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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코로나 일시 연체, 제한적 신용사면은 필요한 일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 연체로 신용도가 하락한 개인들을 구제키로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권 주요 협회장, 신현준 신용정보원장, 김근익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이런 내용의 개인 신용회복지원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방향은 정해졌고 금융협회와 한국신용정보원 간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일부에선 모럴해저드를 우려하는 모양이다. “정부가 복지 차원에서 풀어야 할 일을 금융회사에 신용리스크로 떠넘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야당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일시적 연체자에 대한 구제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한 뒤 즉각적으로 금융 당국이 나서 진행한다며 정치와 연결시켜 곡해하기도 한다. 영 틀린 말은 아니다. 금융은 신용이다. 신용의 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는다. 그 근간이 신용평가 시스템이다. 금융사의 경쟁력도 여기에 달렸다. 그걸 흔드는 건 금융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다. 충분히 지적될 만한 사안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천재지변에 가까운 특수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은 개인이 무수히 생겨났다. 재정으로 재난 지원금까지 지급할 정도가 아닌가.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연체가 생겨나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금융 당국이 구제 방안을 마련하는 건 당연한 의무다.

물론 전 국민 재난지원금처럼 무차별식 퍼주기라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무작정·무차별 구제가 아닌 제한적·선별적 시행이라면 얘기는 다르다. 충분한 당위를 지닐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그런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금융 당국과 금융사들도 그런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신용 사면 대상자는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해 1월 이후 연체가 발생했지만 일정 시점까지 모두 상환한 이들로 한정한다. 그야말로 일시적 충격을 받아 연체가 생겼지만 성실히 이를 해소한 사례만 구제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구제 내용도 해당 연체 이력정보를 금융권에 공유하지 않음으로써 앞으로 생길 불이익을 줄이는 정도다. 그 피해가 다른 곳으로 전가되지도 않는다. 힘든 상황에서 성실하게 이자와 원금을 갚아온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는 건 심한 해석이다. 생계형 경범죄 사면 정도로 보아 무방하다. 모럴해저드를 걱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 사회는 패자부활전이 어려운 곳이다. 특히 무슨 이유가 됐든 연체는 금융생활에서 치명적인 상처이고 영원한 흔적이다. 소멸 시효도 없다. 잘 치료된 상처를 덮어주는 것도 금융 당국의 중요한 의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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