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캠프 제공]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제20대 대선 본경선에 돌입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가 상대인 이낙연 후보와의 네거티브 공방을 두고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 서로 말싸움을 해 이긴다고 해서 이기는 것도 아니다”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경선 후보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는 ‘민주당 적통’ 논란에 대해서는 “왕세자 정할 때나 나오는 얘기”라며 비판적 임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지난 16일 오후 기자들과의 온라인 화상 간담회에서 이낙연 후보 측이 ‘우리와 네거티브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을 보인 데 대해 “(설전이) 점점 산으로 가고 있는데 여러분이 판단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다툼의 과정을 온 국민이 볼텐데 국민들께서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본다”라며 “우리가 검증도 하고 평가하는 이유는 공직자로서 주어진 일을 잘 할지 알기 위한 것이고, 국민과의 약속을 잘 지킬지, 신뢰할 수 있을지를 알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계획만 세워 잘 설명한다면 사기꾼이 더 잘할 것이다. 계획이야 누가 못 하겠느냐”라며 “결국은 국민이 후보와의 약속을 신뢰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낙연 후보를 의식한 듯 “결국 중요한 것은 후보가 살아온 과거, 공직자로서 어떤 일을 했는지를 봐야 한다”라며 “’실력은 없는데 멋있긴 하다’와 ‘멋은 좀 없는데 실력은 있다’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최근 자신을 향한 네거티브 공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팩트에 기반한 공격이라면 백신이라고 본다. 20년 전에 음주운전 했던 것은 팩트고 100% 잘못한 일이라 여러 차례 사과했다”면서도 “내가 영남이 호남에 비해 역차별 받았다며 지역감정에 호소했다는 식의 공격은 백신이 아닌 팀킬”이라고 반박했다.

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검증을 두고 ‘결혼 전 직업 등 사생활에 대한 것은 후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후보 부인을 염두에 뒀다’며 비판한 것에 대해서는 “그 문제는 이미 검찰과 경찰이 수사해 사실이 아니란 것이 밝혀졌다. 증거란 게 있을 수 없다”라며 “(공격이) 너무 가혹하고 지나쳐서 본인도 한 번 돌아보라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선 후보들이 스스로를 ‘민주당 적통’이라고 자처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왕세자 정할 때 왕비의 자식인지, 궁녀의 자식인지, 민가의 종의 자식인지를 따질 때 쓰는 것”이라며 “적통 논쟁을 보면 서글프다. 민주당의 당원은 누구나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자격 있다”고 했다.

이 후보가 최근 자신을 향한 당내 경선 상대들의 네거티브에 대해 직접 언급하고 나선 것은 최근 후보 간 갈등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후보는 “본경선에서도 내가 일부러 나서서 공격을 극심하게 하진 않을 것”이라며 공격 수위를 지키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이 후보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는 후보 간 설전이 격화하자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본경선 후보인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집권여당의 대선에 '국민의 미래'는 실종되고 '후보의 과거'만 떠오르고 있다. 경선후보자연석회의를 열어 도를 넘는 검증 공세는 중단하도록 결의하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우리는 원팀이다. 검증은 언론과 국민이 알아서 한다”라며 “당분간 방역을 위해 오프라인 활동을 중단하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 앞에 어떤 것도 우선하지 않겠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자”고 했다.

앞서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최근 이어진 후보 간 난타전을 공개 비판하며 “보기 거북하다. 요즘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지켜보며 지지율 상승 등 한편으로는 좋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이 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윤 의원은 “서로에게 상처주는 날카로운 말들이 언론 지상에 오르내릴 때마다 이런 말들로 득을 보는 사람이 대체 우리 안에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라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는 못할망정 불편함을 줘서야 되겠나. 그래서야 승리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