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포럼]딸기산업, 디지털 육종으로 재도약 꿈꾼다

우리나라 채소 생산액 1위는 ‘딸기’다. 생산액도 놀랍지만 딸기가 채소라는 데 놀란 독자도 있을 것이다. 국산 대표 딸기 품종은 충남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설향’으로, 1995년 교배를 시작해 2005년 탄생했고 농촌진흥청은 별도의 사업단을 만들어 전국으로 보급을 확대했다.

‘설향’은 앞서 많이 재배되던 일본 품종보다 이른 겨울 수확이 가능하고 열매 품질이 좋아 시장의 반응이 뜨거웠다. 1970년대 통일벼 개발을 통한 녹색혁명 이후 국산 품종이 전국적으로 퍼진 것은 딸기가 처음일 것이다. 현재 국내 재배 딸기 품종 중 ‘설향’의 비율은 88%로 압도적이다.

그러나 ‘설향’의 개발로 우리 딸기산업의 숙제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단일 품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지면서 돌발 병해충과 이상 기상에 대한 우려가 커졌으며, 다양한 소비자 입맛과 수출시장 대응도 우리 딸기산업 발전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조금 어렵게 말하면 딸기는 2배체인 고추, 배추와 달리 4쌍의 염색체를 지닌 8배체 영양번식작물이다. 품종 간의 교잡을 통해 유전적으로 다양한 잡종 집단을 만든 후 여기서 우수한 개체를 선발하는 방법으로 품종을 육성한다. 이러한 전통적인 육종방법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또 육종가 개인 역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행운도 따라야 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육종의 한계를 극복하고 효율적인 품종 개발을 위한 새로운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

생명공학과 분석기술, 디지털기술 등 농업에서는 최신의 첨단 기술을 여러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육종에서도 유전자 정보 같은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디지털 육종기술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종자산업의 부가가치나 종자 독립의 중요성을 논하기는 쉽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추는 일은 그리 녹록지 않다.

그런 점에서 보면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작물에 특화된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최근 농촌진흥청은 딸기의 표준유전체 해독을 완료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딸기 계통으로 염색체가 완벽히 갖춰진 고품질의 표준유전체를 해독한 것은 세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유전적으로 고정된 재료의 정확한 표준유전체 구축으로 딸기 디지털 육종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딸기 자원의 유전체 정보 분석으로 구축한 빅데이터와 육종가로부터 얻은 정보를 디지털화하면 더 정밀하고 효율적인 품종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쌀쌀한 날씨와 함께 딸기가 찾아왔다. 새콤달콤 혀끝을 자극하는 ‘설향’ ‘죽향’ ‘금실’ ‘아리향’ 같은 우리 딸기 품종을 보며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한국 딸기의 발전을 꿈꿔 본다. 우리 딸기산업의 성공을 이어가고 확대 발전시키기 위한 새로운 시도와 노력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이지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oskymo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