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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준硏, 최첨단 ‘우주용 조각거울 기술’ 독자 개발...우주를 보는 ‘밝고 큰 눈’ 뜬다
관측 대상 정확하게 관찰하는 첨단기술
우주선진국만 가진 기술...유출 엄격 통제
한국형 발사체 대구경 적용 연구 ‘구슬땀’
김학용 박사가 표준연이 자체 제작한 직경 1.2m 평면 반사경의 성능을 검사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미국, 러시아, 중국, 유럽 등 주요선진국들의 기술 각축전이 우주에서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우주발사체와 인공위성 개발을 포함한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고,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민간 우주기업이 유료 고객을 태우고 우주 여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오는 10월 발사 예정인 한국형발사체를 필두로 달 궤도선과 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우주개발 시대 진입을 위해서는 한 가지 선결조건이 있다. 바로 인공위성 탑재체, 그 중에서도 대구경 광학거울이다. 천체든 지구가 됐든 정밀한 관측을 위해서는 대구경 광학거울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를 통틀어 대구경 광학거울 제작능력을 확보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 등 우주선진국들뿐이다. 또한 군사적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물자로 분류, 타국으로의 기술이전이나 수출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2m급 대구경 광학거울 제작기술을 확보하고 적응광학기술 연구, 우주용 조각거울 기술 개발, 위성카메라 교정을 통한 품질 향상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우주나 하늘을 관측할 때는 흔히 대기 유동에 의한 외란(外亂)이 발생한다. 외란이 발생하면 관측대상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고 뿌옇게 흐려지는 현상이 생긴다.

표준연 연구진은 외란을 제거하기 위해 적응광학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 기술은 대기 유동량을 고속으로 측정한 뒤 이를 변형 거울에 다시 비춰보는 데 사용된다. 여기서 변형 거울이란 얇은 거울 뒤에 수백 개 이상 구동기를 부착해 거울 표면을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거울을 말한다. 이처럼 적응광학기술은 대기 유동효과를 제거해 물체를 정확히 식별해낼 수 있다. 적응광학기술은 광학 장비 핵심기술이기도 하면서 차세대 수요 맞춤형 첨단 장치, 고출력 레이저 무기체계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위성을 쏘아 올릴 때 필수적으로 채용되는 위성 카메라도 교정을 받아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카메라로 찍는 영상과 우주에서 찍는 영상은 촬영 환경이 다르기에 그 품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위성 제작자와 실제 영상자료 사용자와의 요구사항 사이에도 기술적 차이가 늘 존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위성 카메라는 복사, 공간, 기하 검·보정, 검·보정 사이트 및 장비 관리 등 품질관리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표준연 광도표준그룹에서는 국가위성활용지원센터와 함께 위성 카메라의 절대 복사 보정을 위한 기준값을 제공, 영상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일 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상에서는 선명한 해상도를 얻기 위해 노력해도 대기의 흡수 효과 때문에 X선, 감마선, 자외선, 적외선 일부를 볼 수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주에 대형반사경을 띄워 올려 관측해야 한다.

표준연 첨단측정장비연구소 우주광학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직경 2m급 대형 비구면 반사경을 정밀하게 가공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연구진은 ‘우주용 조각거울’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조각거울이란 반사경을 로켓의 부피에 맞게 접은 상태로 발사한 후 우주에 도착하면 펼쳐서 사용하는 기술이다. 우주에서 지구의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반사경이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초고해상도 영상을 얻으려면 관측 위성의 반사경이 직경 3 m 이상으로 커야 한다.

문제는 3m 이상의 반사경을 우주로 보내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로켓에 실을 수 있는 위성의 크기는 제한될 수밖에 없기에 반사경 역시 원하는 만큼 크게 만들 수 없다. 조각거울의 형태로 반사경을 접은 채로 우주로 보내면 부피 문제도 해결되고, 초고해상도 영상을 얻을 수 있는 크기로 펼쳐져 정확한 관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주용 조각거울’ 개발은 우주라는 공간에서 스스로 정확하게 단면을 펼쳐 하나의 반사경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설계 기술과 조립 기술 등이 필요하다. 또한 무게는 줄이면서 강도는 단단하게 개발할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하다. 강도가 중요한 이유는 로켓이 발사될 때 울리는 진동에 깨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우주에서 펼쳐졌을 때 거울의 조각끼리 맞붙는 면의 균일도가 정확해야 한다.

김학용 표준연 박사는 “우리가 거울을 볼 때 가운데는 상이 잘 나오지만, 테두리로 갈수록 얼굴이 일그러진다”라며, “조각거울은 지구를 관측하는 데 사용돼야 하기에 거울의 테두리까지 정확하게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양호순 표준연 박사는 “우주용 조각거울이 스스로 여러 개의 조각거울을 정확히 펼쳐 마치 하나의 단일 반사경처럼 완벽하게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초고도 로봇기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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