘가을동화(송승헌-송혜교)’ 갯배 교차장면 촬영지 속초 ‘아바이마을’ 청초호, 양양 쌍천석호와 삼각주 섬, 현남 포매호, 주문진 향호, 강릉 경포호에 이른다.

해안절벽의 철벽수비를 뚫고 낮은 지역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 들었다가 눌러 앉은 코리안 라군이 연쇄적으로 나타나 경승을 빚어낸다.

낙산을 지나 경포호로 향하는 동안 바다 기암괴석 절벽 위에 놓인 하조대, 바닷물에 반쯤 잠긴 ‘누워부처’가 나오고, 청춘 남녀들이 추운 줄도 모른 채 보드 위 모험을 즐기는 서피비치를 지난다.

‘관동풍류의 길’ 남쪽엔, 세계유산 대목장 고(故) 배회환 선생이 향원정, 한국의집과 함께 근사하게 단장한 삼척 죽서루, 동해 무릉계곡 명승, 한복-한식에 이어 글로벌 한국유산 방문캠페인 한옥 테마 촬영지인 강릉 선교장 등이 있다.

명승 무릉계 옆에서 국민놀이터로 거듭난 석회석 채석장 에메랄드 호수공원 ‘무릉 별유천지’.
선교장에서 한복입은 청춘들이 타이머 셀카놀이를 하고 있다.

선교장은 효령대군 11세손인 가선대부 무경 이내번이 18세기 처음 자리잡았다. 시루봉에서 뻗은 안온한 구릉과 울울창창 송림 아래, 경포호와 연결된 지천을 앞에 두고 착상했다. 왼쪽 용(龍) 모습을 한 지형 외에는 아주 예쁜 배산임수의 풍수다. 최고양반가 고택의 포맷을 따르지 않고 자연 지형에 따라 99칸을 두었기에 더욱 편안한 느낌이다.

▶선교장 안마당서 무궁화꽃이..= 안마당에서 현재 태국 방콕 한복판에서 한달째 상영되고 있는 한옥홍보영상 중 ‘오징어게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장면도 찍었다. 원래 배다리 고택이었다. 경포호가 지금보다 훨씬 넓었을 때 배를 타고 건너 다녔음을 한자어(船橋)로 표현했다.

초입부터 문화유산방문캠페인을 알리는 한국문화재재단의 대형 곰풍선 ‘VISIT’가 반기는데, 창덕궁 후원 부용정을 연상케하는 활래정을 호위한다. 마루가 연못 안으로 들어가는 자연친화적 구조는 강인한 돌기둥이 있기에 가능하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방문객과 주인장(때론 문화전문가) 사이에 다실정담을 하는 곳이다.

외국인이 툇마루에 앉아도 품격있어 보이는 선교장 한옥. 이 모습은 뉴욕 한복, 런던 한식에 이어 한달째 방콕 한복판에 상영되는 한옥 홍보영상의 한 장면이다.

활래정이 정원 속 열린공간이라면 내부 전각의 중심은 선교장 사랑채 열화당이다. 열화당은 반듯한 12칸 건물로, 툇마루 앞엔 햇빛과 빗방울을 막도록 서양식 차양이 있다. 개화기 여기 머물던 러시아 사람들이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만들어줬다.

선교장 인근 경포대누각과 경포호엔 8경이 있다. 해변 갔다가 그냥 호수만 보고는 돌아서지 말고 조석으로 ▷해돋이 ▷낙조 ▷달맞이 ▷고기잡이배의 야경 ▷노송에 들어앉은 강문동 ▷초당마을에서 피어오르는 저녁연기의 서정을 품고오자.

수양대군은 “바다에는 갈매기, 호수에는 철새들이 쌍쌍이 날고, 천병만마 늘어선 송림 사이로 거니는 선남선녀의 모습이 그림 같구나”라고 노래했는데, 예나 지금이나 핫플레이스의 풍경은 마찬가지인 듯 하다.

해질녘 죽서루

▶송강의 죽서루 연정= 송강 정철은 관동팔경 다섯 곳을 둘러본 뒤 여섯 번째 죽서루에 이르러 감정이 극에 달한다. ‘오십천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니, 차라리 한강의 목멱(남산)에 닿이고자. 회포도 크고, 나그네 시름을 둘 데 없다. 신선의 뗏목을 띄워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선인을 찾으러 단혈(신선의 궁)에 머물까.’

국어쌤은 이 좋은 경치를 임금과 나누고 싶다는 심경이라며 학생들에게는 충성심으로만 해석해준다. 그런데, 갑자기 객고를 토로하다 신선세계을 꿈꾸는데, 사실 그가 삼척 관기와 사랑에 빠진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 대목이 충성심과 경승에 대한 감탄에 끝나지 않고 있음을 안다. 이 짧은 글에 ‘절경 감탄-연정 증폭-선계 진입’의 비약적 인과관계가 형성된다. ‘죽서’라고 지은 것은 천하절색 죽죽선의 기방 서쪽이라는 말도 있는데, 실제 누각 동쪽엔 오죽헌 것과 똑같은 검은 대밭이 있다.

고려때 처음 지어진 죽서루는 누각인지 전각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넓다. 정면 7칸 측면 2칸, 겹처마에 팔작지붕이다. 1층엔 자연지형에 맞춰 길이가 모두 다른 17개의 기둥이, 2층에는 20개의 기둥이 있다.

천연기념물인 삼척 대이리동굴군(환선굴,대금굴). 베트남 퐁냐케방,하롱동굴은 4억년 미만이지만, 이 동굴군은 5억살 가량으로 고증된다. 세계동굴엑스포가 열린 것도 이때문이다.

지금은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 과거 동굴엑스포가 열리던 조형물을 앞에 두고, 오십천 S라인 굽이를 지탱하는 절벽 위에 우뚝 있는데, 우리나라 동쪽지형의 융기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래 전엔 바다도 조금 보였을 것 같다.

명주(강릉)와 경쟁하던 척주 즉 광역단체 중심이던 삼척 관아 안에 있어, 대대로 대목장들이 단장했다. 관동팔경 누각 중 유일한 보물인데, ‘관동제일루’라고 적혀있다.

6세기 초까지 계림(신라중심부)세력과 경쟁하던 실직국의 수도가 삼척이다.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이 나라 마지막왕 안일왕은 화친하자던 계림세력들의 기습에 급히 울진으로 피신했는데, 왕이 피한 울진 왕피천이다. 지금의 울진 금강송 군락지에서 농성하다 6세기 중후반, 이사부 부대에 패했다. 그로부터 300~400년 지나 신라가 망하자 경순왕의 후손들은 삼척 등 옛 실직국을 기반으로 모여 살았는데, 경순왕 손자의 능이 실직군왕릉이라는 이름으로 죽서루 서쪽 길야산에 있다.

국내 최초 스카이글라이더가 명승 무릉계 인근 ‘무릉 별유천지’에 생겼다. 와이어에 몸을 매달고 왕복 1.5㎞ 하늘을 난다.

▶명승 무릉엔 별유천지 16일 개장= 여행지에서의 한 잔은 송강 정철 식의 객고를 잊게 한다. 하룻밤을 묵고 이웃 고을 동해시의 국가 명승 무릉계에 들렀는데, 호암소, 무릉반석, 쌍폭, 베틀바위 등 스테디셀러 외에 ‘산중 해운대’로 불리는 무릉협곡·마천루 길이 최근 열렸다.

그 근처엔 국민에게 반납된 석회석 채석장에 두 개의 큰 호수가 생겨 ‘무릉 별유천지’라는 국민 놀이터로 거듭났다. 국토건설 시멘트 제조의 임무를 마친 에메랄드 호수공원엔 국내 최초로 도입된 스카이글라이더, 오프로드 루지, 롤러코스터형 집라인이 마련됐다. 때마침 16일 1단계 준공식을 가졌다. 너무 놀았다 싶으면 한섬 해변 굴다리에 서서 한바탕 멜랑꼴리, 감성 뒤집기를 하면 되겠다.

감성의 한섬해변 굴다리 포토포인트
관동풍류의 길 중 국보가 가장 많은 평창 상원사 가는 길목엔 번뇌가 사라지는 코스도 있다.

유산을 중심으로 탐방하는 것은 두툼한 인문학까지 챙겨 강원도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더 분주해진다.

국보가 가장 많은 평창 상원사, 월정사도 자세히 보았어야 했다. 화진포라군의 이승만-김일성 별장도 들렀어야 했으며, 삼척 맹방의 BTS 앨범자켓 촬영지도 갔어야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관동 풍류는 한번에 다 흡입하지 못하거니와, 남겨두는 맛도 있어야, 또 가고 싶어진다. 유산풍류객 이즈백(is back) 할 터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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