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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코미디언들이 살아남는 법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나는 최근 종영한 제9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의 ‘코미디 온라인 세미나’에서 한국 코미디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경쟁력에 대해 발제했다.

구봉서, 배삼룡, 서영춘 등 과거 코미디언은 확실하게 드라마, 영화, 예능을 다 뛸 수 있는 엔터테이너였다. 구봉서의 영화 출연 횟수는 100편이 넘는다. 작은 역할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코미디언이 연기를 하기도, 예능을 하기에도 녹록한 환경이 아니다. 그 이유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개그콘서트’는 왜 폐지됐을까? 재미가 없어서? 시청률이 나오지 않아서?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만약 ‘개콘’이 시즌제였다면 폐지가 아닌 (시즌1) 종영이라는 단어를 썼을 것이다. 21년이나 방송된 프로그램은 폐지라기 보다는 멋있게, 잘 끝난 것이다.

‘개콘’은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다. 방송콘텐츠가 산업화 시대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과정에서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KBS에서 올 하반기 선보일 새 코미디 ‘로드 투 개콘’이 기대된다.

‘키컸으면’ ‘고음불가’ 캐릭터 하나 뜨면 1~2년 해먹는 시대가 아니다. ‘피식대학’은 캐릭터가 있지만 다른 세계와 연결되는 것은 디지털 방식이다.

2010년대 후반만 해도 코미디언은 버라이어티 예능 적응도가 유일한 변신과 롱런의 관건이었다. 이수근과 정형돈의 성공사례가 있었다. 지금은 훨씬 더 다양해졌다.

전체를 포괄하면서 개개인의 욕구를 맞춰줘야 하는 초개인화, 즉 ‘브로드 커버리지, 하이퍼내로우 서비스’ 시대에는 코미디도 이에 발맞춰 방송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콘텐츠로 변화해야 한다.

영역이 불분명한 ‘좋좋소’도 코미디언들의 도전감이다. 웹드라마인데도 다큐처럼, 허구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로 핍진한 ‘좋좋소’는 배우들의 영토확장물이다. 1인미디어에서도 ‘낄낄상회’ ‘흔한 남매’ ‘오킹TV’ ‘피식대학’ 등 개그맨들의 성공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코미디언들은 자신을 좀 더 넓게 해석, 확장해 가치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방송 코미디 외에도, '부코페'와 같은 공연형 무대와 스탠드 업 코미디 등 다양한 코미디에 도전하는 코미디언들이 계속 나와야 한다. 예능 외에도 교양 프로그램도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는 전문숙련공과 미숙련공은 할 일이 많지만 중간숙련공은 할 일이 없어진다. 그래서 어정쩡해진 코미디(언)는 다 사라진다.

디지털 시대에도 ‘뻐꾸기 골프 TV’ 등으로 여전히 성공을 거둔 김구라처럼 대체불가 캐릭터가 필요하다. 주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모바일은 양의 소통은 되지만 질의 소통은 담보하기 힘들다. 감성이 취약해지고 희로애락을 잘 나누지 못한다. 여기에는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코미디언들이 제격이다.

막연히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대중픽' 시대를 지나 주체적인 '내'가 선택한 것이 보편적이라는 '마이픽' 시대의 첨단을 걸어야 하는 것도 코미디언이라는 걸 꼭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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