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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빅테크 플랫폼 독과점 규제, 혁신의 싹 자르지 않도록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9일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에 대한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을 강조했다. 시장은 은행, 카드사 등 기존 금융권에 비해 규제 문턱이 낮았던 빅테크 금융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시그널로 받아들였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주가가 8, 9일 이틀간 각각 17%, 10% 폭락하면서 두 회사의 시가총액도 각각 11조원, 8조원이 사라졌다.

요즘 빅테크 플랫폼에 대한 여권의 압박은 전방위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7일 ‘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 토론회에서 “카카오 성공 신화의 이면에는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 시장 독점 후 가격 인상과 같은 시장 지배의 문제가 숨어있다”고 했고, 윤호중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러한 상황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규제 입법에 나설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금융당국도 카카오페이 등이 제공하는 펀드·보험 서비스가 단순한 광고대행이 아니라 법이 금지하는 미등록 중개행위라고 보고 제재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빅테크 플랫폼에 대한 따가운 시선은 업계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 처음에는 무료로 제공하다, 시장을 장악하면 수수료를 올리는 건 플랫폼의 전형적인 속성이다. 최근 카카오가 택시 호출비를 5배나 올리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2배 인상에 그친 것이 잘 말해준다. 배달의민족 역시 배달비가 뛰면서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예전의 가벼운 몸집이 아니다. 문어발식 확장이 과거 재벌들 뺨친다. 카카오 계열사는 118개, SK그룹 다음으로 많다. 지난 석 달 사이에만 20개 가까이 늘었다. 이 사업들 상당수가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장사하는 분야와 겹친다. 네이버도 쇼핑 서비스를 통해 온갖 물건을 직접 팔거나 중개하기 때문에, 소규모 판매자와 자주 부딪힌다. 비싼 수수료와 갑질 논란이 독과점 규제 필요성을 불러낸 것이다.

구글이 세계 빅테크 시장을 주도하듯 플랫폼 경제는 나라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돼 있다. 팬데믹 장기화·일상화 시대의 탈출구도 빅테크가 주도하는 혁신과 편리성이다. 세상을 바꿀 혁신에 성공한 기업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독과점이라는 전리품을 챙기려 들게 마련이다. 혁신기업의 몸집이 커지면서 생기는 폐해와 횡포는 막아야 하지만 혁신의 싹 그 자체를 자르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한다. 혁신과 창업 정신이 쇠퇴하면 도도히 흐르는 4차산업혁명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익사할 수밖에 없다. 혁신과 상생의 두 가치를 놓치지 않는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를 모아 갈등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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