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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골프에서 배우는 인생사

비트코인에 견줄 정도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골프 열풍이 뜨겁다. 대한민국 국민이 이렇게 골프를 좋아하는 민족이었나 싶을 정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고, 집합 금지가 연일 강화되는 가운데 놀이문화의 중심으로 새롭게 떠오른 듯하다. 필드는 물론이고 스크린 골프장까지 만원이다. 갑질의 주체가 손님에서 골프장으로 바뀌었다는 농담이 들릴 정도로 호황이다.

개인적으로 골프를 좋아하지 않았다. 세상에 이런 시간과 돈 낭비가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타고난 운동신경의 모자람도 있다. 오죽하면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재임 당시 만든 자선 골프대회의 시타를 양보할 정도였다. 연일 저녁 술자리 후 제대로 자지도 못한 채 새벽녘에 골프장으로 향하면서 드는 ‘내가 왜 이렇게 사나’ 하는 자괴감도 한몫했다.

계속 강 건너 불구경하려 했으나 시대의 유행에 뒤처지나 싶어 요즘 오랫동안 처박아 놓았던 골프채를 꺼내 들고 여러 골프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번번이 동반자들에게 끼치는 민폐가 미안하기도 하고 경쟁심도 작동해 평생 처음 레슨도 받고 연습장에도 나가고 있다. 최근 라운딩 도중 내린 소나기를 피해 그늘집에서 잠시 쉬면서 골프에도 인생의 깊은 가르침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첫째, 골프를 잘 치려면 힘을 빼야 한다. 골프를 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힘 빼면 프로다”와 “힘 빼는 데 3년”이다. 골프채가 신기한 것이 세게 치려고 하면 힘이 들어가서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거나 거리가 별로 나지 않는다. 오히려 힘을 빼고 가볍게 툭 던지듯이 쳐야 멀리 날아간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목에 잔뜩 힘주고 다니거나 권력 센 척하는 사람 중에 제대로 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둘째, 거리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 장타자라고 자랑하지만 막상 점수는 낮은 경우가 적지 않다. 골프장이라는 것이 오묘하게 설계돼 있어 거리가 너무 나면 오히려 OB가 돼 손해를 보게 된다. 찬찬히 앞을 향해 또박또박 친 경우가 점수에서 앞서는 것을 자주 본다. 변호사라는 직업상 ‘인생 한방’이라며 옳지 않은 방향을 향해 무리하던 사람들을 손님으로 많이 만나서 그런지 깊이 공감된다.

셋째, 공을 끝까지 쳐다봐야 한다. 선수들이 공을 딱 맞히자마자 날아가는 것을 쳐다보는 모습이 멋있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을 끝까지 쳐다본 후 자연스럽게 몸을 돌리는 것이다. 날아가는 공을 보려고 고개를 같이 돌리면 뒤땅을 때리는 경우가 많다. 농사 지으러 온 것도 아닌데 깊게 파놓은 잔디를 보면 미안함과 함께 좌절감도 느끼게 된다. 인생도 조급해하지 말고 주어진 일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골프(G.O.L.F.)는 푸른 잔디(Green), 신선한 공기(Oxygen), 밝은 햇살(Lux)을 좋은 벗들(Friends)과 함께 한다는 의미로, 각 단어의 앞자를 따서 만들었다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 코로나19 덕분에 다시 시작한 골프가 좋기는 하지만 이제 그만두더라도 코로나19가 빨리 끝났으면 싶다. 이미 골프에서 인생 사는 법도 어느 정도 배운 데다가 더운 날 골프 치느라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는데 샤워도 못하고 집에 갈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변호사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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