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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의학, 서양 의학보다 비과학 평가절하?” 과연 그럴까요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진이 3차원 안면진단기의 성능을 확인하고 있다.[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한의학은 질병의 진단에 있어 서양의학에 비해 의사 개인의 경험과 판단이 크게 작용한다. 눈으로 살펴보고, 증세를 물어보고, 맥을 짚어보는 등 진단 기법 자체가 의사의 주관적 능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리로 양방을 비롯한 많은 이들은 한의학은 아직도 비과학적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세간의 통념을 깨는 고령화 등 사회적 변화에 맞춰 최신 정보통신기술(ICT)과 로봇기술을 접목시켜 진단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확보한 똑똑한 한방의료기기가 속속 개발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세계 최초의 진맥 로봇이라 할 수 있는 지능형 맥진기를 개발을 필두로 이래 국내 한방의료기기의 표준화와 과학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지능형 맥진기는 환자의 팔 길이에 맞춰 바(bar)가 움직이며 손목에 압력을 가해 진맥을 해주는 기기다. 한의사들이 진맥을 할 때 보통 세 손가락으로 촌(寸), 관(關), 척(尺)의 세 자리를 집는 것을 가압 센서가 대신하는 것. 이를 이용하면 한의사가 진맥한 것 같은 정확도와 진단의 객관성 확보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디지털 설진기를 비롯해 음성진단기, 피부진단기, 안면진단기 등도 개발에 성공했다. 디지털 설진기는 혀의 색깔, 설태의 분포 등을 카메라로 촬영해 환자의 병증을 진단하는 장비다. 혀의 상태를 부위별로 분할한 뒤 해당 부위의 특징을 잡아내 진단을 한다. 외부의 빛을 차단하고 촬영하기 때문에 주변 환경에 관계 없이 균일한 진단 능력을 발휘한다. 또 피부진단기는 손등을 긁고, 잡았다가놓고, 롤러로 감아올리는 작업 등을 통해 피부조직의 거칠기와 탄력, 두께 등을 파악해 사상체질 및 환자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기기다. 안면진단기는 얼굴에 나타나는 생리적 상태와 체질 특성에 따라 건강을 진단하는 한의학 이론을 재현한 것으로서 디지털영상기기로 촬영한 얼굴의 이목구비 생김새와 안색을 바탕으로 사상체질을 판독한다.

맥진기 시연 모습.[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한의학연구원 이상훈 박사 연구팀은 ICT 기술을 활용, 얼굴 형태와 음성, 설문 응답, 체형 측정 등 네가지 진단법을 하나로 통합한 통합 체질진단기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를 활용하면 안면, 음성, 피부, 맥진단과 나이, 체질량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체질건강지수를 정확하게 산출해 낼 수 있다. 사상체질의학의 과학화와 객관화를 통해 정확하고 정량화된 진단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향후 실버타운이나 요양병원, 건강검진센터 등을 비롯해 재택용 개인 건강관리 시스템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의학에서 복진(腹診)은 복부(복직근)의 긴장도, 통증양상, 복부 온도, 복부 모양 및 부위별 색상 등을 포함해 복부에서 나타나는 징후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진단법이다.

지금껏 복진은 주로 한의사의 주관적 판단을 통해 이뤄졌으며, 객관적이고 정략적인 생체정보 획득을 위한 기기 개발이 요구돼왔다.

한국한의학연구원 김근호 박사 연구팀은 첨단 센서 융합형 복진기를 개발했다.

이 복진기는 한의사가 복진 시 관찰하는 환자의 특징을 정량적 데이터로 제공, 복부 내장이나 조직의 해부학적 변화를 찾아내 병명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연구팀은 국내에서 개발된 복진기의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결합형 장치 형태로 국제 표준을 제안할 예정이다.

또한 충분한 임상데이터를 확보해 향후 불임증, 갱년기증후군, 생리불순 등 부인과 질환, 우울증, 치매, 불면증 등의 뇌신경 정신질환은 물론 비만, 고혈압, 중풍 등의 성인병과 아토피 피부염, 건성피부 등의 피부 질환에 적용할 계획이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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