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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기술·완벽한 군무…낭만발레 ‘지젤’의 품격
드레스리허설 포함 전회차 매진
유니버설 발레단 ‘지젤’의 황홀한 무대
유니버설 발레단의 ‘지젤’ 무대에 오른 홍향기, 이동탁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노블(귀족들), 좀 더 앞으로 나오세요.”, “팔 너무 높아요.” “발 체크하세요. 뒷발이 보이지 않아요.” (유지연 부예술감독)

지난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 드레스 리허설. 단 하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았다. 유지연 부예술감독의 ‘완벽’을 향한 길은 세심하고 꼼꼼했으며, 때론 엄격했다. 무용수들은 온 정신을 기울여 동작과 감정에 집중했다.

몇 주간 이어진 연습의 대미를 장식하는 최종 리허설의 무대. 사실 이번 ‘드레스 리허설’은 총 5회차의 공연이 전석 매진되자,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들을 위한 ‘팬 서비스’ 차원에서 진행됐다. 드레스 리허설마저 매진 사례를 기록했으니, 유니버설 발레단의 ‘지젤’의 인기는 가늠할 만하다. 유니버설발레단 관계자는 “드레스 리허설을 관람하는 관객들은 최종 준비 과정을 볼 수 있다는 점에 많은 재미를 느끼지만, 그렇다고 공연 전체에 지나치게 방해를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최대한 본공연처럼 했다”고 말했다.

본공연에선 만날 수 없었던 ‘완벽한 무대’를 향한 노력을 마주하자, 발레단이 만든 황홀한 무대로 박수가 향했다. 딱 떨어지는 칼군무는 마치 K팝 그룹을 연상케 했고, 손끝, 발끝의 각도는 물론 바닥에 맞부딪히는 토슈즈의 소리마저 음악으로 만들었다. 주역들의 화려한 테크닉, 애끓는 감정선, 무용수들의 압도적인 군무까지 무대는 매순간 마법이었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지젤’ 무대에 오른 홍향기, 이동탁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이날부터 3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어진 여섯 번의 ‘지젤’을 무대는 매회차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지젤’은 37년 역사의 발레단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지키고 있는 작품이다. 1985년 초연된 작품이자, 첫 해외 공연장이며, 문 단장이 키로프(마린스키) 발레단 객원 주역으로 일곱 번이나 커튼콜을 받았다.

‘지젤’은 평범하고 사랑스러운 시골처녀 지젤과 귀족 신분의 남자 알브레히트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과 배신, 삶과 죽음을 오가는 ‘숭고한 사랑’을 주제로 했다. 1841년 6월, 파리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낭만발레’의 대명사로 불리며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았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지젤’ 무대에 오른 홍향기, 이동탁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이번 공연에선 유니버설 발레단의 간판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지젤’로는 홍향기, 손유희 한상이가 올랐고 알브레히트는 이현준 이동탁 간도지 오콤비얀바가 맡았다.

공연 시작 10분 전, 무대로 올라온 이는 문훈숙 단장이었다. 짧은 시간 이어지는 문 단장의 동작을 곁들인 해설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상징이다. 문 단장은 “손으로 하는 판토마임이 많은 ‘지젤’”의 메시지를 설명하며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낭만 발레’ 특유의 동작들을 보여줬다. “영혼을 불러내듯 팔꿈치를 먼저 끌어올리는 동작” 등은 ‘지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클래식 발레’와 ‘낭만 발레’의 차이다. 공연 전 짤막한 해설은 발레가 낯선 입문자들의 시야와 이해의 폭을 넓히게 해줬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지젤’ 무대에 오른 홍향기, 이동탁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지젤’의 백미는 1막 말미에 이어지는 광란의 춤이다. ‘영원한 사랑’이라 생각했던 알브레히트가 알고 보니 약혼녀를 둔 귀족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젤. 사랑이 안겨준 배신감에 미쳐버린 지젤의 광기는 객석의 1㎜의 틈도 허용치 않을 만큼 숨막히게 이어진다. 광란을 딛고, 자아와 다투며 비극을 끌어안은 채 스러지며 끝맺는 장면은 지젤이 쏟아내는 감정의 포효로 인해 카타르시스까지 안긴다. 2막은 단연 달빛 아래 이어지는 ‘윌리들의 군무’다. 새하얀 로맨틱 튜튜를 입은 윌리들이 한 줄 한 줄 엇갈려 아라베스크를 선보이자 공작새가 날개를 편듯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아라베스크를 유지하며 움직이는 고난도 동작을 선보일 땐 객석에서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지젤’ 무대에 오른 홍향기, 이동탁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팬들 사이에선 ‘믿고 보는 조합’이라며 ‘향기탁’으로 불리는 홍향기 이동탁 콤비의 완벽한 호흡은 ‘지젤’의 흡인력을 높였다. 춤과 음악, 감정은 물론 상대까지 온전히 이해한 무대로 깊은 여운을 남겼고, 이를 통해 ‘낭만발레의 꽃’이라 불리는 ‘지젤’의 품격을 무대에서 증명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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