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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날한시에 우승컵 임성재·고진영...한국남녀골프 ‘새역사’ 들어올리다 [피플앤데이터]

한 명은 ‘골프 사춘기’로 몸살을 앓았고 또 다른 한 명은 코로나19로 대회가 잇따라 취소되면서 샷 밸런스가 흔들렸다. 도쿄올림픽에 함께 나섰던 이들은 달콤한 휴가도 반납한 채 연습장 문이 닫힐 때까지 허공에 수없이 공을 날렸다. 위기를 이겨내는 길은 연습밖에 없었다.

한국 남녀골프 간판스타 임성재(23·왼쪽 사진)와 고진영(26)이 세계 최고 무대서 동반우승했다. 한국 선수들이 미국프로골프(PGA)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같은 날 제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진영은 11일(한국시간) LPGA 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 첫날부터 선두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올시즌 3승이자 LPGA 투어 통산 10승이다.

몇시간 뒤 임성재는 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오픈에서 버디 9개를 몰아치며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궜다. 지난해 3월 혼다 클래식 이후 1년 7개월 만에 따낸 투어 통산 2승째다.

한날 PGA와 LPGA 투어 대회를 동시에 제패한 첫 기록이다. 같은 주에 동반 우승한 건 2005년 최경주·한희원, 2006년 최경주·홍진주, 2009년 양용은·신지애 등 세차례 있었지만, 모두 하루 차이였다.

임성재의 별명은 ‘아이언맨’이다. 2017년 이후 PGA 투어 선수 중 가장 많은 대회(98개)에 출전해 ‘철인’이라는 의미와 정교한 아이언샷을 구사한다고 해서 중의적 별명을 갖게 됐다. 그러나 아이언샷이 최근 깎여 맞으며 방향과 거리 모두 손해를 보자 연습장 문이 닫힐 때까지 맹훈련을 거듭했다. 이번 대회서 비로소 특유의 송곳샷이 살아났다. 세계랭킹은 지난주 29위에서 21위로 뛰어 올랐다.

임성재는 “두번째 우승까지 너무 힘들었다. 첫 우승을 50번째 대회에서 하고 이번 우승은 100번째 대회에서 했는데, 하늘에서 정해준 것 같다”며 3승째는 더 빨리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임성재는 자신의 메인스폰서가 주최하는 더CJ컵 대회서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고진영은 ‘가을의 여왕’다웠다. 지난해 11월부터 4개 대회에만 출전해 상금왕 2연패 위업을 달성한 고진영은 올해도 가을에 대반격을 시작했다. 올시즌 초 샷난조에 빠지며 스스로도 “골프 사춘기가 온 것 같다”고 토로한 고진영은 올림픽 후 다시 예전 코치와 재회해 스윙을 가다듬었다. 날카로운 아이언샷이 다시 살아났고 2개월 만에 출격한 9월 대회서 곧바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최근 4주간 우승 2차례, 공동 2위, 공동 6위의 압도적 성적을 기록한 고진영은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와 간격을 0.29점으로 좁혔다. 또 14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갖고 있는 최다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21일 부산서 개막하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기록 경신과 세계랭킹 1위 탈환이 기대된다.

고진영은 “압박이 컸는데 그럴수록 집중이 잘됐다. 뜻깊은 우승이다”며 “몇 주 전 (임)성재에게 한국에 돌아가면 밥을 사주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같이 우승해서 기쁘다. 정말 축하한다”며 동반우승을 자축했다.

조범자 기자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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