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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읽는 신간]고전미술은 ‘짝퉁’…‘벌거벗은 미술관’외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벌거벗은 미술관(양정무 지음, 창비)=미술학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그리파 석고상, 왜 로마 조각상이 한국의 석고소묘계의 아이돌이 된 걸까? 고전 미술의 특징인 벌거벗은 누드상은 어떻게 탄생한 걸까? 그림의 안과 밖을 면밀히 살피고 연구해온 미술사학자 양정무는 우리가 아는 고전미술은 ‘짝퉁’이라며, 고전미술에 담긴 출생의 비밀을 벗겨낸다. 그리스의 미술이 서구에서 수천년 동안 미의 기준이 된 배경에는 로마가 있다. 고대 그리스 조각을 복제한 로마의 석고상이 그리스의 작품으로 잘못 오해되면서 순백색의 대리석 조각이 이상화됐는데, 그 배경엔 군국주의적이고 남성중심적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저자는 의외의 질문으로 그림과 미의식에 균열을 일으키는데, 가령 미술관의 초상화엔 왜 웃는 얼굴이 드물까란 참신한 물음은 미술과 웃음의 문명사로 이어진다. 저자에 따르면, 고대와 중세, 르네상스, 근대, 현대의 얼굴표정은 다르며, 이는 곧 시대정신이다. 그런가하면 그림의 집인 박물관, 미술관이 걸어온 길에는 어두운 역사가 있다. 제국주의의 침탈의 역사와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한 국가권력의 욕망이 자리하고 있으며, 여전히 많은 나라들이 국가 이미지를 시각화하는데 박물관을 이용한다. 팬데믹 시대, 미술 속 질병과 고통은 새롭게 읽힌다. 의료기술이 부족했던 과거, 흑사병 등 감염병이 일상을 어떻게 바꿔놓았으며,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한 관념도 뒤바꿔놓았다. 질병과 죽음에 대한 공포는 미술의 존재양식마저 바꿔놓게 된다. 책은 하나의 그림을 해독하기 위해 당시 사회경제적 조건, 당대 사람들의 심리와 사고방식, 당대의 세계관과 종교 등을 살피며, 시대를 넘어 그림이 건네는 이야기를 어떻게 읽어나가야 할지 보여준다.

▶백조와 박쥐(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일본 추리소설계 최고의 인기작가이자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35주년 기념작. 지난 4월 발표한 사회파 추리소설계열의 작품으로, 히가시노 특유의 인간에 대한 따뜻함과 추리 소설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33년 차이를 두고 벌어진 두 개의 살인사건을 섬세하게 직조해나간 소설은 도쿄 해안 도로변에 불법 주차된 차 안에서 흉기에 찔린 사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피해자는 올바름의 표본격으로 명망이 높은 국선 변호사 시라이시 겐스케다. 형사 고다이는 주위 인물들에 대해 하나하나 탐문을 해나가는데, 이들은 모두 한결같이 그가 원할 살 사람은 아니라고 증언하며 사건은 난관에 봉착한다. 그러던 차에 한 남자가 범죄를 자백하며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바뀐다. 남자는 33년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금융업자 살해 사건’의 진범이 바로 자신이라고 밝힌다.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그 사건의 용의자는 결백을 증명하고자 유치장에서 자살해 종결된 살인사건이다. 남자의 자백은 많은 의문을 풀어줬지만 왜 33년 전에 그가 체포되지 않았는지. 어째서 용의선상에서 제외됐는지 등 수수께끼를 남긴다. 소설은 두 살인사건과 관련 인물의 의문과 진실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공소시효의 문제와 SNS 2차 피해 등 논란이 있는 현안도 녹여냈다.

▶진붕 초망(라카이위안 지음, 이유진 옮김, 글항아리)=중국 진나라 제국이 붕괴하고 초나라가 멸망하는 격동기의 역사와 전쟁, 영웅들의 흥망성쇠를 담았다. 30년동안 진한사(秦漢史)를 연구해온 리카위안 일본 수지쓰대 교수의 역저로, 중국 역사가 흔히 최초의 통일 대업을 이룬 진 나라에서 유방이 세운 한 나라로 이어지는 것으로 기록하는 것과 달리 진한 사이에 말소된 초나라를 조명, 진-초-한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저자는 진나라 멸망에 초나라의 세 영웅, 진승, 항우, 유방이 활약했음을 세세히 밝히며, 이들이 활약한 터전과 군사들이 모두 초나라에 속해 있었음을 강조한다. 한나라를 세운 유방 역시 초나라의 기치 아래 활동했으며 진왕의 항복을 받아냈을 때는 초나라 희왕의 탕군장으로 초나라 신민이었다. 그런 초나라는 후한의 역사가 반고의 ‘한서’이래로 사라진다. 반고는 진승과 항우를 열전으로 강등 편입시키고 진·초·한 시기의 역사는 진·한 시기의 역사로 간주했다. 이런 역사의 수정으로 천하의 정국을 주도했던 초나라의 존재는 사라지고 장초왕 진승과 서초패왕 항우의 위상은 희석되고 만다. 탐색과 현장 고증을 통해 초나라와 초나라 사람을 재현해낸 저자에 따르면, 진나라 말 역사는 전국시대로 다시 돌아간다. 진나라 말부터 전한 초에 이르기까지 열국이 병립해 분쟁하고 제자백가와 유협 호걸이 다시 출연하는 등 60여년간 포스트 전국시대가 이어지다 한 무제가 즉위한 뒤, 제2차 통일이 완성된다. 묻힌 초나라의 발견에 초점을 맞춘 책은 중화권 독자들의 폭넓은 인기를 얻었으며, 이번에 나온 한국어판은 중국 삼련서점의 학술주석판을 완역한 것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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