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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품 중의 명품·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기증전”…세상에 나온 ‘이건희컬렉션’
‘이건희컬렉션’ 21일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개막
명품 중 명품 135점 공개

삼성가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고(故) 이건희(1942~2020) 회장의 주요 문화재와 미술품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1일 동시에 공개된다. 사진은 국립중앙박물관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의 주요작인 겸재 정선의 최고 걸작 ‘인왕제색도’.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명품 중의 명품”, “이례적인 작품”, “보기 드문 작품”….

‘세기의 기증’으로 불린 ‘이건희 컬렉션’이 세상 밖으로 나오자 미술계가 들썩였다. 마침내 드러난 ‘명품 컬렉터’의 안목에 미술계에선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 거창한 수사도 필요치 않았다. “품격이 느껴진다”는 감탄이 쏟아졌다. 박물관과 미술관 관계자들은 “역대 최고의 명품”이라는 표현을 수차례 썼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이토록 다양하면서도 수준급 미술품의 기증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증 당시부터 화제가 된 만큼 ‘이건희 컬렉션’을 향한 국민적 관심과 열기도 기대를 넘어섰다. 무료로 공개되는 이번 전시를 두고 백신 예약보다 치열한 ‘리컬렉션’ 예약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예약 시작과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이달치 티켓이 마감됐다.

삼성가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고(故) 이건희(1942~2020) 회장의 주요 문화재와 미술품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1일 동시에 공개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개인 소장 미술품 2만3000여 점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분산 기증, 분류·연구 과정을 거쳐 대규모 전시로 구현됐다. 국보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이건희 컬렉션’의 핵심 작품 135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선 국보·보물 28건을 포함한 명품 77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선 한국 근대미술 거장 34명의 대표작 58점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연합]

국립중앙박물관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은 시대와 분야를 아우른다. 기증작의 면면은 그야말로 ‘보화의 향연’이다. 방대한 컬렉션은 빛나는 역사의 장면들을 떼어 옮겼다. 청동기 시대 코기부터 철기시대 방울,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로 이어지는 불상, 조선 백자까지 시대별 유물을 요점 정리하듯 보여줬다. 육안으로는 확인이 어려운 고려 불상울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 적외선과 X선 촬영본이 담긴 터치스크린도 마련했다.

이수경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에선 역사적·예술적으로 가치가 뛰어난 것, 기술적·디자인적으로 우수한 명품을 선정했다”며 “명품을 명품답게 자세하게 설명하고 유물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줘 기증자인 이건희 회장의 안목을 엿볼 수 있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의 백미는 국보 216호 ‘인왕제색도’다. 장맛비가 그친 장엄한 인왕산의 절경을 구석구석 담아낸 겸재 정선의 후기작이다. 박물관에선 “유명한 작품인 만큼 다양한 해석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모든 작품마다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입힌 것은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의 특징이다. 이 학예연구사는 “이건희 회장이 ‘문화에 대한 이해가 일상화돼야 문화강국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다양한 해석과 스토리를 담아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 전시의 목적이다”라고 설명했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언론설명회가 열린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참석자가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선 근현대 미술사조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나혜석·문신·이응노·천경자 등 대표 작가들이 기다리고 있다.

박미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된 20세기 초중반 한국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모았다”며 “이건희 컬렉션 중에서도 엄선한 명품들이다”라고 소개했다.

기증 발표 당시부터 화제가 희귀 걸작들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가득 채웠다. 실물을 만나기 어려운 대작들을 서울관의 공간 특성을 살려 배치한 것도 전시의 특징이다. 여기에 교과서에선 만난 적 없는 작품 속 숨은 스토리가 더해졌다. ‘한국화의 대가’ 이상범의 ‘무릉도원’에서 시작하는 전시는 1세대 서양화가 백남순의 ‘낙원’과 마주보도록 배치해 미술사의 한 장면을 더했다. 장욱진이 일제강점기 양정고보 재학 중 조선일보 주최 전국학생미술전람회에 출품, 최고상을 받은 ‘공기놀이’와 이 작품을 좋아해 처음 소장했던 화가 박상옥의 초기작 ‘유동’(遊童)이 나란히 걸린 것도 인상적이다.

전시의 주요작품은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다. 서울관의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이 작품은 1950년대 제작된 가로 568㎝ 대작으로, 김환기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큰 그림으로 꼽힌다.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김환기 작품으로는 1973년작 푸른빛 전면점화 ‘산울림 19-II-73#307’도 출품됐다. 이중섭의 대표작인 ‘황소’, ‘흰소’는 물론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유동’, ‘농악’ 등도 선보인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건희 컬렉션은 동서고금을 망라하는 통섭형으로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풍요롭게 해주는 작품들이다”라며 “식민지, 분단, 전쟁, 기아 등 급변했던 시기에 미술가들이 세상을 보던 방식을 엿볼 수 있는 개성있는 작품이 이 자리에 있다. 그간 취약했던 근현대미술사 연구의 질과 양을 비약적으로 보강할 수 있는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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