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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기억이 머무르는 병, 치매 그 두 번째 이야기

초기 치매는 단순하고 익숙한 환경에서는 혼자서 생활이 가능하고 약간의 기억 장애를 보이기에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만이 문제를 알아차리기 시작하는 시기다. 그러므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칠 수 있는 경우도 많아 흔히 보이는 증상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기억력의 저하’.

대부분 아주 오래전 기억은 오히려 생생하다. 대개는 수일 전 혹은 수주일 전의 단기 기억력 저하가 먼저 생기기에 가까운 과거의 내용을 잊어버리기 쉽다. 예를 들면 새로 소개받은 사람 이름을 계속 묻거나 방금 읽은 신문이나 책의 내용도 기억하지 못한다. 시간에 맞춰 약은 먹었는지, 가스불은 제대로 껐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 반복적으로 체크하게 된다.

둘째, ‘언어능력의 저하’.

일반 대화에서는 어려움을 보이지 않다가 익숙하던 물건이나 사람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아 ‘이, 그, 저’ 등의 지시대명사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시도를 자주 한다. 대화를 이어가다 상대가 본인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지시대명사를 끝까지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에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성격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셋째, ‘지남력과 시공간 능력의 저하’.

지남력이란 시간·장소·사람에 대한 인지능력을 말하며 연도·월·일·요일 등을 착각하거나 잊어버리는 일이 잦다. 초기에는 시간 개념이 저하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장소에 대한 지남력에도 문제가 생겨 익숙한 곳에서 길 찾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지하철역이나 복잡한 길에서 본인이 가려고 했던 방향을 찾지 못하고 길을 헤매는 시공간능력의 저하를 보인다.

넷째, ‘실행기능의 저하’.

한 번에 2~3가지의 음식을 한꺼번에 만들 수 있던 주부가 더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경우다. 돌발적 상황에 대해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지거나 해결 못하는 경우도 많다. 세탁기·전기밥솥 등 자녀가 선물하거나 새로 구입한 제품의 간단한 조작법을 익히지 못해 고장내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특징적인 증상은 다양하나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증상들에 대해 알아봤다. 같은 초기 대상자라도 사람이 따라 특정한 인지 증상이 일찍 나타나거나 늦게 나타날 수도 있다. 초기 단계에는 본인이 이상을 감지하고 느끼기 때문에 좌절감과 우울감을 느끼기 쉽다. 그럴수록 치매 대상자에 대한 관심과 주의가 절실하다. 서서히 혹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환자 주변의 가족, 지인들도 적잖이 당황스럽고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럴수록 치매 대상자에 대한 다음의 마음가짐을 새기고 대한다면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첫째, 치매 대상자를 한 인격체로 존중한다. 둘째, 치매 대상자의 살아온 날들을 이해한다. 셋째, 열린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 준다. 넷째, 완벽하기를 바라기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다섯째, 높은 소리보다는 낮은 소리로 간결하게 질문하고 대답한다. 여섯째, 공감하며 들어주고 천천히 기다려 준다.

기억이 머무르는 병, 치매. 환자와 가족의 시간이 모두 멈춰버린 것은 아니다. 다만 흐르는 시간과 방향이 서로 조금씩 다를 뿐이다. 조기에 발견해 대처하면 진행 속도는 늦출 수 있다. 예방하고 빠른 발견으로 대처하면 머무르는 그 시간을 조금은 더 늦출 수 있다.

김은성 호남대 작업치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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