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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민의힘 투기 대처 ‘부자당’ 오명 벗겠다는 각오로

국민권익위는 국민의힘(104석) 의원 12명과 가족에 대해 부동산거래·보유 과정에서 법령 위반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권익위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와 공교롭게도 투기 의혹 의원 수가 같다. 투기 수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친족 명의를 빌려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거나 편법 증여 등으로 세금을 탈루한 혐의, 토지보상법·건축법을 위반해 부동산을 사들이거나 호재가 있는 지역의 농지를 불법 전용한 의혹 등이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명 중 1명꼴로 투기 혐의가 있다는 이번 권익위 조사결과는 그리 놀랍지 않다. 기업가, 고위 관료, 판·검사가 의원 다수를 차지해 자산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기 사례가 여당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세간의 짐작이었다. LH 사태로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이 전수조사를 자처해 투기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 모두에게 출당과 탈당 권유 등 초강력 처분을 내린 것도 제 살을 베어주고 정적(국민의힘)의 뼈를 끊겠다는 전략에 다름 아니다. 의원 수를 고려하면 투기 의혹 의원 비율은 국민의힘이 11.7%로, 민주당(6.9%)의 2배에 가깝다. 그런데도 ‘부자당’ ‘웰빙당’이라는 오명에 비하면 오히려 숫자가 적게 나온 거 아니냐는 국민적 시각이 상존한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권익위 조사의 한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여권 고위 인사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드러날 때마다 ‘내로남불’이라며 맹렬히 비판해왔다. 그러나 이번 권익위 조사결과로 남의 눈의 티보다는 제 눈의 들보를 봐야 한다는 지적에 할 말이 없게 됐다. 이준석 당대표는 약속했던 대로 민주당보다 강도 높은 조치로 부동산 투기에는 어떤 관용도 없다는 단호함을 보여야 할 것이다. 탈당 조치를 내릴 경우 국민의힘 의석수가 개헌저지선(101석)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반발이 벌써 나오고 있는 모양인데 좌고우면하다가는 더 큰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도 최대한 수사를 서둘러 투기는 응징하되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를 내년 3월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 덧씌워진 ‘부자당’ ‘웰빙당’이라는 이미지를 걷어내지 못하면 공염불에 불과한 헛구호일 뿐이다. 야당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부동산정책도 국민의 신뢰에 기반해야 효력을 발휘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권익위 발표는 위기가 아니라 전화위복의 기회다. 썩은 환부를 도려낸다면 건강한 보수로 거듭나는 출발선이 될 수 있다. 이 대표와 대선주자들의 결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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