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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플러스] 혐오·폭력·희롱 온상지…페이스북이 숨기고 있는 내부 문건
유명인사 프리패스…‘엑스체크’ 시스템 아래 검열 생략
엑스체크 포함된 이용자 580만명에 달해
선택적인 커뮤니티 규정…‘위반사항 없다’며 인신매매 콘텐츠에는 눈 감아
내부 문건에 드러난 페이스북의 비밀…사내 연구 공개 안 돼
인스타그램, 10대 정신건강과 관련한 연구 진행…부정적인 결과에 침묵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과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은 '선택적 검열' 기준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사내 연구를 진행해 인스타그램이 10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파악했지만 이를 묵인했다. 논란이 일자 인스타그램은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앱 개발을 중단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별도의 시스템을 두어 영향력 있는 인물의 포스팅을 검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페이스북은 선택적이고 폐쇄적인 검열 규정으로 비판받고 있다.

페이스북과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은 별도의 커뮤니티 규정을 두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페이스북 앱에서 허용되는 콘텐츠와 허용되지 않는 콘텐츠를 엄격하게 구분한다. 특히 폭력·성범죄·혐오·차별·테러 게시글에 대한 단속을 강조하며 ‘위협이 존재하는 콘텐츠’를 삭제한다.

커뮤니티 규정이 모든 페이스북 이용자에게 적용된다던 페이스북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최근 ‘페이스북 파일’이라는 기획을 통해 페이스북이 ‘XCheck(엑스체크)’라는 시스템을 통해 유명 인사의 포스팅 검열을 생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페이스북은 ‘XCheck(엑스체크)’라는 별도의 시스템을 두어 유명 인사의 포스팅을 검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입수한 페이스북 내부 문건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 580만명이 엑스체크의 대상이 됐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트럼프그룹 수석회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그리고 네이마르 브라질 축구선수. 이들 모두 엑스체크 목록에 포함됐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엑스체크를 통해 연예인, 정치인, 기자 등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의 인종차별.폭력.성적 희롱 포함한 포스팅을 검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페이스북 내부 문건에 따르면 엑스체크의 보호를 받는 인물은 ‘VIP’로 분류된다. 지난해 기준 엑스체크 목록에 580만명의 사용자가 등록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브라질의 축구선수 네이마르는 2019년 한 여성에게 강간 혐의로 고소당하자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해당 여성의 누드 사진을 올렸다. 강간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보복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성인물, 특히 상대방의 동의 없이 올려진 사생활 사진에 대한 삭제 조치를 바로 취하지 이 게시물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네이마르는 엑스체크 아래 보호받은 것이다. 페이스북은 네이마르에게 사진 삭제 요청을 별도로 하지 않았다.

이처럼 VIP만 ‘혜택’을 볼 수 있는 페이스북의 엑스체크 시스템에 의해 삭제되지 않은 포스팅의 조회 수를 합산하면 무려 164억회에 달한다. 규정 위반을 한 포스팅이 페이스북을 통해 일파만파 공유되고 조회된 셈이다.

앤디 스톤 페이스북 대변인은 “선별적인 검열을 하는 엑스체크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다”면서 그러나 그러나 “콘텐츠 검열 시스템을 더욱 발달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엑스체크가 ‘유명인사 프리패스’로 불리며 선별적 검열 논란이 커지자 페이스북 감독위원회는 페이스북 측에 엑스체크 시스템이 어떻게 작용하고 적용되는지 정보 공개를 요청한 상태다.

100% 걸러지지 않는 위험 콘텐츠…각종 범죄 ‘활개’

페이스북의 검열 규정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도 있다. WSJ가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실제 범죄로 이어지는 폭력적인 콘텐츠에 대해 충분한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범죄·폭력 조직은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멕시코의 가장 큰 마약 조직 중 하나인 잘리스코 카르텔(CJNG)는 조직원 모집 글을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올린 바 있다. 중동 국가의 인신매매범은 페이스북에서 여성을 끌어들여 노예처럼 착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WSJ에 따르면 이런 게시물과 콘텐츠에 대한 페이스북의 사후조치는 불충분했다. 페이스북의 커뮤니티 규정에 따르면 범죄 조직은 ‘위험한 개인·조직’으로 분류된다. 규정상 해당 계정은 삭제돼야 한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위험 조직으로 지정했던 CJNG 조직의 계정은 끝내 삭제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가 5개월 동안 활동했다. CJNG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한 남성을 총으로 무참히 사살하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처럼 위험 단체로 분류된 조직에 대한 제재가 약하다. 페이스북 내부 문건에 따르면 지난해 페이스북의 콘텐츠 모더레이터는 총 320만시간을 들여 가짜뉴스·허위사실·위험 콘텐츠를 선별했다. 이 시간 중의 13%만이 미국이 아닌 해외 콘텐츠 선별에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WSJ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자국의 광고주가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 제거에 더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해외의 유해 콘텐츠에 적은 자원과 시간을 투입한 이유다.

인신매매 계정에도 페이스북은 눈감았다. 인신매매 계정 관련 규정이 2018년 페이스북 직원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인신매매 관련 계정을 인스타그램에서 찾았다. 이와 관련돼 기록된 내부 문건에는 “위반 사항이 없기 때문에 계정은 그대로 남아도 된다”고 쓰여 있었다.

직원은 계속해서 인신매매 관련 게시글을 찾았지만 페이스북은 관련 규정을 마련하는 데 시간을 끌었다. 페이스북은 인신매매로 의심되는 계정을 찾아낸 지 3개월이 지난 지난해 말, 계정을 탐지하는 시스템을 비활성화하기도 했다.

‘10대에 유해’…알고도 방치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이 숨긴 또 하나의 문건은 바로 10대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인스타그램의 상관관계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데이터 과학자를 포함한 내부 연구원은 2019년부터 ‘청소년 정신건강 딥 다이브’라는 발표를 해 인스타그램이 어린 사용자에게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바 있다.

인스타그램은 특히 미국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앱이다. 40%에 육박하는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22살 이하이고, 매일 약 2200만명의 10대 청소년이 인스타그램에 로그인해 활발하게 활동한다.

해당 연구에서 내렸던 결론은 바로 인스타그램에서는 타인과의 비교를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10대 청소년이 불행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10대가 많이 이용하는 또 다른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인 틱톡은 춤 영상이나 영상 콘텐츠를 중심으로 제공하지만,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통해 개인의 사생활을 밀접하게 보여준다.

특히 ‘인플루언서’와 같은 사람들이 올리는 패션·뷰티 콘텐츠에 10대 청소년은 민감했다.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에 따라 선별된 다양한 이용자의 몸매 사진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의 순간’만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의 특성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최고 경영진은 해당 연구를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 경영자(CEO)는 반박하며 “다른 친구들과 연결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정신적으로 풍족해질 수 있다”며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WSJ에 따르면 올해 3월 연구에 참여했던 연구원은 “인스타그램은 연예인의 패션·뷰티 콘텐츠를 덜 노출할 필요가 있다”며 “친한 친구의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 직원은 이에 반박하며 “상위 0.1%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며 “청소년이 인스타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일자 페이스북은 공식 성명을 통해 연구 결과를 은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은 “실제로 우울증이나 식이장애를 겪고 있는 청소년이 인스타그램 이용 후 더 행복해질 때도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이 40명밖에 되지 않았다며, 인스타그램을 향한 10대의 부정적인 시각을 연구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이 묻혔다고 주장했다.

연구 은폐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페이스북은 아동용 인스타그램 앱 개발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아동용 인스타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잠시 작업을 멈추려 한다”며 “부모가 아이의 인스타그램 사용을 잘 감독할 수 있게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앤드류 프시블스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소속 인터넷 기관 교수는 “페이스북과 같은 빅테크 기업은 내부적으로 진행하는 연구에 대해 더 개방적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yoo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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