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8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두헌·신혜원 기자] “장물을 가진 사람이 도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의 공세에 이렇게 반격했다. 이날 국감은 ‘대장동 국감’이자, 사상 초유의 대선후보 청문회와 다를 바 없는 분위기로 격렬하게 진행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전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경기도지사 신분으로 국감장에 나선 이 후보가 대장동 사건의 ‘몸통’이라는 주장을 쏟아냈다. 반면, 이 후보와 민주당 의원들은 이 사건이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역공 모드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극한 전선을 형성한 모습이었다.

야당의 첫 질의자로 나선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먼저 이 후보를 향해 “아수라의 제왕, ‘그 분’은 누구인가 검토해보겠다”며 그가 화천대유 실소유주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이전 시대에는 이 기업 돈 뜯고 저 기업 돈 뜯고 뜯어 쓰는 시대였다면 ‘그 분’은 뜯어 쓰는게 아니라 만들어 쓴다”며 “그 분이 돈을 자기 주머니에 갖고 있는 건 분명하지 않지만 그 분이 쓰고 싶은 곳에 쓰고자 할 때 그 분 의사대로 행사하면 그것은 그 분 돈이다. 재판거래 의혹, 호화변호사 선임 등 돈을 지배하는 자가 그 분”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도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이 후보는 “세상에는 단순한 이치가 있다. 누가 도둑이냐 하면, 장물을 가진 사람이 도둑”이라면서 ‘돈받은 자=범인, 장물 나눈자=도둑’ 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꺼내 들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고성으로 거칠게 항의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반면, 여당은 이 후보를 엄호하며 대장동 사건을 직접 설명할 시간을 주는 모습이었다.

여당 첫번째 질의자로 나선 이해식 의원은 “2017년 부동산값 들썩거리던 시점에 추가로 대장동 지역 터널공사 등으로 추가 이익을 환수했다”며 “당시 이 방식에 대해 공산당같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하던데 경위를 설명해달라”고 했다. 이에 이 후보는 “당시 새누리당, 현 국민의힘 시의회가 당론으로 민간개발을 허용해라, 공공개발 반대한다 해서 지방채 발행 동결하고 공사설립도 방해해 결국 민관합동개발로 했다”며 “2015년은 부동산 경기 엄청 나쁠 때로 미분양 속출했지만 2017년 되니까 부동산가격 올라갈 기미가 있어서 6월에 1100억원을 추가환수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은 공익환수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민간개발이익이 크게 올라간 것은 부동산 값 폭등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질의 시작 전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도의 자료제출 미비를 지적한 데 대해 “홍준표 국민의힘 경선 후보도 경남도지사 할 때 자치 사무는 국감 대상이 아니라는 법률에 근거해서 자료제출 안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저희는 국감에 필요한 국가가 위임한 사무 재정 자료는 100% 요구한대로 다 드렸다”고 해명했다.

한편,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이날 귀국 직후 체포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오는 20일 국토위 국감에서 여야가 다시 한번 극한 전선을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연일 역공을 펼치고 있는 이 후보가 최소한 ‘관리 책임’에 대해서는 전향적 사과를 하게 될지 여부도 주목할 포인트다. 반면, 야당은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 분’이 이 후보이고, 배임 여부가 성립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