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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팀같은 소리” 상처입은 이낙연 지지자들 “尹이나 洪 찍자” [정치쫌!]
이낙연 전 대표, 경선 패배 승복 선언 이후에도
與 권리당원 게시판엔 이재명·송영길 비난 글 가득
“이재명 안 뽑아” “민주당 안 찍어” 심상찮은 분위기
김종인 “이낙연 지지자 60~70% 절대 이재명한테 안 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이낙연 필연캠프 해단식을 마친 뒤 입장표명 없이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이재명 안뽑는다. 계속 이런식이면 민주당에게도 못 주겠다", "일베 취급이나 하면서 원팀이라니, 원팀같은 소리 마라", "투표권 생긴 이후로 처음 다른 당을 찍게 되겠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유증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가 패배를 수용하고 이재명 후보가 후폭풍 수습 모드에 나섰지만 이 전 대표를 지지했던 지지자들의 마음은 쉽게 아물지 않는 모습이다.

17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이재명 대선 후보와 송영길 대표를 비난하는 위와 같은 내용의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전날 이 전 대표와 지지자들 달래기에 나섰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송 대표는 최고위와 의원총회에서 이 전 대표의 경선 승복 발언에 대해 "숭고한 결단"이라고 연신 추켜세우고, 논란을 빚은 '일베' 표현에 대해서도 "극단적 행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다.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지지자들 상당수는 권리당원 게시판 등에서 여전히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캠프 공보단장을 맡았던 정운현 전 총리실 비서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캠프 우원식 공동선대위원장과 송영길 대표를 각각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정 전 실장은 먼저 우원식 의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지도자의 언행 한 마디 한 마디가 중요하다"고 발언한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우원식, 마음에도 없는 소리로 뒷북 치지마라. 이런 얘기가 진정성이 있으려면 장이 섰을 때, 즉 선거가 한창일 때 이재명이나 송영길에게 이런 말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측의 온갖 비방, 모략, 네거티브와 '이심송심' 송영길의 편파 언행이 난무할 땐 딴전피우다가 이제 와서 무슨 점잖 떠는 소린가"라는 비판이다.

그는 "이제 무대는 막을 내렸다. 관객이 떠난 텅빈 무대에 홀로 서서 떠들어봐야 듣는 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요며칠 선거판 돌아가는 형국을 보니 이재명 쪽 사람들 마음이 불안하고 급해진 모양"이라며 "입으론 원팀 운운하는데 송영길, 현근택, 황교익 이런 자들 앞세워놓고 그게 가능하겠느냐. 말많은 자가 입으로 망하는 건 고금의 진리"라고 가시돋친 비난을 이어갔다.

정 전 실장은 다른 글에서는 송 대표를 향해 "인생 선배로서 하는 얘긴데, 송영길, 언행 처신 똑바로 하라"며 송 대표를 저격했다. 그는 "당 대표로서 공정해야 할 심판자 역할을 내팽개치고서 이제 와서 누굴 얼르고 뺨치나. 병주고 약주나"라며 "제 역할과 소임을 다하지 않은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도 지난 14일 캠프 해단식에서 "요즘 '저건 아닌데' 싶은 일들이 벌어져서 제 마음이 좀 맺힌 게 있었다”고 말하며, 패배 승복 선언과 별개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선 이 전 대표 지지층 상당수가 이재명 후보가 아닌 야당 후보 지지, 부동층으로 흘러가는 결과를 보였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민주당 경선 직후인 지난 11~12일 전국 성인 남녀 20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선에서 이 전 대표를 지지한다고 답했던 응답자 중 내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불과 13.3~14.2%에 그쳤다.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4자 가상대결'에선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의 40.3%가 윤 전 총장을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다. 이재명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자는 14.2%였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 4.9%,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4.0%였다. '기타 후보'는 19.6%, '투표할 후보 없다'(13.8%)와 '잘 모르겠다'(3.3%) 등 부동층도 약 17%로 집계됐다.

이재명-홍준표-심상정-안철수 '4자 가상대결'에선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13.3%로 더 내려갔다. 29.9%는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했고, 심상정 후보 6.0%, 안철수 대표 6.9%였다. 기타후보는 21.6%, 부동층은 22.3%로 더 올라갔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2%P)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지난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낙연 전 후보가 형식적으로 (이재명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는다 하더라도 지지자를 다 끌고 갈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낙연을 지지했던 사람 중에서 60~70%는 절대로 이재명한테 안 갈 거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갈등의 골을 메우기 위해 이 전 대표를 추켜 세우고, 이 전 대표 캠프 출신 의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다가가며 화해 분위기를 조성했다.

특히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자, 이재명 후보의 '구속 가능성'까지 언급했던 설훈 의원과 마주치자 두 팔을 벌려 끌어안는 모습을 보였다. 감정의 골이 가장 깊게 패였을 관계로 꼽히는 두 사람은 포옹 후에도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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