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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노 “모든 순간이 선택과 도전…공감하는 성악가이고 싶다”
첫 클래식 앨범 ‘NSQG’ 낸 테너 존노
성악가로의 정체성 담아…대중과 클래식 연결

스스로 선택한 음악의 길
성대결절·팬텀싱어…모든 순간이 도전과 선택
“공감하는 성악가·찾아가는 성악가이길”
‘팬텀싱어3’(JTBC)에서 라비던스 팀으로 준우승을 차지한 테너 존노가 첫 클래식 앨범을 통해 음악적 연대기를 들려준다. 앨범엔 헨델의 오라토리오부터 현대 가곡인 김효근까지 담겼다. 그는 “대중과 클래식 잇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앨범 한 장엔 270여년의 시간이 담겼다. 헨델의 오라토리오부터 현대 가곡인 김효근까지….

“보통의 성악가들은 자기만의 분야가 있어요. 제 경우엔 모차르트 스타일이고요.” 존노는 첫 앨범에 “자신만의 스타일은 배제했다”고 했다. “좋아하는 곡들 위주로 음악적 연대기를 담은 앨범”이다.

“크로스오버 프로그램(‘팬텀싱어3’)을 통해 이름을 알린 만큼, 저를 아는 분들 중엔 클래식을 잘 모르고 낯설어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서 더 다양한 클래식을 보여주고 싶었고, 대중과 클래식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남성4중창단을 뽑는 ‘팬텀싱어3’(JTBC)는 존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프로그램이다. 미국 존스홉킨스 피바디 음악대학 성악과 수석 졸업, 줄리아드 및 예일대 음대 석사학위. 성실하게 쌓아온 스펙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자유분방한 힙합 복장의 그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첫 음을 내자, 단번에 ‘천재 테너’라는 별칭이 붙었다. 매회 성악과 팝 발성을 오갔고, 장르를 넘나들었다. 존노의 목소리엔 세상의 모든 음악이 담겨, 안방에서 세계 속으로 걸아가는 기분을 안겨줬다.

‘팬덤싱어3’ 이후 1년. 누구보다 바쁜 시간의 연속이었다. 테너 존노로의 솔로 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그룹으로 결성된 라비던스(김바울 존노 고영열 황건하)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첫 앨범을 내고 리사이틀(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준비에 한창인 존노를 만나 그의 음악이야기를 들었다.

성악가로의 정체성 담은 첫 앨범 ‘NSQG’를 낸 테너 존노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 성악가로의 정체성 담은 첫 앨범 ‘NSQG’…“위로받고 힐링하는 음악”

최근 발매한 솔로 앨범은 이미 선주문 2만 장을 넘기며 ‘멀티 플래티넘’을 달성했다. 올해 발매한 클래식 앨범 중 최다 판매량이 확실하다. 앨범의 제목인 ‘NSQG’는 존노의 음악 철학을 고스란히 담았다. ‘고귀하며 간단하고(Noble Simplicity), 고요하며 웅장한(Quiet Grandeur)’. 모차르트 시대의 고전주의를 일컫는 말이다. 음악을 시작한 이후 마음에 품고 좌우명처럼 새긴 이 말은, 오래 전부터 존노의 SNS 아이디이기도 했다.

“제 음악적 철학과 삶의 모토가 되는 말이에요. ‘복잡한 생각을 하지 말고, 단순하게 생각하면서도 깊이 있는 사람이 되자’는 뜻으로 받아들였어요.” 앨범에서도 NSQG의 의미를 담은 곡들로 담았다. 그는 “모든 음악이 복잡하지 않다”고 했다.

“노래를 들으면서 위로를 받고, 힐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구성했어요. 힘든 상황을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음악에만 집중하고, 자기 안의 깊이와 마음의 평화를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앨범에선 “성악가로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존노에게 ‘경험의 깊이’가 쌓이고, ‘이해의 폭’이 넓은 곡들이 한 장으로 담겼다. 성악가로의 정체성도 함께 보여줬다. 헨델의 ‘예프타’ 중 ‘천사여, 그 아이를 하늘에 있게 하라’를 시작으로 모차르트 ‘마술피리’,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속 아리아들과 토스티 ‘이상’, 슈트라우스의 ‘내일’, 김효근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등이 담겼다. 더블 타이틀 중 하나인 헨델의 곡은 뮤직비디오로 선보였다. ‘연기자’ 존노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한 곡 한 곡 의미가 없는 곡은 없다. ‘이상’은 존노에게 여러모로 특별한 곡이다. 음악을 통해 전달하는 감정을 알게 된 곡이기 때문이다.

“토스티의 ‘이데알레(이상)’는 가곡을 들으며 태어나 처음으로 눈물을 흘린 곡이에요. 노래를 하면서 이만큼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 곡이기도 하고요.”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이 곡이 전하는 이야기 한 줄 한 줄엔 존노의 기억들이 담겼다. “가사에선 좋았던 추억들을 회상하며 돌아오라는 말을 계속 해요. 이미 떠나보낸 것을 돌이킬 수 없는 상황들이 담겨 있어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노래를 하면서 특히 감정을 많이 넣었어요.”

모든 곡에 쌓아올린 그의 감정은 오롯이 듣는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전에는 ‘노래를 잘 하자’는 생각을 했는데, ‘이상’을 부르며 오롯이 감정을 전달하는 것,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특히 최근에 더 많이 느끼게 되더라고요. 음악을 통해 감정을 나누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는 것을요.”

존노 [크레디아 제공]

■ 스스로 선택한 음악의 길…“모든 순간이 도전과 선택”

목회 활동을 하는 아버지처럼 신학을 공부하려 했던 존노가 성악을 시작한 것은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영상이 접하면서다. 유튜브에서 파바로티의 오페라 ‘투란도트’ 중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영상을 우연히 만나고, 성악을 진로로 결정했다. 그때가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누가 시킨 것”도 떠밀어서 한 선택도 아니었다. “노래가 하고 싶어” 접어들었기에, 음악의 길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고비들도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모든 순간들이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음악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 학비가 없어 자퇴를 하고 군대에 간 것, 다시 시작하려는데 성대결절이 왔던 것, ‘팬텀싱어’ 출연을 결정한 것도요. 매순간 선택과 도전, 좋은 결과와 그렇지 않은 결과의 반복이었어요.”

성대결절이 온 것은 대학원 1학년을 마친 이후였다. ‘촉망받던 유망주’는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시련 앞에 무수히 많은 좌절을 겪어야 했다. “서기로 했던 오페라 무대에서 배제되고, 밀려나게 됐어요. 주전인 농구선수가 계속 벤치에 있었던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요.” 결국 수술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수술 이후엔 3개월 동안 말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많이 힘들더라고요. 난 노래하는 사람인데, 노래를 하지 않으면 나는 뭘까. 그런 생각이 들곤 했어요.”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과 신앙의 힘이었다. “부모님께서 ‘노래하지 않아도 너는 너야’, 그렇게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목이 낫지 않아도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하게 된 계기였어요. 그 믿음과 말씀이 자존감을 살려줬어요.”

시련의 시간은 길었다. 음역대는 낮아졌고, 노래를 많이 부르면 목이 견디지 못해 며칠은 쉬어야 했다. 그러다 기적 같은 순간도 찾아왔다. ‘팬텀싱어3’ 출연 당시만 해도 이전 목소리를 완벽히 회복한 상태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돌아온 것 같다”고 한다.

“내려놓으니 회복이 되더라고요. 굳이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음역이 떨어져도 감정과 진심이 닿으면 노래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래를 하는 사람으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감정의 전달’이다. 이번 앨범에도 모든 에너지를 쏟아 마음을 전했다. 기획부터 시작해 1년이 넘는 준비 기간의 고민은 그의 얼굴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소년처럼 맑은 눈빛엔 깊이가 더해졌다. “보는 사람들마다 살도 많이 빠졌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감정을 가지고 부르지 않으면 느낌이 전달되지 않아요. 그래서 깊이 빠져 부르다 보니, 에너지가 많이 들더라고요. 들으시는 분들도 뭔가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아마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팬텀싱어3’ 이후 그는 “꿈 같은 시간”, “기적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다. “절대로 제가 잘 서 찾아온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늘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지금에 올 수 있었어요.”

주어진 곳에서 ‘최선의 삶’을 사는 존노에겐 모든 무대가 ‘터닝 포인트’였다. 이후로도 많은 일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리사이틀을 마치면 다음 달엔 ‘존노의 오페라 살롱’의 첫 프로그램으로 ‘사랑의 묘약’(10월 13일, 롯데콘서트홀)을 선보인다. 내년 초엔 크로스오버 앨범도 낼 예정이다. 힙합, 시티팝, 뮤지컬 등 보다 다양한 음악이 담긴다.

“지금 하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면 언제나 다른 길로 이어지더라고요. 전 공감하는 성악가이고 싶어요. 기쁠 때 듣고 싶은 노래, 슬플 때 위로받을 수 있는 노래로 저의 음악이 생각났으면 좋겠어요. 늘 어디에서나, 필요로 할 때 일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어떤 극장 안에서만 노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디든 다양한 곳에서 함께 하는 찾아가는 성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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