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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오겜’ 인기 이유…사회 고발 전달 방식의 창의성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사회고발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은 지금까지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의 열풍과 영향력은 차원을 달리한다. 전세계적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자본주의가 발달한 미국, 프랑스, 영국 등 구미에서 더욱 난리다.

왜 그럴까? 사회고발정신의 창의성이 ‘오겜’(‘오징어 게임’)의 전지구적 인기의 이유라 할 수 있겠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인들이 어렸을 때 즐겨했던 전통놀이가 456억원을 두고 벌이는 죽음의 게임으로 전환되는 내용을 담았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내면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무한경쟁으로 치달으면서 외국인들에게도 공감도와 몰입도를 높이는 듯하다.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게임들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유니크하다. 익숙하면서도 차별화돼 있다. 심플한 듯 하면서도 정교하게 기획돼 있다.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하는 출연자들은 해고노동자, 증권회사 직원, 의사, 조직폭력배, 탈북민, 외국인노동자, 사기전과범, 가정폭력 피해 여성 등으로 우리 사회 문제를 드러내기 좋은 캐릭터들을 곳곳에 포진해놨다.

게임이 진행될 수록 무한경쟁사회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합리화를 잘 볼 수 있는 것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해고노동자로 사채에 허덕이다 도박을 전전하는 기훈(이정재)과 서울대 경영학과 수석합격자로 대기업에 입사해 승승장구하다 선물투자에 실패해 거액의 빚을 지게된 상우(박해수) 두 사람이 살아남는다. 공부를 많이 한 상우는 처음에는 외국인 노동자 알리를 도와줄 정도로 인간애를 지닌 듯하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비정해지고 이기심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면서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결승까지 왔다는 말하는 반면, 오히려 배운 거 없고 가진 것 없는 기훈이 패자의 희생과 헌신 덕분에 자신이 이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 게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공정하다고 말하면서도 게임 제작진이 의사 참가자에게는 미리 문제를 알려주고 자신들이 이득을 올리는데 공모하게 한다. 학교에서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성을 배워온 사람들에게 이 장면을 보면 허탈감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서바이벌 게임의 스폰서이자 포로모터인 브이아이피(VIP)들은 게임을 구경하며 노는 방관자들이며, 결국 루저들끼리 싸움을 시켜놓고 서로를 물어뜯게 만드는 비정한 모습도 글로벌 시청자에게 생각할 포인트를 던져주며 공감대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자본주의의 모순속에 사는 사람이라면 전세계 누구나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황동혁 감독은 비대면 인터뷰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기훈처럼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해 현실감을 부여했다. “제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우연히도 세상이 더 살기 힘들어지고 빈부격차가 더 심해지고 경쟁이 심해지는, 작품 외적인 시대적 요소가 이 작품에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하게 한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황 감독이 신경 쓴 포인트가 일단 이야기 이전에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으려고 했다는 것도 창의적인 발상이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줄다리기, 뽑기, 구슬치기, 징검다리 게임, 오징어 게임장의 색감, 세트, 인형 등을 기존 서바이벌과 달리 아기자기하면서도 기괴하며 화려하게 제작한 게 결국 세계인의 놀이문화가 되게하는 데 성공한 셈.

이밖에도 정덕현 문화 평론가는 “‘오징어 게임’의 전지구적 인기는 글로벌 영향을 미치는 넷플릭스가 판을 깔아준 부분이 크다. 그런 구조 속에 서바이벌이라는 자극적인 장르코드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플랫폼적인 힘과 지역적 색깔을 보편성 속에 잘 버무려 넣은 콘텐츠적인 힘을 두루 발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정길화 원장은 “‘오징에 게임’의 전지구적 열풍은 완성도 높은 재미와 함께 이 드라마의 주제인 양극화와 빈부격차를 한국의 문제가 아닌 세계보편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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