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한·일 국가경쟁력 역전은 한국 상승보다 일본 추락 결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12일 한·일 간 국가경쟁력 역전을 내용으로 하는 보고서(1990년 이후 한·일 경제경쟁력 격차 변화)를 내놓았다. 사실 새삼스러울 건 없다. 제시된 각종 국제 자료는 어제오늘 새로 나온 것도 아니다. 적절한 시점 비교로 역전의 상징성을 부각시키고 있을 뿐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은 지난 6월 거시경제와 정부·기업 효율성, 보건환경·교육 인프라 등을 분석해 해마다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종합 평가 순위에서 한국은 2020년 기준 평가 대상 64개국 중 23위를 차지해 31위에 오른 일본을 앞질렀다. 전경련은 한국 26위, 일본 4위로 천지 차이를 보였던 1995년을 소환했다.

무엇보다 한국은 제조업 경쟁력에서 일본을 앞섰다. 국제연합개발기구(UNIDO)가 각 국가의 제조업 경쟁력을 분석해 발표하는 CIP(Competitive Industrial Performance)지수에서도 한국은 2018년 3위에 올라 5위의 일본을 앞질렀다. 1990년만 해도 한국은 17위, 일본은 2위였다.

각국의 물가와 환율 수준을 반영해 실질적인 구매력을 측정하는 1인당 경상GDP도 2018년 한국이 4만3000달러로, 일본(4만2725달러)을 추월한 이후 현재도 계속 유지 중이다. 일본의 물가가 높고 축적된 부가 많을 뿐 물질적으로는 사실상 한국인의 생활이 더 윤택하다는 얘기다.

무디스, S&P, 피치 등 3대 국제 신용평가사의 국가 신용등급 평가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은 ‘AA’를 기록하며 ‘A+’를 받은 일본보다 2단계 우위를 점하고 있다. 1990년에는 반대로 한국이 ‘A+’, 일본이 ‘AAA’로 4단계 격차가 있었다. 이론적으로 해외에서 돈을 빌릴 때 우리는 일본보다 싼 금리를 적용받는다. 실로 30년 만의 천지개벽이다.

전경련은 다만 과학기술이나 기초기술 분야에서는 여전한 한·일 간 격차를 지적한다. 국제 연구·개발(R&D)투자 1000대 기업 수에서 일본은 한국보다 5배 이상 많다. 일본의 3분의 1 수준까지 따라온 명목GDP를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우리는 한 명도 없는 노벨과학상을 일본은 24명이나 받았다는 점은 더하다.

광복절을 앞두고 가열찬 노력으로 완전한 극일을 이루자는 전경련의 보고서 취지에는 백 번 공감한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부분은 한·일 간 경쟁력 역전 현상의 원인이 우리의 성장만큼 일본의 추락에도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의 프레임에 갇혀 디지털 혁명을 거부해온 일본이 자초한 결과라는 얘기다. 축배를 들더라도 무슨 술인지는 알고 마셔야 한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