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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행정의 사각지대 해소

좋은 행정이란 무엇일까? 좀 더 나은 행정은 행정의 사각지대를 찾아내 해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행정 체계는 매우 괜찮다고 평가받고 있어, 행정 레이더에 잡히는 경우에는 그나마 다행일 때가 많다. 문제는 이런 행정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범위 안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 즉 행정의 사각지대라고 할 것이다. 행정이란 일정한 기준이나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현대 행정의 기본원칙 중의 하나다. 그런데 이런 기준이나 원칙이라는 것이 상당히 임의적이다. 예를 들면 요즈음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있는 데, 전 국민이 아닌 선별적 지원의 경우 과연 그 지급 기준을 정하는 원칙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즉, 지급 기준을 월 소득 300만원으로 정하는 경우, 300만1원이 소득인 사람은 혜택을 받지 못하게 돼 되레 ‘소득 역전’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300만1원 소득자의 어려움은 해소하지 못하게 된이다. 이런 문제에도 원칙과 기준에 따른 행정이 불가피하고, 이런 행정이 과거의 행정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장점이 있기 때문에 현대행정의 기본 원칙으로 자리 잡게 됐을 것이다.

이렇게 원칙과 기준에 따른 행정을 적용에 따른 행정의 사각지대는 우리나라의 복지제도에서 많이 발생한다. 복지 수혜자의 기준을 엄격하게 정해야만 부정 수급이나 수혜자의 자의적 선정을 막을 수 있기에 그 기준은 점차 복잡하고 엄격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반대로 현대의 시대 상황은 이런 기준이나 원칙을 벗어나는 다양한 사례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은 많이 완화됐지만 과거 복지 대상자에서 탈락하는 많은 사례가 부양할 수 있는 부모나 자식이 있는 경우다. 이런 기준이 바뀐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할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원칙과 기준에 따른 행정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였다. 나는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법 중의 하나로 행정의 시민 접점인 동과 통장들을 적극 활용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즉, 복지 수혜가 필요하나 기존의 기준으로부터 벗어나 있어 혜택을 받을 수 없거나 몰라서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주민을 적극 발굴하는 일들을 동이나 통장들이 할 수 있게 행정의 틀을 바꾸자는 제안을 했고, 이를 시범적으로 시행해 성과를 얻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문화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일이었다. 영세 예술인들은 전문예술인으로 5년 이상 활동하게 되면 정부로부터 일정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있다. 문제는 학교를 졸업하고 5년이라는 기간에 예술활동을 영위한 실적이 있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젊은 예술인이 5년이 되기 전에 예술활동을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갖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시에서는 이렇게 문화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학교 졸업 직후부터 정부 지원 기준이 되는 5년 경력 미만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하게 됐다.

현행 행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제도의 시행으로 자칫 세상으로부터 소외될 수 있는 복지 미수혜자들이나 예술활동을 그만둘 수도 있던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를 제공할 수 있었다면 그 의미는 남다를 것이다.

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

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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