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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시대의 종말⑩] 수많은 세상…금융도 메타버스로
VR·AR·AI 기술 융합된
가상경제 생태계 급성장
미래고객 MZ엔 일상화
“뒤쳐지면 미래는 없다”
은행권 플랫폼 확보경쟁
우리은행 권광석 행장이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MZ세대 직원들과 어울리고 있다. [우리은행]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 현대차는 최근 자동차 개발에 가상현실(VR)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미국, 유럽 등 글로벌 디자인센터의 전문가들이 VR 헤드셋을 쓰고 가상 회의에 참석한다. 올해부턴 국내 대표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인 네이버제트(NAVER Z)의 ‘제페토’에서 쏘나타 N라인 시승도 제공하고 있다. 기업이 메타버스 내 생산을 가동하면, 협력업체도 메타버스에서 부품을 제공해야 한다. 당연히 기업 금융도 메타버스로 무게를 옮길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는 업무, 사적모임, 교육 등 모든 일상이 메타버스로 대이동하는 데 속도를 더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메타버스에서 쇼핑을 하고 결제하려면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또 대기업이 메타버스 내 생산을 하게 되면, 부품 등을 공급하는 협력사도 따라 진출해야 하고, 기업금융의 모든 영역도 지원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예상하는 이유다. 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VR과 AR(증강현실)로 대표되는 메타버스 경제의 기여도가 2019년 450억 달러에서 2030년 1조500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에는 메타버스가 ▷헬스케어(1111억 달러) ▷제품개발(1097억 달러) ▷교육(907억 달러) ▷프로세스 개선(848억 달러) ▷유통(622억 달러)까지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동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자신만의 게임을 개발하고 유통시킬 수 있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에서는 가상자산 로벅스(Robux)로 구매 활동을 할 수 있다”며 “지난해 약 127만명의 게임 개발자가 1인당 평균 1만 달러(약 1100만원)의 수익을 올렸고, 상위 300명은 약 10만 달러를 버는 등 메타버스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 은행들도 서둘러 메타버스 플랫폼에 올라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게더(Gather)플랫폼을 활용해 가상 사무실부터 가동하고 있다. 재택근무자와 사무실 근무 직원이 가상 사무실 내 근무를 하다가, 업무 논의를 위해 이동하면 즉시 화상으로 연결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신한은행은 독자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을 추진한다. 네이버Z의 ‘제페토’, SK텔레콤의 ‘이프랜드’ 등 기존 전문 플랫폼이 아닌 자체 플랫폼에서 지점 서비스, 금융 교육, 이벤트 등 다양한 금융·비금융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하나은행은 6일 메타버스 전담조직인 ‘디지털혁신 태스크포스팀(TFT)’을 디지털경험본부 안에 신설했다고 밝혔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아바타(좌측)와 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의 아바타 업무협약식을 연출한 모습. [신한카드]

우리은행도 삼성전자·현대차·네이버랩스·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표 기업 200여 곳이 참여 중인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회원사로 가입했다.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는 과학정보통신기술부가 주관하는 일명 ‘K-메타버스 연합군’이다.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에 앞서 국민·신한은행이 참여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은행원을 활용한 메타버스 미래금융 플랫폼과 오프라인 메타버스 브랜치 개발을 업계 공동 프로젝트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오프라인 메타버스 브랜치는 현실의 은행 영업점에 증강현실(AR) 기술을 융합, 소비자가 금융 정보나 서비스를 AR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금융권 최초로 메타버스 특화 카드를 선보였다. 복잡한 가입 절차 없이 본인 인증만으로 발급할 수 있는 선불카드에 제페토에서 쓸 수 있는 10대 친화적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고객의 제페토 아바타를 카드 디자인에 반영하고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중·고등학생 패턴에 맞춰 기존의 계좌 충전이나 포인트 충전 외에 현금 충전 기능도 추가하기로 했다.

금융권의 이 같은 노력은 미래 고객을 잡기 위한 측면이 크다. 당장 메타버스 내 영역을 확보하지 못하면 뒤쳐질 것이라는 위기 의식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활용방안이 그려지지 않더라고 우선 참여하고 협업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당장 MZ 세대에게 일상이기 때문에 익숙해지기 위한 노력부터 하고 있다”고 전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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