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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경수의 현장에서] 엇박자 규제…금소법 이후 어느 장단에
안돼도 되고, 돼도 안되고

이달 초 빅테크·핀테크업계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핵심 사업인 금융상품 정보제공, 비교·추천서비스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따른 광고가 아닌 중개라는 금융위의 유권해석 때문이다. 광고가 아닌 중개로 서비스를 계속하려고 해도 빅테크·핀테크들은 현행법상 중개업자로 등록할 수가 없다. 모든 사업계획이 틀어졌다.

3월에 시행됐지만 사실상 6개월간 유예된 금소법이 몰고 온 파장은 이뿐 아니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는 카카오페이, 해빗팩토리 등 마이데이터사업자가 투자권유대행인이나 보험대리점으로 등록할 수 있게 규제를 풀겠다며 신용정보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후 규제는 풀렸지만 실제 혜택을 볼 수 있는 업체는 없다. 감독규정보다 상위인 자본시장법이나 보험업법의 제한 조항이 막고 있어서다.

금융위는 부랴부랴 빅테크·핀테크의 보험대리점 등록할 수 있게 보험업법 개정에 나섰지만 이번엔 또 다른 문제가 발견됐다. 대출과 보험상품 모두를 취급하는 카카오페이, 핀크, 뱅크샐러드 등은 대출모집인과 보험대리점 인가를 모두 얻어야 한다. 보험업법상 대출모집인은 보험대리점으로 등록하지 못한다. 이대로면 현재 금감원에서 대출모집인 심사를 받는 업체는 대출과 보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최근 빅테크에 대한 각종 규제는 기존 금융권이 주장해온 ‘동일업무 동일규제’가 명분이다. 기존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가 빅테크나 핀테크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은 금소법에 따라 ‘보험 보장 분석 및 비교·추천 서비스’를 일제히 중단했지만, 기존 보험사와 보험대리점(GA)은 관련 영업을 계속 하고 있다.

이번엔 빅테크와 핀테크 쪽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합법적으로 영업하기 위해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딴 빅테크·핀테크가 정작 개인에게 최적화된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못한다는 반발이다. 그러자 금융위는 보험사와 GA가 신용정보법을 어기고 보험 보장 분석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검토하고 나섰다. 그런데 이번엔 또 GA들이 아우성이다. 보험업법상 보험사와 달리 GA는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등록하지 못한다.

소통 부재가 낳은 참극이다. 금융위는 일차적으로 금소법에 명시된 중개 행위에 대한 해석을 업계에 좀더 일찍 전달했어야 했다. 금소법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 서비스를 합법적으로 개편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부여해야 했다.

금융위 내부 대화도 부족했다. 금소법은 각 업권법에 흩어져 있는 판매 규제를 모아 만든 법이다. 금소법 시행에 따라 보험업법, 신용정보법, 자본시장법 등에 고칠 것은 없는지 상의해야 했다. 외부 학계, 전문가들과 사전 상의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빅테크와 핀테크에 금융서비스의 문을 열어준 것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더 넓히기 위해서다. 새로운 서비스가 없으면 소비자 피해도 없겠지만 동시에 혜택의 기회도 사라진다. 금융위가 우왕좌왕할 때마다 새로운 서비스와 일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 하루빨리 중심을 잘 잡기를 바란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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