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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대통령 질타·장관 사과에도 ‘경고’라니

‘분량이나 정도의 많음과 적음’, ‘작은 정도’.

‘다소’(多少)의 사전적 정의다. 국방부의 최근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t급)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지켜보면서 ‘다소’의 의미를 주목하게 됐다.

국방부는 지난 8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해군본부, 해군작전사령부, 국군의무사령부, 청해부대 34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국방부는 감사결과, 청해부대에서 다수의 감기 증상자가 발생했는데도 늦게 보고된 데 대해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청해부대 장병 대상 백신 미접종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부 장병의 마스크 사용 등 방역지침 준수와 관련해서도 “다소 미흡했다”고 밝혔다.

전체 승조원 301명 가운데 90.4%에 달하는 272명이 집단감염되고 보고하는 과정에서 그야말로 ‘다소’ 잘못된 부분이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그런데도 국방부의 처분은 국방정책실 국제평화협력과와 인사복지실 보건정책과, 합참 군사지원본부 해외파병과, 해군본부 의무실, 해작사 의무실, 청해부대 34진 등 6개 기관과 부서에 ‘경고’하는 수준에 그쳤다. 국방부가 사용한 ‘다소’의 의미가 ‘작은 정도’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국방부의 감사결과 발표와 문무대왕함의 국내 입항으로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는 일단락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는 여전히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눈에는 부족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고 지적하고, 서욱 국방부 장관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결국 책임지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셈이 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야권은 ‘전 세계 해군 역사상 없던 부끄러운 사례’ ‘사상 초유의 대리운전 귀항’ ‘국가적 망신’이라며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서 장관과 원인철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 경질, 그리고 국정조사까지 요구했다. 물론 이역만리에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국위선양과 국제해양안보를 위해 헌신하다 불의의 사태를 만난 청해부대 장병들에게 비판의 화살이 돌아가서는 안 된다. 이들은 문무대왕함을 현지에 두고 국내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 나오자 음성자만 먼저 보내고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된 양성자들끼리 배를 몰고 가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국방부의 ‘셀프 면죄부’는 청해부대 장병들의 인식과 거리가 멀다.

국방부는 감사결과 발표와 문무대왕함 국내 복귀로 큰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할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당장 비판은 면할지 몰라도 군에 대한 신뢰는 또다시 깎였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군은 올해 들어 부실 급식 논란과 공군·해군 여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까지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고, 이는 군의 신뢰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부의 청해부대 감사결과가 국민을 이해시킬 수 있을까. 대다수 국민이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그리는 군내 가혹행위 등 부조리 묘사에 대한 국방부의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고민해야 한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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