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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백신 신뢰와 위드 코로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백신’ 관련 국민청원·제안은 1042건에 달한다. 대부분이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을 하소연하는 글들이다. 백신 접종 후 갑작스레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아픔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부분이 ‘백신을 맞으시라. 혹여 부작용이 발생하면 책임지겠다는 정부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지만 정부는 정작 팔짱만 끼고 있다고 성토한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도 감당할 수 없는데 빽(?)도 없고, 힘도 없고, 전문지식도 없는 서민에게 인과관계를 입증하라는 게 말이 되냐고 울분을 토한다.

백신을 맞은 부모님이, 자식들이 걱정돼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기를 드는 게 현실이다. 시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마저 경감시키고 있다. 아니 곧추섰던 신경이 시간의 사슬에 묶여 무뎌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무뎌진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은 백신에 대한 두려움으로 전이되고 있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라는 기나긴 여정이 시작됐을 때부터 있었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도록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백신 부작용의 비율이 현저히 낮고 안 맞는 위험보다는 맞는 위험이 낮다고 하지만 당하는 사람들에겐 외계어처럼 들린다. 관찰자에게 1%일 수 있는 객관적(?) 위험이 당사자들에겐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고 극복하기 힘든 현실인 법이다.

1차 백신 접종 후 질병관리청의 ’이상 반응 신고 안내‘ 문가가 한낱 스팸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도 그래서 거북스럽기만 하다. 국민을 생각하는 정부의 자상한 행정(?)이 형식적인 문자로만 기억되는 현실은 ’뉴노멀‘이다.

요즘 정치권에선 ’군부대 노마스크‘ 논란이 불쑥 튀어나왔다.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군장병을 대상으로 병영에서 ’노마스크 실험‘을 비공개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야당이 왜곡하고 있다며 반발한다.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심심찮게 튀어나오는 ’위드 코로나로의 정책 전환‘과 맞물려 그 파장은 만만치 않다. 진위가 어떻든 간에 언제까지고 코로나19라는 감염병에 짓눌려 일상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약효도 예전 같지 않다. 그러니 백신접종률을 높여 ‘집단면역’(백신 접종 초기만 해도 집단면역을 얘기하던 정부가 이제는 집단면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지만)을 통해 일상 복귀를 준비해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머리’에서 하는 말이 100% 맞다고 하더라도 몸이 부닥치는, 감정이 부대끼는 말은 계속해서 물음표를 던진다. 녹록하지 않은 현실 때문에 그럴 것이다.

백신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진 곳에서, 국민이 계속해서 물음표를 던지는 일방적인 ‘위드 코로나’는 K-방역의 전리품에 지나지 않는다. ‘머리’가 던지는 말이 맞다면 그 말에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백신에 대한 두려움을 거둬들이고 신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고, 위드 코로나로의 정책 전환을 위한 꼼꼼한 세부 계획과 국민의 동의를 얻으려 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집단면역을 위한 선행 실험(?)도 먼저 전문가와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먼저인 국가가 현실이 된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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