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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했던 유승민…당심 못 잡고 결국 ‘고배’[정치쫌!]
4강 중 유일 경제·정책통
갈고 닦은 정책 보였지만
‘아픈 구석’ TK 벽 못 넘어
‘역할론’ 있을 듯…“백의종군”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국민의힘 대선 레이스에서 뛰었던 유승민 전 의원은 ‘4강’ 중 유일한 경제·정책통으로 존재감이 컸다. 그에 대한 주목도는 대선 경선이 무르익을수록 높아졌다. ‘유치타(유승민+치타)’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아쉽게 고배를 마셔야 했다. 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전날 당 최종 대선 후보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그가 얻은 득표율은 7.47%(선거인단 4.27%, 국민 여론조사 10.66%)였다. 다만 유 전 의원이 대선 재수생으로 당 내 독보적인 경험과 정책 전문성을 갖춘 것은 변함 없다. 이 때문에 당 차원에서 선거 지원을 요청하는 러브콜을 거듭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유 전 의원은 전날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2차 전당대회에서 ‘3위 성적표’를 받고 “저는 오늘부터 국민의힘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 대선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이번 경선의 패배는 유승민의 패배일 뿐, 지지자의 패배가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에서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유 전 의원은 근 4년간 더욱 갈고 닦은 정책으로 중무장한 채 레이스에 올랐었다.

유 전 의원의 대표 공약 중 하나는 공정소득이었다.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본소득의 대항마였다. 핵심 기조는 ‘힘든 사람을 더 돕자’였다. 기본소득이 보편 복지라면 공정소득은 선별 복지였다. 그는 “기본소득에 쓸 돈을 소득 하위 50%에게 주면 2배, 소득 하위 33.3%에게 주면 3배를 줄 수 있다”며 “양극화·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는 공정소득이 우월하다”고 분석했다. 유 전 의원은 국민·공무원·군인·사학연금 개혁도 거론했다. ‘미래세대를 생각해야 한다’는 취지로, 당장은 인기가 없는 공약이 될 것을 알면서도 거듭 띄웠다. 그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나라를 위해 정말 해야 할 것은 고통스러운 개혁”이라고 강조키도 했다. 그는 이 외에 ▷수도권 내 민간주택 100만호 공급 ▷청년·신혼부부 대상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90%까지 완화 ▷'디지털 혁신 인재' 100만명 양성 ▷여성가족부 폐지 ▷부모 육아휴직 3년 보장 등 공약을 선제적으로 내놓았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 중 상당수는 유 전 의원의 이같은 정책 행보를 보고 일찌감치 그를 ‘가장 두려운 후보’로 꼽았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의 양강 체제 속 ‘1중’으로 꼽힌 유 전 의원이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한 때는 같은 당 후보들 간 토론회가 한창 이뤄지던 시기였다. 달변가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인정한 입담과 토론 주도력을 발휘한 덕분이다.

유 전 의원은 특히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을 거듭 압박했다. 윤 전 총장에게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 ‘슬로우플레이션(slowflation)’과 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질의해 그의 당혹스러움을 이끈 일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홍 의원의 ‘공매도 폐지’ 공약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홍 의원에게 “유 전 의원이 정통한 만큼, 다시 돌아가 우리 참모들과 논의해보겠다”는 답도 끌어냈다.

유 전 의원은 토론 도중 저격수의 면도 발휘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달 7일 토론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현 국민의힘 대선 후보)을 향해 ‘천공 스승’을 아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윤 전 총장은 “알기는 하지만 멘토 등 주장은 과장됐다”고 답변했다. 유 전 의원은 이를 통해 윤 전 총장에 대한 ‘주술·미신 논란’을 더욱 공론화하는 데 성공했고, 윤 전 총장은 이 때문에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유 전 의원은 지난달 말 ‘마의 20%’ 벽을 넘었다. 머니투데이 더300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달 25~26일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로 누가 나서는 게 좋다고 생각하느냐’에서 그는 20.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홍 의원(30.7%), 윤 전 총장(25.1%)에 이어 3위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

그런 유 전 의원이 이번에도 깃발을 들지는 못했다.

그의 가장 아픈 구석은 국민의힘 당원들의 밀집도가 높은 대구·경북(TK) 당원들의 비교적 낮은 지지였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배신자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였다. 국민의힘 책임당원 중 60% 가량은 영남권에 몰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번 최종 대선 후보를 뽑는 본경선은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이 50%로 2차 컷오프(30%)보다 20%포인트 증가했다. 유 전 의원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TK를 거듭 찾아 당원들과 대화했다. 하지만 굳은 당심을 녹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이다.

국민의힘은 유 전 의원에게 적절한 때를 맞춰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4선 출신의 유 전 의원은 당 대표와 여당 원내대표, 국회 국방위원장 등 경험이 많다. 개혁보수의 기수로 중도층·수도권·청년층과 친밀감도 높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의 소중한 자산인 것은 변함 없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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