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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더스트리 시대] 팬덤, 단순 추종자 아닌 K팝 산업 이끄는 파트너
한류팬 1억명…K팝과 성장한 ‘팬더스트리’
전 세계로 흩어진 팬덤 결집 중요성 부각
K팝 팬덤, 조직적·연대의식 형성…무한 가능성
‘수퍼팬 시대’, 추종자에서 참여자·파트너로…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가 운영하는 ‘팬덤 플랫폼’에 블랙핑크가 합류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커뮤니티는 오픈 하루 만에 100만 명이 넘는 팬들이 결집, 현재 180여만 명이 모였다.[YG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블링크 안녕♡ 요즘 점점 흐릿흐릿 비가 내리려고 하는데 우리 블링크 생각이 또 자주 나겠어요. 다들 우산 잘 챙기고!”(블랙핑크 지수)

블랙핑크 지수는 위버스 ‘블랙핑크 커뮤니티’의 단골손님이다. 아이디는 ‘치치’. 가장 최근 남긴 글은 지난달 31일이다. 로제는 지난달 27일 접시에 그림을 그리는 새로운 취미 생활을 공개했다. “블링크한테 자랑하고 싶었다”며 “해가 밝았을 때 시작했는데 어두워져 나와서 놀랐다”는 일상을 공유했다. 팬들을 향한 일상적 인사와 함께 사진 한 장, 짧은 영상 하나가 전부지만 이 글에는 1만개 이상의 댓글이 달린다.

올 여름 가요계의 최대 화두는 블랙핑크의 ‘위버스 입점’ 소식이었다. 위버스는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가 운영하는 ‘팬덤 플랫폼’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커뮤니티는 오픈 하루 만에 100만 명이 넘는 팬들이 결집, 현재 180여만 명이 모였다. 유튜브 구독자수로 전 세계 2위에 올라있는 블랙핑크는 YG엔터테인먼트의 초대형 아티스트 IP(지적 재산권)다. YG엔터테인먼트는 위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 블랙핑크의 데뷔 5주년을 기념한 각종 이벤트를 열 뿐만 아니라 포토 카드, 의류, 머그잔 등 각종 MD를 선보이고 있다. 블랙핑크의 합류로 위버스는 ‘21세기 팝 아이콘’으로 불리는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가장 강력한 K팝 스타는 물론 해외 팝스타들까지 거느린 명실상부 ‘공룡 플랫폼’이 됐다.

한류팬 1억명 시대가 도래하며 대중문화계의 최대 화두는 ‘팬더스트리(Fan+Industry)’로 떠올랐다. 팬덤을 중심으로 한 산업을 말하는 팬더스트리는 K팝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 중이다. 사진은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전 세계 한류팬 1억 명 시대. 지금 대중문화계는 ‘팬더스트리(Fan+Industry)’에 주목하고 있다. 팬더스트리는 ‘팬(Fan)’과 ‘인더스트리(Inderstry)’를 합친 신조어로, 팬덤을 중심으로 한 산업을 말한다. 팬더스트리는 굿즈 판매, 자체 콘텐츠 제작은 물론 팬과 스타를 연결하는 팬덤 플랫폼이 기반으로 한다. 팬더스트리의 영역은 현재 K팝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 중이다.

미국 빌보드는 최근 “방탄소년단의 팬 커뮤니티인 ‘위버스’처럼 팬과 스타의 끈끈함을 강조하고 보다 적극적인 팬들을 우대하자는 개념이 전 세계 음악 시장으로 확대하고 있다”면서 “K팝 팬덤이 탄생시킨 ‘팬더스트리’ 시장이 ‘수퍼팬(super fan)’의 시대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팬더스트리’는 K팝의 고유한 특성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K팝은 다른 장르의 음악과 달리 유독 공고한 팬덤을 가진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학 교수는 “충성도 높은 골수팬은 팝 시장에도 존재하지만, 한 장르에서 이런 경향이 나타난 적은 거의 없었다”며 특히 “국가적 범위를 넘어 글로벌 범위에서 팬덤 문화가 확산되고 유지되는 것은 독특한 특성이다”라고 진단했다.

K팝의 강력한 영향력은 동남아시아부터 남미 브라질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팬덤을 다졌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지난해 집계한 세계 98국의 한류 온라인 동호회 회원은 무려 1억 478만 명. 2015년의 3560만 명에서 5년 만에 3배나 늘었다. 이들이 영향력이 상당하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팬덤 경제의 규모는 7조 9000억 원이나 된다. 강력해진 팬덤의 소비자 파워는 ‘팬덤 비즈니스’라는 용어를 만들며 K팝을 이끄는 동력으로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K팝 음반 시장만 해도 수치로 증명된다. 전 세계 음반 시장은 불황임에도 K팝은 나홀로 성장세다. IFPI(국제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2013~2019년 글로벌 음반 시장 규모가 연 평균 5.7%씩 감소했지만 K팝 음반의 판매량은 연평균 28%씩 성장했다.

K팝은 이제 크든 작든 그룹의 데뷔 이전부터 팬덤을 가지고 등장한다. K팝 팬덤이 커지며 업계에선 전 세계로 흩어진 팬덤을 하나의 공간에 결집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팬덤은 단순한 추종자가 아닌 비즈니스 참여자이자 파트너로 자리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K팝 팬덤은 2000년대 중후반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류를 견인한 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 등 2세대 그룹이 등장하며 크기가 커졌다. 이후 방탄소년단 블랙핑크로 대표되는 3세대 K팝 그룹이 등장해 북미, 유럽 등지로 팬덤을 확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K팝은 이제 크든 작든 그룹의 데뷔 이전부터 팬덤을 가지고 등장한다는 것이다. 거대한 팬덤의 영향력을 확인하자, 업계에선 전 세계로 흩어진 팬덤을 하나의 공간에 결집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K컬처 NFT 마켓 플레이스로 출발해 K팝 팬덤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시도 중인 박지훈 스노우닥 대표는 “방탄소년단처럼 큰 K팝 그룹뿐만이 아니라 데뷔조차 하지 않은 연습생이나 신인그룹도 해외에 팬덤을 가지고 있다”며 “해외 팬덤의 경우 현재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데다 언어의 장벽, 접근성, 신뢰의 문제로 팬덤 활동을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들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의 필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팬덤 결집의 중요성은 ‘공룡들의 전쟁’을 불러온 계기가 됐다. IT기업 엔씨소프트와 자회사 클렙(Klap)은 지난 1월 ‘팬덤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K팝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지향하는 유니버스(UNIVERSE)엔 강다니엘, 몬스타엑스를 비롯해 다양한 K팝 그룹이 활동 중이다.

김정하 클렙 부대표는 “K팝은 이미 세계 음악 산업의 주류로 떠올랐고, K팝 팬덤은 가장 영향력 있고 행동력 있는 오피니언 리더로 자리 잡았다”며 ”최근 해외 매체나 서비스들이 K팝 팬덤을 호명하며 그들의 움직임을 독려하는 일이 많아졌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조직적이고 연대의식을 형성하는 충성스러운 K팝 팬덤의 열정이 갖는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K팝 업계에서 팬덤은 더 이상 추종자가 아니다. 이제는 적극적인 비즈니스의 참여자이자 파트너로 K팝 산업을 이끄는 일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미국 빌보드지는 “과거 일방적인 팬클럽 문화였다면 K팝 팬덤을 통해 스타와 팬이 공생하는 ‘파트너’ 역할로 커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는 팬덤을 프로슈머(참여형 소비자)로 정의, “더 많은 프로슈머들이 다양한 플랫폼에서 그들이 가공한 콘텐츠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SM 컬처 유니버스(SMCU)’를 공고히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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