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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음악 속 NFT] 가지는 음악의 시대…NFT, K팝과 만났다
JYP·선미 소속사·세븐…NFT에 뛰어든 K팝
듣는 음악에서 가지는 음악으로…소장가치 생긴 음악
K팝 만나 시너지…NFT도 CD, LP처럼 새로운 앨범 형태
세븐 [스타잇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가수 세븐이 최근 2년 5개월 만에 신곡 ‘모나리자’를 발매했다. 자신이 직접 작사, 작곡한 이 곡은 역동적인 베이스 라인과 기타 리프, 시원하고 경쾌한 드럼이 어우러진 펑키한 팝 장르의 곡이다. 한국어 버전에 영어 버전까지 발매, 글로벌 시장도 공략한 것처럼 보인다. 푹푹 찌는 여름에 잘 어울리는 ‘서머송’의 요소를 모두 갖췄지만, 익숙한 음원 사이트에선 찾아볼 수 없다. 이 곡을 ‘들어봤다’는 사람들도 찾기가 어렵다. 오직 단 한 사람만을 위해 NFT(Non-Fungible Token)로 발매했기 때문이다.

국내 ‘3대 가요 기획사’로 꼽히는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블록체인 업체 두나무와 K팝 NFT 플랫폼 사업을 위한 업무 제휴를 맺었다. 대형 K팝 기획사가 NFT 사업으로의 본격 진출을 선언한 것은 JYP가 처음이다. JYP 최대주주인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는 자신이 보유한 지분 2.5%를 두나무에 매각했다. 선미 어반자카파 박원 뱀뱀(갓세븐) 등이 소속된 어비스컴퍼니도 NFT 플랫폼 디파인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팝 업계에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강력한 팬덤이 주도하는 K팝 시장에 찾아온 NFT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리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올 초 전 세계 음악계에선 NFT가 화제였다. MRC 데이터가 지난 달 공개한 미국 음악시장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NFT는 아티스트들이 음악과 아트워크를 유통하는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세계 투어 등 대면 공연을 열지 못하며 음반 발매만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어려웠던 음악인들에게 NFT는 이미 새 활로를 제공한 것이다.

익히 알려진 슈퍼스타들이 자신들의 음악과 아트워크를 NFT 형태로 선보이며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래미상을 받은 미국 록밴드 킹스 오브 리온은 NFT 신작 앨범으로 불과 2주 만에 200만 달러(22억 3300만 원)의 수익을 거뒀다. 팝스타 위켄드, DJ 저스틴 블라우(3LAU)는 미공개 음악이 포함된 앨범을 NFT를 적용해 판매했고, 데드마우스(deadmau5)는 MD를 선보였다. 수익은 천차만별이다. 저스틴 블라우는 1700만 달러(약 193억원), 위켄드는 229만 달러(약 25억 5400만원)의 수익을 냈다. 데드마우스는 2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트와이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 인식 값을 부여한 토큰이다. 음악산업계가 NFT에 주목한 것은 NFT가 가지는 희소성과 유일성의 가치 때문이다. 소유권과 판매 이력 등의 관련 정보가 블록체인에 저장되어 언제든 최초 발행자를 확인할 수 있으니 위조가 불가능하고, 개별로 부여되는 고유의 인식 값이 있으니 교환이 불가능하다.

전 세계 음악 시장이 스트리밍 시대로의 전환을 맞으며 소장하는 콘텐츠로의 가치가 떨어진 ‘음악’이 NFT와 만나 ‘소장 가능한 자산’이 된 것이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디지털 음원 유통 시대가 음악이라는 콘텐츠가 비용 없이 무한 복제가 가능한 체험재로 변모하고, 음악을 소장하는 개념이 파괴됐다”며 “스트리밍으로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체험재였던 디지털 콘텐츠를 소장이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주는 기술이 NFT”라고 설명했다. ‘듣는 음악’에서 ‘가지는 음악’으로의 시대를 NFT가 열어제친 셈이다.

지난 4월 알앤비 뮤지션 디이어(d2ear)가 국내를 넘어 아시아 최초로 NFT 한정판 앨범을 선보인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소속사 UDCY의 김동현 매니저는 “음악 감상의 기능이 스트리밍 형태로 넘어간 시대에 CD나 LP처럼 디지털 콘텐츠에도 소장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기획하게 됐다”며 “기존의 소장형 재화에서 벗어나 NFT를 통해 위·변조가 불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상품군이 또 하나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강력한 결속력과 충성도를 가진 팬덤이 지배하는 K팝 산업에 NFT는 ‘맞춤형 콘텐츠’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K팝 팬덤의 ‘소유욕’은 실물 음반 판매량을 높이며 디지털 음원 시대에도 음반 시장을 키웠다. 한터 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음반 판매량은 1940만 5514장으로 전년에 비해 495만 652장에 비해 34.25% 증가했다.

지난 4월 론칭한 K컬처 전문 NFT 플랫폼 스노우닥(SnowDAQ)도 ‘K팝 팬덤’에 주목했다. 박지훈 스노우닥 대표는 “K팝 아이돌이 한국에 1000명, 등록업체가 3250개, 네이버 브이라이브 기준 K팝 팔로워를 추산해보면 1만 명에 달한다”며 “전 세계에서 K팝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로 흩어진 팬덤을 한데 모아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기획하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스노우닥에선 K팝 그룹 어위크, 가수 태연 동생 하연, 래퍼 팔로알토와 미국 힙합가수 영벅의 컬래버레이션 신곡을 NFT 형태로 발매했다.

디이어 NFT 앨범 [UDCY 제공] 저스틴 블라우 NFT 앨범 발매 [홈페이지 캡처]

K팝과 NFT의 만남은 다양한 시너지를 유발한다. NFT 콘텐츠에는 영역의 제한도 한계도 없다. 음악은 물론 포토카드, 스타의 말 한 마디, 차트 기록까지도 자산으로 만들어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다만 현재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 탓에, 다수 팬덤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투기성 거래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음악계에선 “팬덤이 강력한 아티스트는 NFT가 새로운 수익이 되겠지만, 도리어 빈익빈 부익부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최광호 사무총장은 “기술적으로는 자산화가 가능해도 도의적으로 대중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심리적 저항선이 어디까지인지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훈 대표는 “마켓에서도 가격 책정에 있어서 아티스트의 가능성과 과거의 데이터, 저작인접권 등 근거를 바탕으로 가치를 매기고 있다”라며 “고가 상품은 조각 거래 등 새로운 투자 방식으로 선보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매니저는 “지금은 시작 단계로 고가에 거래되고 있으나, 시장의 자정작용으로 안정화가 이뤄지면 음악시장에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NFT 음반도 한정판 CD나 LP처럼 자산으로 거래될 수 있으니, 현대화된 새로운 앨범의 형태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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